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19시 30분에 Université Paris 8 Amphi X에서 -촉각콘서트 "다섯 가지 기억"- 이란 제목의 공연이 있었다.공연은 한국 국악과 프랑스 일렉트로 아쿠스틱 그리고 무대미술이 함께하는 꼴라보 공연으로 한불수교 130주년 정식 라벨 선정 작이다.
이번 주 토요일인 5월 14일에 프랑스 중부의 끌레몽 페렁 (Clermont-Ferrand)에서 다시 선보일 예정인 촉각 콘서트 ‘다섯 가지 기억’을 연출한 이인보 공연 연출가를 만났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을 무대미술이 함께하며 시.공간을 넘나들 듯 무한한 우주공간을 보여주는 꼴라보 공연, 아주 인상적이고 특별했습니다. 개성적인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 촉각 콘서트 “다섯 가지 기억”은 공연에 참가하는 모든 예술가인 연출자와 음악 연주자, 무대 미술가가 촉각이라는 원시적 내부감각을 중심으로 함께 만드는 작업입니다.
‘본다’와 ‘듣는다’ 라는 거리를 가진 감각이 아닌, ‘만진다’라는 몸에 직접 닿는 생생한 자극적 성격을 가진 피부감각을 중심으로 작업 하면서 청각예술과 시각 예술이 하나가 되어 관객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전과 공연 하는 동안, 그리고 공연 후에 연주자와 관객들 모두가 다시금 예민해지는 촉각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촉각, ‘다섯 가지 기억’이란 것은 무엇인가요?
-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 클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흙, 공기, 물, 불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4원소가 섞이는 비율에 따라 다른 원소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고요. 또한4원소는 모두 하나의 원질로 부터 되어 있고, 이 원질은 그 자신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4개 촉감의 성질 즉,건, 습, 냉, 열의 네 성질이 두개씩 조를 이루어 부가될 때 비로소 현실적인 물질로서의 원소로 된다고 주장 했죠. 전 네 개의 촉감의 성질과 더불어 컴퓨터 음악과 한국음악 그리고 공간 설치물의 앙상블을 통해 촉각은 물론 시각감각과 청각감각 또한 깨어나,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들었던 익숙한 소리와 풍경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목적으로 이번 공연을 작업했습니다.
공연 연출이 제게는 생소한데요. 공연연출을 하게 된 계기는?
- 중학교 때부터 대금을 배우기 시작하여, 예고를 걸쳐 서울대 국악과에서도 대금을 계속했습니다. 대금을 하면서 공연도 하고, 무용이나 연극 등 다양한 공연도 보면서 직접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공연을 연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연출가가 하는 일은 무용, 연극, 퍼포먼스, 설치예술 등 모든 장르의 예술에 음악과 무대미술을 더하여 새롭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창작 작업을 하는 것이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리 8대학의 연극과에 편입을 했습니다.
공연과가 아닌 연극과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 공연 연출을 하려면 보편적인 무대 연출인 연극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극과에서는 무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무용, 음악. 무대 설치 등을 배우고 접하면서 연출에 더 가까이 접근 할 수 있었고, 연극으로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공연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 배운 것들로 만든 작품이 이번 공연입니다. 한국의 대금, 소리, 타악기와 프랑스 연주가들인 일렉트로 아쿠스틱을 하는 프랑스 연주자들과의 뮤직믹스에 무대미술가도 참여하는 연출을 통해 표현 한 것이죠.
이번 공연이 특별히 의미가 더 큰 것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이루어 진 것이에요. 이미 1월에 서울에 있는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초연을 했는데 관객들의 큰 반응에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지난 월요일 8대학 공연에 100여명의 관객이 찾아주었고 관객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관객들이 같이 호흡하며 공감해줄 때 공연연출가는 가장 행복합니다. 이번 공연을 진행하며 낯설고 힘든 길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이번 토요일에 있을 공연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프랑스 중부에 위치하여, 국제 도시 파리가 아닌 프랑스의 전형적인 도시에서의 관객들과의 만남은 어떤 만남일까 궁금하거든요.
한국에서 흔하게 배우기 시작하는 피아노,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가 아닌 중학생 때부터 대금을 배웠다는 것이 뜻밖인데요?
- 어렸을 때부터 작은 소리들이 좋았습니다. 귀를 기울여만 하는 소리들부터 예민하게 모든 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한국의 대부분의 전통악기들이 내는 소리는 작은 소리로 귀를 기울여만 하는 소리죠. 그중에서도 우연히 들은 대금이 참 좋았습니다.
성장하면서 제가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예민해지고 싶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더 나아가 잘 보아야만 보이는 것, 항상 느껴야만 감지되는 소리, 촉각들, 말하고 싶은 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당장 말하지 못하는 것들, 언어의 한계를 넘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음악, 미술, 문학, 영화 등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제게는 소리이고, 이 소리를 촉각으로 다가가게 하고 싶다는 것을 어느 날 알게 되었구요.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처럼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듣고 싶은 이유가 작은 것에, 보이지 않는 것에 담겨져 있는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작업까지 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이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 부모님, 가족, 친구들과 살던 생활에서 벗어나 혼자 다 해결하며 파리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적응이 되어가는 만큼 어려운 것보다는 파리 생활의 좋은 점 등을 누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파리는 공연환경이 아주 좋습니다. 365일 좋은 공연이 열리고, 커피 마시러 가듯 공연을 보러 갈 만큼 문화 환경이 좋으니 관객들의 반응, 수준, 태도 등도 높습니다.
프랑스는 공부에 있어서도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교육이 아니라 쌀을 가지고 밥이나, 죽을 끓이는 법을 스스로 찾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입니다. 배운 것을 스스로 행동으로 하게는, 하는 방법을 찾게 하는 교육으로 제가 직접 공연까지 할 수 있는데 덜 어려움을 느끼며 공연을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10개의 작품을 만든다면 이곳에서는 열 작품 중 두 작품만 좋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실험이고 창작이기에 과정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중요해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한다는 것에 자유로워요.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기존의 틀에 연연해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틀을 깨기 위한 공연을 만들 때 좋은 창작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번 공연도 그런 과정의 하나로 만들어진 작업입니다.
이처럼 33세의 이인보 공연 연출가와의 만남은 모든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내며 실험적 작업을 통한 공연 예술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인터뷰였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배운 대금의 세계에서 더 넓은 세계로 접근하며 그가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공연으로 자주 볼 수 있기를...
이번 5월 14일 토요일 20시 30분에 열리는 공연이 큰 호응을 얻기 바라면서, 즐거움을 나누어준 이인보 공연연출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촉각콘서트 - “다섯가지의 기억”
공연시간 : 5월 14일 토요일 20시 30분
장소 : Salle Boris Vian Maison de la Culture
주소 : 71 Boulevard François Mitterrand, 63000 Clermont-Ferrand
전화번호: 06 79629089
Photograph by 'You jin Chung'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