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수상과 박근혜 대통령은 화요일(8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양국 간 협력 방향을 제시할 ‘비전성명’을 채택했다. 정상회담 뒤에는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통상장관이 FTA 협정문에 서명했다.
애보트 수상-한국 국민연금의 호주 투자에 관심, 호주 언론 보도
자유무역협정 발효시 한국산 자동차 수출 활성화 기대-박 대통령
금주 화-수요일(8-9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수상은 화요일(8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고 외교안보 분야의 양국 간 협력 방향을 제시할 ‘비전성명’을 채택했다. 정상회담 뒤에는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통상장관이 FTA 협정문에 서명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한-호주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대(對)호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고 10억 달러 미만 투자에 대한 심사 절차가 면제되는 등 우리의 대 호주 교역과 투자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호주는 우리의 최대 자원공급국이자 해외자원 개발투자 대상국이라며, “두 정상이 자원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애보트 수상도 “이번에 서명한 FTA는 양국 관계에서 역사적 순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양국이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던 것은 신뢰 때문”이라며 “양국 간의 관계는 경제적 관점을 훨씬 넘어서는 광의의 관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한·호주 FTA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가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한·호주 FTA와 TPP 참여 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 언론들은 한·호 FTA 체결에서 자동차를 얻고, 쇠고기를 내줬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최대 수혜 품목은 역시 자동차이다. 주력 수출 차종인 중소형 휘발유차와 5톤 이하 트럭에 대한 5% 관세가 발효 즉시 철폐되면서 자동차 수출 가격이 4.8%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 현재 11.5%인 호주 자동차 시장의 한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에서 지하자원을 수입하는 철강과 에너지 산업도 수입가격 인하에 따라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민감한 쌀과 과실류는 협상에서 제외했고, 일부 농산물의 경우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보호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쇠고기 업종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주산 쇠고기에 붙는 관세율 40%가 15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지지만 지금도 가장 많이 수입되는 호주산이 한국 시장을 더욱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언론들은 또한 이르면 내년부터 이번 FTA가 발효될 예정이지만 국회 비준 과정에서 농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언론들이 이번 FTA의 득실을 따지는 것에 비해 호주 언론은 수년 내 1조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국민연금의 호주 투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는 수요일(9일) 애보트 수상이 양국 FTA에 따라 한국 자본이 호주에 투자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특히 세계 4대 연금펀드인 국민연금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애보트 수상을 수행한 조시 프라이덴버그(Josh Frydenberg) 정무차관은 이날 한국의 주요 펀드 관계자들과 별도의 회동을 한 자리에서 “한호 FTA 체결로 한국의 자본이 10억 달러(약 1조원)까지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호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며 자국에 투자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연금 주요 임원들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민연금은 2009년 시드니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 업무용 빌딩을 6억8천500만 달러에 매입하는 등 호주의 몇몇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신문은 또한 애보트 수상이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해 브리즈번에서 발생한 두 건의 한국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피살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두 사건 모두 범인이 잡혔다”고 설명하고 “호주에 있는 한국인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호주는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영혁 기자 yhchung@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