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산위구르 왕국, 몽골제국 형성에 공헌하다.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위구르.png

 

  지지난주 필자는 중국의 우룸치에서 이닝을 거쳐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는 손님들을 마중하러 호르고스를 다녀왔다.  신실크로드 물류현황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상하이에서부터 길을 나선 이들은 우룸치와 이닝을 지나 차를 타고 호르고스로 들어온 것이었다. 필자는 이들에게  카자흐스탄의  ‘누를르 졸(신 실크로드)’ 정책에 따라 건설되고 있는 도로와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공사 현장을 보여주면서 현장 책임자와 정책 입안자 들을 두루 만나게 해주었다.  대신 그들로부터 최근 중국 대도시에 대해 재밌는 얘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알마티와 가까운 우룸치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위구르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해들은 우룸치 소식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CIS지역을 향한  물류 발진 기지 또는 이 지역을 상대로 하는 국제무역도시로서의 면모가 많이 위축되었다는 얘기들 뿐이었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손님들로 넘쳐나던 우룸치의 국제시장은 상인들이 줄어들어 한산해졌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말을 듣고 보니 오히려 이곳의 불경기가 어느 정도인지 피부에 와 닿았다.

 한편, 우룸치 시내 거리에는 재작년 4월 30일 80여명의 사상자를 낸 우룸치 기차역 폭탄테러 등의 영향으로 인해 중국 군경의  경비가 삼엄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북방 유목민이었던 위구르족이 선조들의 생활방식을 버리고 오아시스 농경민으로 살아가도록 만들었던 비옥한 투르판 분지를 포함하고 있는 곳이 졸지에 ‘중국의 화약고’로 불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땅이 왜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우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톈산위구르 왕국의 탄생

 

  ‘위구르’족의 선조는 바로 유라시아 초원에서 유목을 하던 고차족이다.  이들은 바이칼 호 남쪽 협곡과 예니세이강 일대에 사는 알타이계 유목민족이었다. 이들은 약간의 농업과 예니세이강 유역의 풍부한 철광석을 바탕으로 금속문화를 발달시켰다. 이후 흉노에 복속되어 무기를 제공하였으며 돌궐의 지배하에 있던 위구르는 처음으로 중국의 사서에 바이칼 남쪽 지역의 1만여호의 작은 부족으로 기록된다.

  위구르 왕국의 유래는 유목 세력의 오아시스 지배라는 과정을 밟지만 오사이스에 완전히 정착한 점은 이전의 유목민과 큰 차이가 있었다. 중앙아시아 동부의 투르크화는 이와 같이 유목민의 정주화를 의미했다. 그들은 다시는고향인 초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점차 유목적 성격을 잃고 정착 농경사회로 탈변한 위구르 제국은 결국 군사력이 약해져서840년 다른 터키계 민족인 키르기즈(Kyrgyz)에 의해 멸망한다. 위구르 제국이 멸망하자, 위구르의 유민들은 간쑤, 신장, 톈산 산맥 서쪽 추이 강 유역으로 이동해 정착하였다.

  톈산 위구르 왕국은 오아시스 도시와 농촌을 사회적 기반으로 하여 성립되었다.  위구르 왕족들은 베슈발리크 주변에서 말떼를 기르며 기마민족의 풍모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오아시스에 관개시설을 만들고 성내에 많은 누대를 설치하여 공예 장인을 고용하기도했다. 왕국의 중심지였던 투르판 분지에는 예로부터 풍요로운 오아시스로 유명하다. 곡물은 메밀을 제외하고 오곡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고 이모작도 가능했으며 포도를 비롯한 과일과 면화, 참깨가 풍부한 것도 현재와 다르지 않았다.

 

징기스칸제국 형성에 공헌하다

 

  위구르인들은 식자 능력 함양은 중앙아시아 복합 문화가 집대성되었음을 말해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위구르인들은 이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타림 분지 오아시스를 통합시켰다 . 그 결과 소그드인을 대신하여 위구르인이 스스로 동서교역의 담당자로 등장했다. 이 방면에서도 위구르인의 식자 능력은 큰 힘을 발휘했다. 텐산 위구르왕국은 10세기 후반부터 몽골 고원으로 진출한 거란과 그에 대항한 송나라의 동향을 살피면서 무역활동에 매진했다.

  몽골고원에서 징기스칸이 흥기하자 위구르 왕 바르추크 알트 티긴은 스스로 몽골에 복속했다. 그는 1209년부터 1211년에 걸쳐 사절이 왕래하는 동안에 이르티쉬 강 방면에서 칭기스칸의 숙적 메르키트족의 잔당을 토벌했으며, 카라 키타이의 대관을 살해하고 칭기스칸에게 귀순하여 왕국의 운명을 보존하는데 성공했다. 바르추크는 칭기스칸의 딸 알알툰을 아내로 맞이하고 스스로 그의 다섯째 아들이 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몽골제국형성 초기에 위구르와 몽골 양쪽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위구르 왕 의 지위는 14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명목상 변함없이 보존되었다. 즉 몽골과 원나라 황제는 역대 위구르 왕에게 이디쿠트의 칭호, 고차왕의 명의, 금인 또는 그 일부를 수여했다. 또 바르추크 외에도 몽골 왕족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는 왕이 확인되는데, 위구르인들에게 신흥 몽골의 군사력은 강력한 배경이 되었다.

 한편 위구르 문화는 초원의 투르크계 집단에도 전파되었다. 몽골 초원 서부에 자리잡고 있던 나이만족의 타얀 칸 휘하에서 고문으로 봉사하던 위구르인 타타통가는 타얀 칸을 타도한 징기스칸에게 포로로 붙잡혔을 때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인새를 몽골로 가져왔다. 또 그는 징기스칸의 명령으로 왕자들에게 위구르어를 가르쳤다.  그 당시 몽골 정권은 문자와 정주지 통치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위구르 문화는 몽골인들이 그 후 정주 지역을 점령하고 통치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다. 그런데다가 글을 아는 많은 위구르인들이 연이어 몽골 정권에 의해 등용되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몽골과 위구르의 집단적인 공생관계는 급속하게 진행되었으며 또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상호부조가 이루어졌다.

 

  • |
  1. 위구르.png (File Size:750.0KB/Download:11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고용시장에도 의리와 윤리가 있다 file

    경쟁사로 이직, 급작스런 감원 등에 대한 기업의 사전 조치 필요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유니버시티교수) = 고용시장에서는 옛날부터 내려온 불문률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Employment at will”이라고 하는데 이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나 직장을 ...

    고용시장에도 의리와 윤리가 있다
  •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file

    [행복편지] 스스로를 바꾸어야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싱그러운 실록의 계절 6월이다. 플로리다 무더위가 다소 버거워도 이곳에서 삶을 살고 있는 가정들이 이 시기를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네기의 인생론에는 ...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0 file

    톈산위구르 왕국, 몽골제국 형성에 공헌하다.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지지난주 필자는 중국의 우룸치에서 이닝을 거쳐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는 손님들을 마중하러 호르고스를 다녀왔다.  신실크로드 물류현황을...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0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9 file

    오아시스 농경민의 원래 고향은?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우리는  지난호까지 기원전부터 유라시아 초원에 살았던 유목민들의 역사를 훑어보았다.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9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8 file

       돌궐과 투르크 그리고 터어키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우리는  지난호(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7)까지 기원전부터 대략 기원후 5세기 정...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8
  • 백악관의 제주도 나무들 file

      주목, 구상나무, 개나리 진달래 피어나   백악관=뉴스로 윌리엄 문 기자 moonwilliam1@gmail.com         백악관 남문과 북문 앞으로 관광, 안내, 산책을 많이 다녔지만 백악관 북문 경내에 수령(樹齡) 50-70년생 쯤 되어 보이는 주목(朱木) 나무들이 있음을 전혀 눈치...

    백악관의 제주도 나무들
  • '기독교 환자' 우일병의 참회록

    '기독교 환자' 우일병, 고참을 들이받다 [꽁트: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2] 한 '꼴통' 기독교인의 참회록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우일병이 소속된 사진반은 밤 12시가 넘도록 암실에서 현상.인화 작업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희미한 적조등 아래서 ...

    '기독교 환자' 우일병의 참회록
  • [몽골] 무하마드 알리 별세, 몽골에서도 추모 물결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몽골] 무하마드 알리 별세, 몽골에서도 추모 물결   6월 3일 금요일(미국 현지 시각) 별세 이후, 지구촌 언론 매체를 통해, 몽골을 비롯한 지구촌 각국에서 추모 열기 이어져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ㅣ 기사입력  2016/06/07 ...

    [몽골] 무하마드 알리 별세, 몽골에서도 추모 물결
  • 당근 우습게 여기지 마라 file

        너에게 묻는다     김명곤     경상도 양반동네 예천에서 태어나 구공탄 냄세 밴 전라도 익산에 사는 '연탄재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물었다.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토끼하고 발 맞추던 전라도 벽촌에서 태어...

    당근 우습게 여기지 마라
  • ‘대작’그림 팔아먹다 쫄딱 망한 조영남 file

      글=이계선(뉴스로)   김포공항 가는 등촌동 언덕배기에 서있는 나사렛신학교. 여름방학이라 기숙사는 빈집이었다. 졸업반인 난 잠간 들릴 일이 있어 문을 여는데 찬송(讚頌) 소리가 들려왔다.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

    ‘대작’그림 팔아먹다 쫄딱 망한 조영남
  • 2016년 5월, 개같은 날의 오후 file

    2016년 5월, 개같은 날의 오후 <5.18 시선>   김명곤     희극같은 요설이 판치는 세상 전씨가 ‘신동화’ 인터뷰에서 12.12 쿠테타를 묻는 기자에게 “12.12가 뭐죠?” 되묻고는 '예우해주면, 망월동 참배 가겠다’ 그랬답뎌   아하, ‘망각’도 ‘각’이라 전두환 선사의 도는 ...

    2016년 5월, 개같은 날의 오후
  • '광주'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마라

        [전두환 이등병 구하기 2] ‘모래시계’에 묻혀버린 광주의 진실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예우'해주면 망월동을 참배하겠다"는 언급을 하여 광주 시민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1979년 치밀하게 계...

    '광주'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마라
  • 이미자와 노닥거린 장동백이 아들, 곰배마을 영영 떠나다

      [꽁트 :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1] 깡촌 교회마을 ‘전축’에 얽힌 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시상에나... 장동백이 아들 실성혔나벼! 밥도 제대로 못 끓이는 주제에 전축이 다 뭐다냐?" "뭐시기라? 얼마전에는 옆집 이장에게 쌀 산다고 500원만 ...

    이미자와 노닥거린 장동백이 아들, 곰배마을 영영 떠나다
  • [칼럼] 대한민국 방문 몽골 대통령 이름 한글 표기 유감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칼럼] 대한민국 방문 몽골 대통령 이름 한글 표기 유감   몽골 대통령 이름 한글 표기는, 2005년 6월 22일에 열린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63차 회의에서 확정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가 옳은 표기이다   알렉스 강 ...

    [칼럼] 대한민국 방문 몽골 대통령 이름 한글 표기 유감
  •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가요’? file

    기자의 눈 - 이광희 :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가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대한민국 아픈 역사의 한 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의 도입 부분이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80년대를 가열차게 살아온 86(80년대 학번에 60년...

  • '오지랖이 넓다’ 해도 좋다 file

      [이민생활 이야기] 시사건건 간여했다 피해입은 경험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미국 격언에 '늙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하였다. 이민 1세대가 미국땅에서 크게 성공할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늙어 마음 편히 살 수 ...

    '오지랖이 넓다’ 해도 좋다
  • 은퇴 준비 가볍게 보면 곤란합니다

      연금 가입 늦출수록 나중에 후회, 절세 효과도 상당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신빙성이 높은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민의 다수가 은퇴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X세대라고 불리는 21세-34세까지의 성인과 Y세대...

    은퇴 준비 가볍게 보면 곤란합니다
  • 하나님보다 먼저 모실 부모님 file

    글 김경락 목사     Chosun.com이 소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국민 절반 이 "어버이날 부모님 모시고 식사하겠다" 고 한 답변을 소개했다.   장성한 두 아들이 결혼하여 사랑하는 딸이 둘이나 생겼다. 올해도 그들은 부모님을 위한 음식을 준비한다. 끈딸은 어머니 좋아...

    하나님보다 먼저 모실 부모님
  •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 파리로 향한 이유?

    “도대체 왜 여기에 왔느냐, 여기까지 와서 무얼 하려는 것이냐?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심정은 알겠는데, 우리도 너무 바쁘다. 난민 문제도 산적해 있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해야할 일,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멀리 변방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신...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 파리로 향한 이유?
  • 어버이라는 이름의 부끄러움

    ‘태산처럼 높고 높은 어버이 은혜, 살아계실 때 섬기기를 다하여라’ 정철(1536-1593)의 훈민가(訓民歌)는 부모님의 숭고함을 잊지 말고 공경하라는 가르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버이’라는 표현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자 과연 얼마나 될까...

    어버이라는 이름의 부끄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