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호주 수석 장관, 지역 토착 원주민 커뮤니티에 당부
전통적으로 울룰루(Uluru) 소유권을 인정받아 온 이 지역 원주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울룰루 국립공원 방문자들은 이 거대한 바위에 오르기를 원하고 있다. 사진은 울룰루를 등반하려는 이들이 순서대로 바위를 오르고 있다.
“울룰루(Uluru)는 파리의 에펠탑(Eiffel Tower)보다 한 수 위입니다.”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 아담 가일스(Adam Giles) 수석 장관이 북부 중앙 지점의 울룰루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비교하며 이 거대한 바위의 등반을 허용해 달라고 지역 원주민들에게 호소했다고 금주 수요일(20일) 국영 ABC 방송 보도했다.
조상들의 문화가 담긴 신성한 곳으로 여긴 지역 원주민, 특히 응우라리짜(Nguraritja) 및 아낭구(Anangu) 부족은 울룰루 등반을 반대하며 여행객들에게 등반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해 왔다.
금주 화요일(19일) 가일스 수석 장관은 북부 호주 의회 연설에서 “이 등반 프로그램을 지역 원주민들도 허용한다면 더 많은 여행객 유치로 지역사회 고용과 토착 문화에 대한 보다 깊은 고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 장관은 “몇주 전 호주의 우명 골퍼였던 그렉 노먼(Greg norman)씨와 함께 울룰루를 방문했다”고 밝히며 “당시 강풍으로 인해 등반이 제한되었었지만 우리 모두 여행객의 등반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에서 “중부 호주(Central Australian)로 오기 전 시드니에 들렀을 때 사람들이 하버브릿지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언급한 수석 장관은 “하버브릿지 등반은 세상에서 가장 인상 깊고 짜릿한 경험으로 손꼽혀 왔지만 울룰루만큼의 영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원주민들이 허용한다면 울룰루 등반에 따른 수익성 사업에 ‘아낭구 부족’을 참여토록 함은 물론, 현 시점에서 시급한 지역민 고용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전통적으로 울룰루의 소유권을 인정받고 있는 아낭구 부족의 우호적인 답변, 그리고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화적으로 민감한 장소들, 전 세계적으로 관광과 문화가 성공적으로 결합된 많은 선례들이 있다고 언급한 수석 장관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Angkor Wat) 신전, 인도의 타지마할(Taj Mahal), 페루의 마추피추(Machu Picchu) 등이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울룰루는 이 중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자연 유산이며 에펠탑보다 훨씬 높고 또한 더 아름답다”고 말했다.
울룰루 등반의 첫 1.6킬로미터 구간은, 울룰루 바위에 쇠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연결한 체인을 잡고 시작된다. 1950년대 이래 이 바위를 등반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은 35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ABC 방송은 한 남성이 항의의 표시로 울룰루 등반의 시작 부분에 있는 이 체인을 자른 일을 전한 바 있다. 그는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 “울룰루 등반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유발하려는 취지였다”고 말했었다.
또한 지난해 초에는 27세의 대만 남성 여행객이 20미터 높이의 바위 틈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심각한 머리 부상 및 다발성 골절상을 입고 응급 항공 서비스를 통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호주 국립공원관리공단(Parks Australia)의 홈 페이지에는 ‘고혈압이나 저혈압, 심장질환, 호흡 곤란 또는 고소공포증 등의 질환을 갖고 있으며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면, 절대 등정하지 말라’는 경고 글이 게시되어 있다.
가일즈 수석 장관은 “우리는 전문가를 투입하여 엄격한 안전 규정들을 세우게 할 것”이라며 “울룰루 등반은 쉽지 않고 사고가 발생될 수 있지만 엄격한 안전 관련 규정 하에 관리한다면 여행객들에게 호주 토착문화의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4년까지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Uluru-Kata Tjuta National Park) 방문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연방 정부가 2010년에 내놓은 울룰루-카타츄타 국립공원 10년 관리 계획안은 울룰루 등반에 대해 “등반객 수가 20% 이하로 감소할 경우 영구적으로 폐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 초, 연방 환경부 그렉 헌트(Greg Hunt) 장관이 상징적 장소에 대해 민간 운영의 트레킹 프로그램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이후 울룰루 인근 지역민들이 ‘전면적인 등반 금지’를 요구하자 “이 같은 방침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