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일부터 은행과 보험회사, 등 재정 관련 기업들이 잊혀진 계좌(comptes oubliés), 즉 휴면계좌의 주인을 적극적으로 찾도록 되어 있는데, 미진하다고 크리스티앙 에케르(Christian Eckert) 예산담당 정무장관이 강력히 비판했다. 이 법령에 따르면 은행들은 휴면 계좌들을 찾아서 주인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은행들이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직장을 가지고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은행에 일반 계좌(compte courant), 우편 통장 저금(Livret A) 외에도 주택적금(compte épargne logement, plan épargne logement), 주식 예금 (compte épargne en actions), 등 각종 예금 계좌를 가지고 있다. 거주지 인근의 은행 지점에서 거래를 하다가 이사를 가면, 새 동네 은행 지점에 계좌를 개설한다. 그때 먼저 동네 은행 지점에 있는 계좌를 닫으려고 하면, 은행원이 계좌를 닫지는 말고, 전에는 100-200 프랑 정도, 요즈음은 몇 십 유로를 남겨 두고 사용하지 않으면 되므로 그냥 두라고 설득을 한다. 보유하고 있는 계좌 수가 은행의 실적 또는 권위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액을 남긴 채 잊고 있는 계좌가 수도 없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 계좌가 상속인에게 전달되지 않은 채 주인이 세상을 떠난 경우도 있다. 10년, 20년 전에 세상을 떠난 계좌주의 후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찾아도 상속 관계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100세인 프랑스 인들 소유의 계좌가 670,000개인데, 이들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20,000명 뿐. 생명 보험도 이런 경우가 많다. 생명 보험 휴면 계좌의 총액은 28억 유로, 또는 그보다 많은 금액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변동이 없는 계좌가 얼마나 되는지, 금액의 총액이 얼마가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회계 감사원(Cour des Comptes)은 이를 약 40억 유로로 추정하는데, 그중 12억 유로가 A 통장, Livret A 한 종류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12억 유로 중 우체 은행(Banque postale)의 Livret A에 9억유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2013년 수치이기도 하지만, 에케르 장관은 금액 총액이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휴면 계좌 1개 관리에 드는 법정 은행비용은 년 30€이다. 일반 수표, 카드 계좌는 1년에 입출금이 한 번도 없으면 휴면 계좌로 간주 된다. 저축 통장(livret d’épargne), 주식 예금 (compte titres) 또는 월급 예금 (compte salariale)은 이 기간이 5년이다.
에케르 법에 따르면, 금년 7월부터, 계좌에 10년 간 변동이 없으면, 계좌를 폐쇄하고, 계좌에 남은 돈(자산, avoirs)은 은행이 예금 공탁 금고 (Caisse des Dépôts et Consignations)에 이송하여, 이 금고에서 20년 보관 후 국고(國庫)에 환수된다. 30년 간 계좌 주인은 언제든지 자신의 돈을 찾아 갈 수 있으나, 30년이 지나면, 국고에 귀속된다.
이렇게 은행이나 보험 회사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돈의 상당 부분을 국고에 환수하기로 한 것은 전에 없던 일인데, 이를 국가에 의한 강탈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풍요로웠던 프랑스가,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개인 서랍의 구석까지 뒤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위클리 / 이진명 jinmieungl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