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사용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도촬’ 범죄가 용이해졌으며 훔쳐만 보던 이들을 관음증 환자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제기됐다.
전문가 견해 나와... 은밀한 부위 ‘도찰’ 범죄 크게 늘어나
스마트폰 사용이 그동안 훔쳐만 보던 이들을 관음증 환자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빅토리아 주, 빅토리안 비치(Victorian beach)에서 미성년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체포된 한 남자가 ‘스토킹 죄’로 기소됐다.
2월에는 멜번(Melbourne)의 한 스포츠용품점 탈의실 칸막이에 자신의 휴대폰을 설치하고 32세 여성의 탈의 장면을 몰래 촬영한 한 남성이 체포됐으며, 지난달에는 테건 포테너(Tegan Portener)라는 한 여성이 시드니-뉴카슬 구간 기차에서 좌석 아래에 휴대폰을 숨겨놓고 자신을 촬영하던 남성을 발견, 그 증거로 용의자의 사진을 찍어 경찰에 넘겨 이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동영상은 이미 실시간으로 호주 전역에 퍼져 나갔다.
최근에는 페드로 수아레즈(Pedro Suarez)라는 이름의 남성이 울릉공(Wollongong)의 센트럴 쇼핑센터(Central shopping mall)를 배회하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가 체포됐다.
대략 8억여 건으로 추정되는 인터넷상의 개인 무료 음란 페이지를 통해 사람들은 보다 쉽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외설 영상을 손에 넣거나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더욱 진보된 스마트폰과 태블릿 장비로 인해 발각 위험이 적은 카메라를 손에 쥔 채 사람들 사이를 활보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특정 대상을 은밀하게 촬영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성도착 장애 케이스를 연구해 온 과학 임상심리학자 조지나 오도넬(Georgina O'Donnell) 박사는 “임상 실험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행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아왔다”고 말했다.
오도넬 박사는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음적 성향이나 페티시적 욕구를 갖게 되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진보된 기술을 사용 할 수 없었다면) 그냥 훔쳐보기만 했을 범죄자들로 하여금 더 쉽게 은밀한 사진을 찍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SW 주의 경우 지난 2014년, 스마트폰 등으로 특정 대상을 은밀히 촬영(도촬)한 혐의로 경찰이 기소한 사례는 2011년 이후 3년간의 건수에 비해 3배가 늘어났다. 2011년 9월까지, ‘The Crimes Act 91L’ 조항을 적용, ‘본인 동의 없이 타인의 은밀한 부분을 촬영하는 경우’와 관련해 기소는 32건에 달했으나 2014년에는 100건으로 늘어났다.
빅토리아 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타인의 은밀한 부위 또는 항문 부분 영상 캡처’와 관련, 2011년 53건에 이르던 범죄 건수는 2014년, 139건으로 3배나 급등했다.
‘도촬’ 행위를 범죄로 명시한 법률은 빅토리아 주(2007년), 남부 호주 주(2008년), 그리고 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 2015년)에서도 도입되었다.
영화 ‘The Seven Year Itch’ 촬영 당시, 지하철에서 불어온 바람에 치마가 위로 날려 엉덩이 부위가 드러나자 “Isn't it delicious”라고 말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그리고 낯선 이가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와중에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촬영한 것을 알게 된 한 여성이 느꼈을 좌절과 심리적 트라우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오도넬 박사는 ‘도촬’ 범죄자들은 ‘재발과 강렬한 성적 자극, 그리고 부지불식중 여성을 촬영한다는 흥분에 집중된 판타지’ 등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 느낌을 자신만의 자위적 환상 속에서 즐기거나 다른 수집가들과 함께 공유하기도 한다.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최신판에 의하면, 성도착 장애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비정형성이 성적 관심과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좌절감을 경험해봤거나 타인의 안녕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 또는 합법적 승낙을 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수십 개에 달하는 성도착 장애가 분류가 있으나 DSM-5는 관음증, 노출증, 마찰 애호증, 피학대 성욕 도착증, 가학성애, 소아 성애증, 페티시, 복장도착증 등 8개의 카테고리만을 열거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의아하게도 빅토리아 주에서 보고된 ‘도촬’ 범죄 건수가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67건으로 반감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NSW 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 2014년도 100건이었던 관련 범죄 건수가 2015년 67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범죄심리학자이자 ‘여성 대상 성범죄 및 성폭력 관련 기술’을 연구해온 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의 아나스타샤 포웰(Anastasia Powell) 선임 연구원은 “‘영상 촬영’ 범죄 건수 감소가 실질적 감소인지 아니면 더욱 진보된 카메라나 촬영 장비의 사용으로 인해 단지 덜 드러나지 않은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단순한 불법 촬영 이외에도, 빅토리아 주에서는 2014년 3건에 불과했던 ‘도촬’ 영상 배포 관련 범죄가 1년 새 1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포웰 박사는 수많은 웹사이트와 온라인 포럼상의 활발한 거래를 증거로 제시하며, ‘도촬’ 영상에 대한 높은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인터넷을 뒤져볼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도촬’ 범죄의 감소세와 불법 영상 배포 범죄 급등 추세는 “배포와 은밀한 영상의 유출 위협이 기존의 ‘도촬’ 문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오도넬 박사는 “‘Snapchat’(카카오톡과 같은 SNS 앱)과 같은 어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하여 노골적인 사진을 교환하고 ‘섹스팅’(sexting. 스마트폰으로 외설적 사진이나 문자를 보내는 행위)과 같은 행위들이 10대들로 하여금 이전 세대들이 사진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개인적 영역과 프라이버시 등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이어 ‘범죄 기록 통계가 실상의 일부분만을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우리는 ‘도촬’ 범죄의 대부분이 종종 희생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발생한다는 그 특유의 속성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