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정원 3] 진짜와 가짜 골라내기
(* ‘아톰의 정원’은 김명곤 기자가 텃밭농사를 지으며 남기는 기록입니다. ‘아톰’은 야생동물을 쫓기 위하여 세워둔 허수아비입니다. 텃밭은 세 뛔기인데요, ‘25시’, ‘빠삐용’, ‘타라’로 불립니다. ‘25시’는 게오르규의 소설 제목, ‘빠삐용’은 영화 타이틀, ‘타라’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농장 이름입니다. 모두가 기자에게 큰 감명을 준 이름들입니다.
종종 등장하는 사투리나 속어 등은 글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적습니다. 막 적은 글을 약간만 정리한 것이니 이해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자 주)
잘 자라고 있는 대파. 바로 옆에서 고구마 순도 밭을 뒤덮고 있습니다.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오늘은 '타라’ 농장을 대대적으로 손 보았습니다. 이 텃밭의 이름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타라 농장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남친으로부터 배신 당하고 그 많던 재산도 날려버린 여 주인공이 아버지가 그렇게도 소중이 여겼던 타라 농장으로 돌아와 무슨 뿌린가를 와삭 깨물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서울에 다녀온 사이에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할 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타라 농장에는 잡초가 뒤덥혀 있는 것을 토요일 오전 내내 뽑아냈습니다.
특히 여수 특산물 돌산갓과 알타리 여린 싹 곁에 난 잡초가 문제였는데요, 뿌리에 바짝 붙어 있는 잡초들은 약간 길게 자란 것만 뽑아내고 나머지는 그냥 놔두었습니다. 이넘(놈)들을 없애려다 막 움을 틔워 낸 돌산갓과 알타리를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양 고추밭에 난 잡초넘들은 아주 약싹빠른 넘들이라서 더더욱 조심해야겠기에 아예 건드릴 생각도 안했습니다. 도대체 고추와 잡초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키를 낮추고 슬쩍 붙어있으니 지금으로서는 가려낼 방법이 없습니다. 아마 2~3주 정도 지나면 정체가 드러날 듯 합니다.
성경에도 가라지와 알곡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밭 주인은 분명 좋은 씨를 뿌렸는데 어느날 보니 가라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종복들이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이걸 뽑기를 원하시나요?”. 그러자 주인은 “아니다, 추수때까지 가만 놔두어라. 가라지 뽑다가 알곡까지 뽑을라!” 그럽니다.
어렷을 적 논에서 피살이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피’라는 잡초는 정말 지독합니다. 뿌리가 깊고 강한 이넘은 벼와 함께 다 자랄 때까지 구분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섣부른 마름이나 품앗이 일꾼이 피를 잘 못 뽑다가는 곡식도 뽑아 내기 일쑤입니다.
타라 농장에서는 추수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습니다. 괜히 가짜가 거름기를 빨아들여 진짜가 잘 자라지 못하게 되고, 나중에는 잡초가 온통 밭을 뒤덮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야채농사의 경우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정도가 되었을 때 정리하면 진짜의 청록색 이파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시시각각 눈에 보입니다.
대파 농사에서는 처음부터 잡초를 솎아냅니다. 대파는 여린 싹부터 길쭉길쭉 위로 솟기 때문에 낮게 자라는 잡초가 금방 눈에 뜨입니다. 잡초를 솎아내고 나면 금방 늠름하고 빳빳하게 잘 자랍니다. 싹을 틔워 줄기로 심는 고구마도 마찬가지 입니다. 두덩을 만들어서 줄 맞춰 심기 때문에 고랑과 두덩에 난 잡초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래서 농부의 천금 같은 격언이 나옵니다. “가짜의 성장은 진짜의 성장에 반비례한다”. 정말 진짜가 무럭무럭 잘 자라면 잡초의 성장은 수그러 들거나 뿌리를 내릴 틈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일찍부터 정체가 드러나 아예 처음부터 정리해야 할 가라지가 있는가하면, 나중에서야 정체가 드러나 뽑아내야 할 가라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잡초를 솎아내고 손을 털고 나니 “주인님, 잘 생각하셨습니다”라는 표정의 아톰이 묵묵히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린 대파들을 솎아서 파김치와 파전으로 늘푸른 식탁에 올릴 생각입니다.
기분 좋은 아톰. |
가라지와 알곡... 싹이 날때는 구분하기 어렵죠.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