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는 총기들(사진). 최근 NSW 녹색당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 개인이 수십, 수백 정의 총기를 무기고에 보관하는 것으로 드러나 지역사회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녹색당 입수 정보자료 통해 드러나, 총기소지법 문제 제기
총기 면허 소지자들이 시드니 외곽 지역에 수백 정의 총기를 보관하는 개인 무기고를 갖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일요일(10일)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를 통해 보도되면서 지역사회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NSW 녹색당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식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다수의 무기를 보유 중인 총기소유 면허 소지자들의 거주지 상위 100개 지역에는 NSW 서북부 더보(Dubbo, 205정), 헤이즐브룩(Hazelbrook, 166정) 외 광역 시드니의 경우 모스만(Mosman, 278정의 총기 소유자 거주), 맨리(Manly, 207정), 버클힘(Baulkham Hills, 100정), 펜리스(Penrith, 97정), 랜드윅(Randwick, 76정)이 포함돼 있다.
NSW 경찰청에서 이 자료를 입수한 녹색당 데이빗 슈브릿지(David Shoebridge) NSW 하원의원은 “은밀한 개인 무기고를 만들도록 허가하는 우리 사회의 총기 소지법은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총기 수집가, 총기매매상이 아님에도 각 70정 이상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NSW 주 전역에 걸쳐 100여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정말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작 농부들이나 사냥 용도로 사용하려는 이들의 경우 1~2정, 또는 3정의 총기를 소유하는 데에도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 데 반해 한 개인이 수십 정의 총기를 보유한 일이 드러나자 슈브릿지 의원은 “도대체 NSW 경찰은 사람들이 수십, 수백 정의 총기 소지에 대해 허가 항목들을 적용하긴 하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총기 매매상이나 수집가들을 제외하고 개인 총기 면허 소지자가 보유하고 있는 최다 총기는 뉴카슬(Newcastle) 인근의 카디프(Cardiff)로 총기 수는 322정에 달했다.
슈브릿지 의원은 각각의 총기 소유에 대한 ‘합당한 사유’에 따라 개인당 최대 5정의 총기만을 허가하는 법이 도입되어야 하며, 이후 ‘추가되는 각 총기 소유’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별한 사유’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라바(Malabar) 지역에서는 단 한 명의 총기 면허 소지자가 302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슈브릿지 의원은 이에 대해 다수의 사격 클럽들이 자리잡고 있는 외곽지역의 ‘shooting range’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반면 ‘모스만-뉴트럴 베이 사격클럽’(Mosman-Neutral Bay Rifle Club)의 재무담당인 닉 보이드(Nick Boyd)씨는 “모스만 지역 클럽 내에는 이번 자료에서 언급된 278개의 총기 보유자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의 가장 오래된 클럽 중 하나인 ‘모스만-뉴트럴 베이 사격클럽’은 지난 1908년에 설립되었으나, 현재는 모스만이 아닌 말라바 사격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이드씨는 “이번에 나온 자료는 우리 클럽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트로이 그랜트(Troy Grant) 부수실 대변인은 “합법적 총기 소유권에 대한 규제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며 “총기 소지자들은 일련의 범죄 경력 및 총기 소지 적합성 등의 확인 절차만 거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수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이미 경찰과 총기 등록소로부터 엄중한 추가 조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NSW 주 상원의회에서 비교적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사격 및 낚시당’(Shooters and Fishers Party)은 녹색당의 총기보유 자료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 정당의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 상원의원은 과거 연방 하워드(John Howard) 수상 시절, 호주 내 엄격한 총기 규제법에 대한 하워드 전 수상의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브라운 의원은 “법을 준수하는 총기 소지자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범죄자와 불법 총기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슈브릿지 의원은 “단 한 번의 급습으로 수백 개의 총기를 손에 넣고자 하는 범죄자들에게 있어 개인 무기고는 꿀단지처럼 달콤한 유혹이 될 것”이라며 “이는 지역사회에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지난 1996년 타스마니아(Tasmania) 포트 아서(Port Arthur)에서 발생된 총기난사 사고 발생일에 맞춰 NSW 주 전역의 총기 소유 현황을 보여주는 ‘toomanyguns.org’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