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유로컵이 6월 10일 21시 프랑스-루마니아 개막전을 시작으로 7월 10일까지 대장정의 막이 오르며, 파리, 생-드니를 비롯한 10개 도시에서 총 51개 경기가 펼쳐진다. 이들 유로컵 유치도시들 이외에 은근히 관심이 쏠리는 고장들이 있다. 바로 24개국 대표선수들이 여장을 푸는 베이스캠프들이다.
각 국가대표팀은 예외 없이 최소한 세 경기를 치루며, 적어도 6월 19일 내지 23일까지 합숙훈련장으로 선정된 캠프에서 휴식을 취하고 체력관리 및 훈련경기를 갖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열렬한 팬이 그의 사인을 받아내고자 한다면, 포르투갈 대표팀의 켐프인 파리근교 마르쿠시(Marcoussis)에서 절호의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프랑스 기자단들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24시간 진을 치는 곳이 있다면, 바로 프랑스대표팀의 캠프인 파리근교 랑부이에 숲속 클레르퐁테느(Clairefontaine)의 프랑스축구협회(FFF)이다.
각 대표팀이 머무는 캠프는 경비가 삼엄하여 일반인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되지만, 운이 좋으면 이곳에서 스타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아낼 수 있다. 각 대표팀마다 스케줄에 따라 훈련장을 오픈하는 것이 전례인데, 실전의 축구경기 못지않게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곳이다.
전반적으로 각국 대표팀들이 여장을 푸는 캠프는 광천온천 스파(SPA) 리조트시설이 마련된 특급호텔과 가까운 거리에 운동장과 비행장이 있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관광명소이자 휴양지들이다.
▶ 파리 근교의 명소에 여장 풀어
포르투갈은 베이스캠프로 마르쿠시에 주둔하는 프랑스 럭비협회이며 국가대표팀 합숙훈련장(CNR)을 선택했다.프랑스 축구대표팀 합숙훈련장 클레르퐁테느와 견줄만한 최고급 시설을 갖춘 스포츠센터이다.
총 54개국이 참가한 예선전에서 강적 네덜란드를 제치고 유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아일랜드는 캠프로 베르사이유를 선호, 아름다운 고성을 방불케 하는 트리아농(Trianon) 팔라스에 여장을 푼다.
2018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는 파리근교 뤼엘-말메종(Rueil-Malmaison)의 쾌적한 자연환경을 선호했다. 문턱 높은 파리 컨트리클럽과 생-클루 경마장이 가까운 르네상스특급호텔에 머물며 인근 크르와시-쉬르-센느 운동장에서 몸을 푼다.
영국은 파리 북쪽에서 약 40Km 떨어진 샹티이(Chantilly)에 주둔하며 샹티이 축구클럽의 시설물을 이용한다.
프랑스와 개막전을 갖는 루마니아도 샹티이에 가까운 몽르와이알 팔라스 특급호텔에 여장을 풀고, 지난 6월 5일 인근 오리라빌(Orry-la-Ville)의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팬들의 참관 하에 몸을 푸는 워밍업에 착수했다.
▶ 서쪽 해안지대 휴양지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위 크로아티아는 ‘파리 21구’로 알려진 노르망디 도빌을 선호, 골프 바리에르 호텔에 최소한6월 25일까지 여장을 푼다.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유로컵 본선에 진출한 인구 3백만의 웨일스는 브르타뉴의 유명한 휴양지 디나르(Dinard)를 선택했다. 생-말로가 마주 바라보이는 바닷가 노보텔 탈라사 특급호텔에 머물며 디나르 축구단의 시설물을 이용한다. 6월 9일 연습게임에 어린이축구부 200명이 초대받았다.
알바니는 캠프지역으로 2015년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플루마나크의 해안지대를 선택했다. 2009년 프랑스축구대표단이 체류했던 페로스 귀렉(Perros Guirec)의 아가파 호텔에 여장을 푼다.
2012년 유로컵주최국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 라볼(La Baule)에 여장을 푼다. 하얀 모래사장의 길이는 약 8km에 이르며, 소문나지 않은 알짜배기 유럽부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스웨덴도 라볼과 인접한 포르니쉐(Pornichet)의 동화 같은 하얀 투렐 성에 여장을 푼다. 6월 1일부터 5주 동안 호텔을70만 유로에 아예 통째로 예약했다고 전해진다. 체력훈련은 프랑스의 최대 조선소가 있는 항구도시 생-나제르(Saint-Nazaire)의 운동장을 이용하며, 6월 8일 워밍업 연습게임에서 어린이축구부가 공 줍기를 떠맡았다.
2008년, 2012년 유로컵우승국 스페인은 샤랑트-마리팀(17) 행정구역과 다리로 연결된 일드레(Sainte-Marie-de-Ré) 섬에 합숙훈련장을 마련했다. 지중해변 코타쥬르 못지않게 일조량이 풍부하고 온후한 기후로, 저명인사들의 별장지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땅값이 유난히 비싼 것으로 소문난 휴양지. 서민층 토박이들이 금싸라기 땅으로 인하여 재벌 못지않은 고액의 재산세에 허덕였던 까닭에 한 때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FIFA 서열 1위 ‘붉은 악마단’ 벨기에의 베이스켐프는 보르도에서 가까운 명소 르피앙메독(Le Pian Médoc). 프랑스 축구대표팀, 오스트레일리아 럭비대표팀이 체류했던 골프-스파 호텔에 여장을 푼다.
▶ 남불, 지중해 해변휴양지들
1968년 이후 유로컵 우승 실적이 없는 이태리는 합숙훈련장으로 몽플리에의 그라몽(Grammont)을 선택했다. 스위스도 이태리의 캠프와 멀지 않은 몽플리에의 인근 마을 쥬비냑(Juvignac)의 비시스파 호텔에 여장을 풀고, 10분 거리인 모쏭 운동장에서 훈련한다.
이밖에도 터키는 남불 코다쥬르 해변도시 생-시르-쉬르-메르(Saint-Cyr-sur-Mer), 오스트리아는 프로방스 지방의 전형적인 아름다운 고장 말모르(Mallemort), 헝가리는 조용하고 쾌적한 시골고장 투레트(Tourrettes)를 캠프 지역으로 각각 선택했다.
2012년 유로컵의 공동유치국 우크라이나는 합숙훈련장으로 남불 엑상프로방스를 선호했다.
▶ 고성, 온천장 및 알프스 자락 휴양지들
1996년 이후 유로컵 본선에 빠짐없이 진출하는 단골국가 체코는 아름다운 고성들로 둘러싸인 투르(Tours)를 선호,근사한 샤토 벨몽(Belmont) 호텔에 여장을 푼다.
슬로바키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휴양지 비시(Vichy)를 선호했다. 스파-리조트 시설이 마련된 셀레스탱 특급호텔은 슬로바키아 선수단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훈련장은 근처 다랑공 축구장. 슬로바키아는 2010년 월드컵 4강전까지 진출한 전력을 지니지만 유로컵 본선에는 처음 참가한다.
아이슬란드의 캠프는 관광명소로서 역시나 설명이 필요 없는 알프스자락의 안시(Annecy).
월드컵 4번, 유로컵 3번 우승국인 독일은 레만 호숫가 에비앙에 베이스캠프를 친다. 에르미타쥬 특급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근처 카미유-푸르니에 운동장에서 체력을 관리한다.
상기 캠프 장소들은 각 대표팀의 체질과 기호에 적합한, 최고의 쾌적한 환경조건을 갖춘 명소들로서 UEFA와의 심사숙고 끝에 선정된 것이라 한다. 무더위 앞에서 맥을 못 춘다는 영국선수들은 파리 북쪽지방을, 뜨거운 지중해 햇볕을 유난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태리 대표팀은 남불을 선택했는데, 어느 고장을 캠프지역으로 선택했느냐에 따라 각 대표팀의 얼굴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유로 2016년 참가국 대표선수들의 공통적인 꿈이 있다면, 바로 짐을 빨리 꾸리기보다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이왕이면 유로 2016 결승전 전날까지 각자의 베이스캠프를 사수하는 것이리라.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