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젊은 여성 직장인이 이직을 결정하는 우선 요인은 ‘탄력적인 업무 조건’이 아닌, ‘급여’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보다 나은 급여와 새로운 도전 기회’를 잡기 위해 직장을 옮겼다는 베시 오일러(Betsy Oyler)씨.
‘남여간 임금격차 때문’ 분석... 자기개발 기회 부족도 주요 요인
기업 경영자들은 회사의 여직원들이 근무 시간 등 탄력적인 업무 환경을 위해 이직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베시 오일러(Betsy Oyler)씨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현 시점에서 경력을 쌓아가며 행복을 느낀다”는 그녀는 “당분간 가족을 꾸리는 일은 계획 속에 없다”고 말한다. 오일러씨는 20대 후반에 ‘더 큰 도전과 배움’을 위해 8개월 전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지난 주 금요일(1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서른 살 즈음의 여성들이 좀 더 탄력적인 근무 환경과 가정상황 때문에 이직한다고 믿는 고용주들과의 인식과는 달리, 정작 ‘젊은 여성들이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라는 다소 의외의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인력개발회사 ‘International Consortium for Executive Development Research’(ICEDR)의 로렌 노엘(Lauren Noel)시와 크리스티 헌터 아스콧(Christie Hunter Arscott)씨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높은 급여보다는 보다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는 추측을 뒤집은 이번 새로운 조사 결과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각 기업 경영자, 그리고 22세에서 35세 사이의 남성 및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은 직장을 옮기는 가장 주된 요인 중 첫 번째로 급여를 꼽았으며, 직업훈련 및 자기개발 기회 부족, 무의미한 작업이 뒤를 이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발행하는 경영 정보지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특집기사로 다룬 이번 연구는 남성과 여성들이 유사한 이유로 이직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헌터 아스콧씨는 “실제로 여성이 남성보다 급여 문제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더욱 많다”며 “여성의 이직 이유가 왜곡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오일러씨는 홍보 대행사 관리직을 버리고 현재 시드니의 한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고 있었다”며 “뭔가 자극이 될 만한 근무환경과 새로운 기술,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업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새로 옮긴 직장에서의 급여가 약간 높긴 하지만, 단순히 급여만으로 이직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는 그녀는 “물론 이전 직장에서 임금삭감에 합의했다면 지금처럼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헌터 회사인 ‘Hudson recruitment company’가 4,198명의 직장인, 3,793명의 고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직 사유로 ‘급여에 대한 실망’, ‘업무의 단순성’, ‘자기개발 기회 부족’이 꼽혔다.
이 회사 인재관리팀장인 사이먼 모일런(Simon Moylan)씨는 706명의 ‘Y 세대 여성’들 가운데 이직 사유로 ‘출퇴근 거리’를 꼽은 이들은 3%, ‘일과 삶의 균형’ 7%, ‘새로운 도전’ 25%, ‘자기개발 기회 부족’이 21%였으며 ‘급여 불만족’이 15%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모일런씨는 “일반적으로 이 연령대의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경력을 구축하는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시드니 대학에서 ‘성별에 따른 직업과 고용 관계’를 연구한 바 있는 마리안 베어드(Marian Baird) 교수는 “남성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는 여성들이 많은 현실에서 여성이 이직 사유의 첫 번째로 급여를 꼽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바바라 포코크(Barbara Pocock) 명예 교수는 직장인들이 이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거나 개인적 건강 문제 또는 연로한 부모를 돌봐야 하는 경우라면 급여가 우선은 아닐 것이지만, 25세 혹은 30세 즈음에 직장 일을 시작하는 젊은 엔지니어라면, 급여는 당연히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NSW 대학 사회정책 연구소의 린 크레이그(Lyn Craig) 교수도 유사한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자녀가 없는 남성과 여성이 최우선 순위로 급여를 꼽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문화 위원회(Diversity Council)의 리사 안네스(Lisa Annese) 대표는 젊은 여성 직장인의 이직 사유로 급여가 꼽힌 데 대해 “남여간 임금 격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