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외면하고 인종차별 조장 정치인 반대해야"
컬럼비아대 졸업연설…명예박사학위 수여
뉴욕=뉴스로 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기후변화 외면하고 인종차별 조장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지 마세요.”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식 연설에서 공화당의 유력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사실상 겨냥한 정치적 레토릭을 구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반기문 총장은 이날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진 3분여의 연설에서 짧지만 함축(含蓄)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유엔이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기후변화 문제에 무관심하고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정치인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다소 선동적인(?)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미 대선 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뉴욕 한복판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비록 특정인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투표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은 자칫 파문(波紋)이 일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알려진대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반감을 갖고 반이민정책과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대선주자는 공화당 유력후보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전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만나 핵프로그램을 중단토록 하겠다는 뜻과 함께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미국이 손해를 봤다며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기문 총장은 이날 컬럼비아대 리 볼링어 총장을 비롯한 내외빈과 졸업생들에게 감사를 전한 후 "유엔과 컬럼비아대는 단순한 뉴욕의 이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든든한 동맹"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반 총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두 개의 짧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는 시리아와 여러 지역에서 전쟁범죄에 전율(戰慄)을 느끼고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에 분노한다. 특히 지도자가 되려 하는 정치인들이 사람들을 통합시키는대신 갈라서게 만드는 것에 분노한다"고 사실상 트럼프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두번째 메시지는 기후협약을 위해 테크놀로지에 강한 젊은 세대가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최고기온이 지속됐다.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정을 위해 힘을 합쳐달라. 이 문제를 외면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지 말라. 재활용이 되지 않는 상품을 사지말라. 제발 전등부터 꺼달라(아껴달라)"고 주문했다.
반 총장은 끝으로 "내 스승 중 한 분의 충고(忠告)를 여러분에게 들려주겠다. 두 발은 땅에 딛되 머리는 하늘위에 둬라. 꿈은 크게 꾸되 현실적이 되어라. 여러분은 열정과 연민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존감을 갖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무궁한 행복과 성공을 기원한다"고 맺었다.
반총장은 지난 2013년 고향 충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젊은이들에게 같은 충고를 전한 바 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저녁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에서 퇴임후 국내 정치 기여 가능성에 대해 '내년에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며 정치적인 질문을 사양했다.
그러나 컬럼비아대 졸업연설에서 전한 메시지가 주목을 받으면서 향후 반 총장이 취할 정치적 수사(修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꼬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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