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고원의 원래 주인은?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7.png

 

<기원전후 동방의 세력자였던 흉노입니다. 몽골고원 전체를 차지하였고 한 제국에게 공물을 받았으며, 서쪽으로는 유럽까지 진출했다>

 

 

  몽골고원의 원래 주인은 누구?  라는 우문에 대한 현답은 뭘까?  당연히 몽골고원에서 대대로 유목생활을 해 왔던 집단이나 족속이 될 것이다.  그게 몽골족 아니냐?  고 되물을 수 있겠으나 엄밀히 말하면 꼭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징기스칸이라는 걸출한 영웅이 나타나서 몽골고원을 통일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미 주요 6개 부족이 몽골고원을 무대로 할거하고 있었고 그 이전에는 흉노가 몽골고원을 주무대로 활동했다. 흉노제국이 분열되고 몽골고원을 터전으로 삼은 북흉노가 서방으로 밀려난 후에는 선비, 고차, 유연 등의 유목민 집단이 몽골고원을 지배했다.
즉, 시대에 따라 몽골고원의 주인은 바뀌었고 또 다른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그래서 근대적 민족개념으로서의 몽골족이 몽골고원의 원래 주인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하겠다.  


흉노시대 이후의 주인은 선비, 고차


  선비는 동호의 후예라고 일컬어지는데 한때 흉노의 지배를 받다가 흉노세력이 쇠퇴하는 1세기경 북흉노 잔존세력을 흡수하여 강대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개별 부족으로 분열되어 있던 선비를 통합시킨 인물은 천둥과 함께 떨어진 우박을 삼키고 임신하여 낳은 자식이라는 ‘단석괴’ 라는 영웅에 의해서였다. 
  어릴 때부터 무용이 걸출하고 그의 지시나 결정이 공정하여 몽골고원의 유목민들은 그를 군주로 받들었던 것이다. 단석괴는 중국 북쪽 변방을 약탈하고 동쪽에 있던 우리들의 선조 부여를 물리치고 서쪽으로 오손을 격파하여 과거 흉노제국의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단석괴 사망 후 자손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 선비는 점점 쇠퇴하게 된다. 
이 시기는 우리가 세계사에서 배웠던 중국의 5호 16국 시대(304~439)에  해당된다. 바로 흉노계와 선비계의 여러 부족들이 중국 북부에서 중부까지 침입하여 독자적인 왕조를 개창했던 시기이다.  5호16국 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선비계의 탁발부가 건설한 북위이지만 이는 중국사범위에 속하므로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흉노시대 때에는 몽골 고원 북방에 있다가 3~4세기 경 남쪽으로 내려온 ‘고차’의 기원은 매우 흥미롭다. 흉노의 선우에게 두 명의 어여쁜 딸이 있었다. 선우는 딸들을 하늘에 바치려고 높은 단을 쌓고 두 딸을 그 위에 올려놓은 다음 하늘이 그들을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오지 않았다. 그 후 4년이 지나 늙은 늑대 한 마리가 와서 단 아래에 굴을 파고 살았다. 동생은 이 늑대를 하늘이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언니의 반대를 뿌리치고 단 아래로 내려가 늑대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고차’의 조상이 되었다. 
 흉노, 선비, 고차 등 몽골고원을 주무대로 유목생활을 해 왔던 이들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워졌던 지간에 매년 중국 북부지방을 침략하여 약탈을 자행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약탈이라고 해서 금은 보석을 빼앗아 간 것이 아니고 주로 주로 사람과 가축을 탈취해 갔다는 기록이 보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은 약탈해간 사람들을 중국북부에서 가능한 먼 몽골고원 북부에서 농경에 종사토록 했다.  즉, 경작할 노동력으로 쓰기 위해서 주민들을 약탈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계속된 약탈로 인해 몽골고원의 유목민들은 순수 유목민사회라고 하기 보다는 유목문화속의 정착민들이 함께 사는 혼합사회였다고 할 수 있고, 인종적으로도 남쪽의 한족과 북방 유목민들간에 섞일 수 밖에 없었다.


흉노와 훈의 동족설


  훈의 기원을 몽골고원에서 좇겨난 흉노에서 찾는 설, 이른바 흉노와 훈의 동족설이 18세기에 제출되었다.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일본학자 모리 마사오는 약간 다른 설을 내놓고 있다. 
  그는 흉노(이 한자의 원음은 훈누에 가깝다)의 이름이 정복자로서 북방과 서방 여러 민족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결과 많은 집단들이 흉노를 자칭하기도 하고 다른 집단들이 북방유목민의 총칭으로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목민 집단이 다른 집단에게 습격을 당하면 반드시 이동하고 그것이 또 다른 집단의 이동을 촉발하여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훈의 서진이 눈덩이 처럼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훈’이라는 불리는 집단 가운데는 다양한 유목집단들이 포함되어 있었음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단순하게 흉노를 훈이로 보기는 어렵지만 훈의 핵심세력이 흉노 출신이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어떻든 근대적 의미의 민족 개념으로 흉노와 훈의 동족설을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리하면1~2세기 무렵 몽골고원에 거주하던 유목민 집단(흉노)은 알타이에서 톈산 산맥 북쪽 기슭, 그리고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세력을 얻은 후 4~5세기 무렵 단숨에 중부유럽까지 진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곧바로 이를 근거로 흉노를 훈으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동쪽에서 물밀듯이 밀려오는 훈은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음은 확실하다.  
 

  • |
  1. 7.png (File Size:161.9KB/Download:12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전두환 이등병 구하기 1] 미국땅 쓰레기통에서 횡재한 한권의 책

    아래 글은 <코리아위클리 플로리다> 주최 제5차 '역사와 평화'(이하 역평) 포럼 발제문으로, 지난 2012년에 쓴 글입니다. 14일 오후 7시에 행한 이번 포럼을 위해 일부 수정하여 발표했습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예우'를 해주면 망월동을 참배하겠다"...

    [전두환 이등병 구하기 1] 미국땅 쓰레기통에서 횡재한 한권의 책
  • [양원식 전 고려일보주필의 10주기를 맞으며] [1] file

    ‘이역살이’의 외로움… 시와 글로 승화시킨 이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발행인)          2006년 5월 9일 오전, 양원식 선생이 갑자기 운명했다는 연락을 받았...

    [양원식 전 고려일보주필의 10주기를 맞으며]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7 file

    몽골고원의 원래 주인은?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기원전후 동방의 세력자였던 흉노입니다. 몽골고원 전체를 차지하였고 한 제국에게 공물을 받았으며, 서쪽...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7
  • 성공하는 창업자들의 12가지 특징(2) file

      직원에 성취 의욕 고취, 회사내 원활한 의사소통도 중요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유니버시티교수) = 바로 전 칼럼에서 ‘성공하는 창업자들의 12가지 특징”중 6 가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7번째부터 12번째까지 말씀을 드리겠습니...

    성공하는 창업자들의 12가지 특징(2)
  • 좌측문화와 우측문화의 조화

      일제 강점기를 격고난 조선 새 한국정부는  우선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시작하였다. 거리의 통행질서 , 보행자는 좌측통행 .자동차는 우측통행. 차의 우측통행 보다 사람의 좌측통행에 더더욱 강조하였었다. 잊어 버릴만 하면 보이는 차. 나는 좌측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 성공하는 창업자들의 12가지 특징(1)

      좋은 아이디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한가지의 창안으로 대성공을 한 실례가 보도될 때마다 “나도 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고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

    성공하는 창업자들의 12가지 특징(1)
  • 죽음의 문턱에서 깨어난 이야기 file

      [이민생활 이야기] ‘오늘의 삶’이 소중한 이유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오늘은 내일이면 어제가 되고, 내일은 또 오늘이 되고 어제가 된다.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 하기 보다는 오늘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오늘의 삶’을 극구...

    죽음의 문턱에서 깨어난 이야기
  • 요셉의 꿈, 거위의 꿈

      (*아래 칼럼은 4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패널토론 형식을 빌린 '재외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심포지움에서 김명곤 기자가 발표한 '재외언론인, 무엇으로 사는가'를 수정한 것입니다. 급히 준비하느라 탈자와 오자, 그리고 중복 구절들이 있기...

    요셉의 꿈, 거위의 꿈
  • 직장도 좋지만 창업 도전에도 관심두라 file

      대기업 선호 경향은 지양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미국이든 한국이든 학업을 마친 젊은이들에게는 취직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취직'과 '직장 갖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업을 차리는 것도 직장을 갖는 것입니...

    직장도 좋지만 창업 도전에도 관심두라
  • 박 대통령이 직접 친박 해체하고 탕평책 통해 창조정치해야  

    박 대통령이 직접 친박 해체하고 탕평책 통해 창조정치해야 새누리당 원로들이 20대 총선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공천파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본보 4면 기사) 김수환 전 국회부의장은 당 재건을 위해서는 계파해체가 우선되어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

  • 할머니 인권운동가들을 아시나요 file

    뉴욕=뉴스로 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인권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놀랍게도 인권의 기본적인 개념은 18세기말 프랑스 혁명이후에 비로소 정립(定立)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인권은 세계의 많은 여성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

    할머니 인권운동가들을 아시나요
  • 오늘은 4월19일 입니다 file

          뉴욕에 와 있습니다   오늘 현재 19일까지의 일들을 기억 나는대로 살펴 보겠습니다   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요. 봄이와도 봄같지 않으니 말입니다   흔히들 四月은 잔인(殘忍)하다고 합니다         생명의 몸부림으로 약속한 새 싹의 찬란한 봄날일진대   죽은땅...

    오늘은 4월19일 입니다
  • 행복한 조직체 위해 막연한 불평불만 불식해야 file

      문제해결 보다 문제에만 집념하면 곤란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사업에 성공한 한 CEO가 말했습니다. “나는 행복한 기업문화를 원한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은 직원은 해고해 버린다.”좀 냉정한 듯한 말이지만 이 CEO의 언...

    행복한 조직체 위해 막연한 불평불만 불식해야
  • 품앗이 잘 주고 받는 사회가 평화롭다 file

      ‘품앗이와 양반 이수’ (올랜도) 송석춘 (독자) = 품앗이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을 말한다. 미국땅에서는 ‘뮤추얼 어시스턴스(Mutual Assistance)’라고 하며 주로 시골 마을에 형성되어 왔다. 현대인들은 품앗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

    품앗이 잘 주고 받는 사회가 평화롭다
  • 4·13 총선을 통해 국민은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한다

    4·13 총선을 통해 국민은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한다 4·13 총선 대참패로 '선거 탄핵'을 받은 새누리당과 친박계의 좌장 서청원 의원이 선거 당시 주장했던 바대로 새누리당의 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국민의 민의가 무엇인지 햇갈리고 있는...

  • 대북봉쇄전략에 출구전략이 필요한 이유

      4.13 총선이 끝났다. 이번 총선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북풍몰이’가 통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해 전면적인 대북봉쇄, 북한의 테러 가능성 제기, 그리고 집단 탈북을 이례적으로 ...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4 file

                   NOMAD(기마유목민)의 탄생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한인일보발행인)     지난 3편까지가 이번 연재의 서두 부...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4
  • 아름다운 원고료 file

        ‘맘앤아이(Mom & I)’에서 메일이 왔다. 뉴욕교포를 상대로 뉴저지에서 발행하는 월간 패밀리 잡지다.   “원고 감사합니다. 원고료를 보내드리고져 하오니 성함과 주소를 알려주세요.”   “교포상대라서 적자운영일텐데 웬 원고료입니까?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

    아름다운 원고료
  • 우크라이나는 왜 항상 분열할까? file

        우크라이나의 총리 야체뉴크가 포로셴코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12일 결국 사퇴했습니다. 야체뉴크는 지난 2014년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현 포로셴코 대통령과 연정을 구성한 인민전선의 당대표입니다. 야체뉴크와 포로센코 두 과두세력은 지...

    우크라이나는 왜 항상 분열할까?
  • 뉴욕의 ‘전화비서 서비스’…그옛날 그시절 file

        필자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칼럼을 통해 밝힐 수 있는 두 시절 첫번째는 독일 주재원시절 독일 중앙은행장(Bundesbank Praesident) 공관이 있는 Frankfurt 근교 Taunus 산맥 기슭에 자리한 고도(古都) 그림같은 Kronberg에 살고 있었을 때였고 두번째는 미국으...

    뉴욕의 ‘전화비서 서비스’…그옛날 그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