학교 교장(교직원 포함)들의 복지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전국 조사 결과 호주 전역 학교장 48%가 학부모 및 학생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거나 목격했음을 보고했으며, 약 54%는 폭력 협박을 받았다는 답변이었다. 사진 : Unsplash / Taylor Flowe
학교 지도자 복지 위한 ACU 보고서, 조사 참여 2,300명 교장 중 48%가 폭력 경험
학교 지도자들의 복지를 측정하기 위한 전국 조사 결과 교장들이 ‘최악’ 수준의 신체적 폭력, 협박,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가톨릭대학교(Australian Catholic University. ACU)의 연례 학교장 안전 조사(annual principal safety survey)에 참여한 전국 2,300명의 교장 가운데 무려 48%가 학부모 등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거나 목격했음을 보고했으며, 약 54%는 폭력 협박을 받았다는 답변이었다.
이전, 학교장을 지냈던 ACU 보고서 저자 폴 키드선(Paul Kidson) 박사는 조사를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며 강한 우려를 전했다.
키드선 교장은 이번 조사에서의 ‘폭력’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장 또는 교직원을 직접 공격하는 일, 학생들 간의 싸움으로 인한 부상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학교내 만연된 폭력으로 인해) 절반 이상의 교장(56%)이 조기 퇴직을 결정하거나 당장 사직하고 싶다는 의견에 ‘동의’ 또는 ‘강력히 동의’했다. 보고서는 또한 폭력, 늘어나는 행정 업무량, 학교 업무시간 외 학부모의 불합리한 요구가 교지구언들이 느끼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장들은 대면이나 전자메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학부모들로부터 ‘폭행 위협’을 받기도 했다는 게 키드선 박사의 말이다. 그는 “밤 11시30분에 이메일을 보내고, 아침 7시30분에 다시금 전송한 메일에서 ‘어제밤 보낸 것에 대해 왜 응답하지 않느냐?’고 불평을 한다”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불합리한 학부모의 기대”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교장들은 또한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학교 측이 제기한 우려를 믿지 못하고, 그 대신 소송을 통해 학교 교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답했다. 키드슨 박사는 “내가 교사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예전에는 이 같은 협박 등에 두려움을 갖기도 하겠지만, 경찰처럼 바디캠을 착용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달라’는 게 교사들의 말”이라고 덧붙였다.
Australian Catholic University가 지난 2011년 이 조사를 실시한 이래 학교장, 교사 대상의 폭력 행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학교장을 대상으로 한 협박 및 신체 폭행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 ACU 2023 Australian Principal Occupational Health, Safety and Wellbeing Survey
그러면서 키드선 박사는 “현재 예상되는 4,000명의 교사 부족 현실에서 학부모들의 지나친 괴롭힘으로 인해 수많은 교장들이 조기 퇴직 또는 사임하는 것은, 국가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결코 좋은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체테, 창, 칼로 위협하기도
호주 전역에서 교장(교직원 포함)들에 대한 폭력이 가장 높은 정부관할구역은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와 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로, 그 수준은 65%에 달했다.
NT 지역 교장 협의체 ‘Northern Territory Principals Association’의 로빈 소프(Robyn Thorpe) 회장은 “안타깝고 슬프게도 학교 교장들은 이따금 학부모 또는 학생들이 마체테(machete)나 창, 칼을 들고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프 회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이 같은 동료 교장들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전하며 “학부모들과의 상호 이해는 95% 이상 좋은 편이지만 일부 충격적인 예외도 있다”면서 “학교를 일시 폐쇄하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으나 내륙 외딴 지역사회의 경우 때로는 경찰이 근무하지 않기에 더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각 정부관할구역별 학교장 폭력 비율. Source : ACU 2023 Australian Principal Occupational Health, Safety and Wellbeing Survey
교내폭력 방지 정책
“효과 없다” 지적
호주 하이스쿨 학교장 기구 ‘ustralian Secondary Principals Association’(ASPA) 이사회 회원이기도 한 소프 회장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의 폭력적 행동은 모든 관할권에서의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태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라는 그녀는 “이는 갈수록 누적되고 지속적이며, 이것이 교장들의 정신건강 및 복지에 직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NT, ACT에 이어 학교 폭력 수준이 높은 지역은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로, WA 교장들의 55%가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이 지역 하이스쿨 운영자협의체 ‘Western Australian Secondary School Executives Association’의 멜리사 길레트(Melissa Gillett) 회장은 “지난해 교장 복지 관련 설문조사는 결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흡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각 학교 교장들이 보고한 폭력, 협박, 괴롭힘 등의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 ACU 2023 Australian Principal Occupational Health, Safety and Wellbeing Survey
다른 정부관할지역 교장들처럼 길레트 회장 또한 교육부가 학교 폭력에 대해 무관용 접근방식을 취하고, 또한 그것이 잘 시행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녀는 “성공한 정부와 관료들은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고 보고할 것이지만, ACU의 조사 결과는 정부 계획이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방 교육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 장관은 ACU의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한 성명에서 “모든 학교 지도자와 교사들은 직장(학교) 내에서 안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은 “우리(정부)는 주 및 테러토리 정부, 주요 단체, 노조 및 전문가 그룹과 긴밀히 협력하여 10년 동안 지속된 교사부족 위기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올해 교육부가 추진하는 차기 ‘전국 학교개혁 협정’(National School Reform Agreement)에서는 교사 복지를 더 지원하고 보다 많은 교사를 유치-유지하기 위한 개혁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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