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롯데월드, 

세계 10대 마천루 명성보다 안전이 먼저다.



두바이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828m)다. 마천루가 즐비한 두바이 중심가에서도 유난히 눈에 띌 정도로 높다. 

멀리서는 한 눈에 들어오지만 정작 칼리파에 다가가면 올려다보기도 힘들고, 카메라 한 컷에 담기도 어렵다.







마카오에는 세계 10대 타워인 마카오타워가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338m로 58층 규모인데 360도 조망이 가능한 원형 데크가 일품이다. 유리로 된 데크 바닥을 걷는 스카이워크와 번지점프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



상하이를 찾는 관광객들도 동방명주에 올라 푸둥지구와 와이탄의 즐비한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것을 첫 손에 꼽는다.



초고층 빌딩과 타워는 한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과 함께 경제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탓에 도시 간 마천루 경쟁이 벌어진다.

마천루는 영어로 ‘하늘을 긁는 자’라는 의미의 ‘Sky scraper’다. 하늘에 도전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빗댄 말이다.



인간은 왜 하늘 높이 건물을 지으려 할까.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높은 건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인식되고,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 지금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초고층 빌딩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동· 중국 등 신흥 부국들이 경쟁을 주도한다. 



중국에서는 300여개의 초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수백m의 빌딩은 이미 성에 차지 않는 것일까. 1~2km 높이의 빌딩도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킹덤타워는 높이가 1000m로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쿠웨이트 부르즈 무바라크 알 카비르 빌딩, 바레인 머잔타워, 두바이 시티타워 등도 초고층 대열에 섰다.



인간의 무모한 욕망은 ‘마천루의 저주’를 불러왔다. 

19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인 앤드류 로렌스가 발표한 가설로 초고층 건물이 완공되면 불황이 찾아온다는 속설이다. 



호황기에 공사를 시작하지만 완공 시점에는 경기과열이 극에 달해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다.



1931년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완공되자 세계 대공황이 찾아왔고,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타워가 완공되자 동남아 외환위기가 터졌다. 두바이는 부르즈 칼리파 완공 두달 전인 2009년 11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현재 건설 중인 세계 10대 마천루 가운데 9개가 아시아에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 롯데월드다.



"내가 이 나이에 돈을 더 벌어서 뭣 하겠나. 그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지어서 조국에 보답하고 싶다. 제2 롯데월드가 완공되면 구경거리가 없는 한국 관광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놀이시설과 백화점, 호텔 모두 제대로 지어보자고."



임종원 서울대 교수가 쓴 책 '롯데와 신격호'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회사 임원들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당시 롯데그룹 임원 대다수가 "초고층 빌딩은 공사비만 많이 들고 관리가 힘들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제2롯데월드 사업에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 총괄회장에게 크게 혼나고 회장실을 나와야 했다.



지상 123층. 국내 최고층 건축물인 제2 롯데월드는 이렇게 시작됐다. 여기까지는 뭔가 뭉클한 스토리다. 하지만 최근 제2 롯데월드 사업 과정을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기 짝이 없다. 92세 고령인 회장님의 평생 숙원을 무리하게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한 과속의 징후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각종 안전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방이동 일대에 그동안 없던 싱크홀이 군데군데 생기고 있다. 석촌호수 물이 급작스럽게 빠져나가는 것 역시 주변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롯데와 송파구청 쪽에서는 애써 여러 안전검사 결과들을 공개하면서 여론을 바꾸려 하지만, 대부분 롯데에서 발주한 것들이라 못믿겠다는 눈치다.



안그래도 제2 롯데월드는 성남비행장 항공기 항로안전과 교통체증 등의 문제로 20여년간 첫 삽을 뜨지 못했던 사업이다. 각계 반대를 무릅쓰고 공군 항로까지 틀어가며 인허가를 받았다면 공사 현장 안전에 더욱 각별히 신경써야 했다.



이렇게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롯데그룹은 저층부 상업시설을 조기 개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가 올해 가장 주력하는 프로젝트인만큼 일정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에 이어 최근 제2 롯데월드 화재 등이 잇따르면서 공사를 보류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도 제2 롯데월드 공사현장의 철골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현재 추가 교통대책 없이는 5월 조기 개장이 어렵다는 입장도 확실히 밝혔다

.

제2 롯데월드는 1987년 부지를 매입해 오는 2016년 공사를 마무리하는 30년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기간을 몇 달 단축하려고 앞 뒤 안 가리고 서둘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조기개장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다. 



30년간 쌓아올린 공든 탑을 단 몇 개월 앞당기려고 망칠 이유는 없다. 어찌됐든 제2 롯데월드는 신 회장의 바람대로 서울의 명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19개국에 배포되는 주간신문 유로저널 사설 www.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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