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치러진 나플란(NAPLAN)의 쓰기 문제가 너무 어렵다는 학생, 교사 및 교육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나플란을 주관하고 있는 ACARA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질문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시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나플란 시험을 치루고 있는 학생들.
주관 기관인 ACARA, “여러 질문 제시해 선택권 갖도록 할 것” 밝혀
학생들의 학업평가 시험인 나플란(NAPLAN) 시험 가운데 올해 ‘쓰기(작문)’ 과목이 너무 혼란스러웠다는 지적이 나온 뒤 시험을 치루는 초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여러 질문을 제시해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나플란 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호주 교육평가 및 보고기관(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 ACARA)은 “이미 많은 주와 준주에서 이런 지적이 제기되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설득력 있는 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CARA는 “단일 질문에서 벗어나 학생들 나이에 적합한 여러 질문(문제)을 만들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다른 의견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쓰기 시험은 2011년에 비해 모든 연령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NSW 주에서는 문학 및 수리 부분의 쓰기 시험에서 0점을 받은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신의 관점에서 어떤 법률이나 규칙이 당신을 더 좋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사들은 학생에게 서술적 글쓰기를 가르치지만 시험의 질문이 설득적인 글을 요구할 경우 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CARA는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새로운 쓰기 시험 스타일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NSW 교육부의 전 초등교육 담당 앤-매리 케네디(Ann-Marie Kennedy) 부국장은 “올해 쓰기 시험 문제를 봤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며 “여덟 살 어린 아이들에게 규칙이나 법률에 대해 평가하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녀는 “포트 매콰리(Port Macquarie)의 3학년 영재반인 손자 찰리(Charlie)도 쓰기 시험에서 0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찰리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한 번도 글을 써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그녀는 “찰리는 시험지에 자신의 이름만을 썼기 때문에 최소 점수인 1점을 간신히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네디 전 부국장은 이어 “찰리가 부모에게 ‘내가 모든 법에 대해 생각했을 때 나는 법이 다 좋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말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아이들이 법을 준수하는 가정에서 양육됐을 때 아이들은 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데,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미드-노스 코스트(mid-north coast) 지역에 있는 한 사립학교의 영어 교사는 “학교의 3학년 학생 중 적어도 6명은 시험 문제를 보았을 때 눈물을 흘렸다”면서 “문제를 풀려는 시도도 못했고, 대부분의 5학년 학생들 역시 질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내가 질문을 접했을 때 5학년 학생들을 위한 문제가 아니지만 내 학생들이 나플란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쓰기 시험이 학생들을 혼랍스럽게 만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9학년 남학생들 역시 ‘요리’ 관련 질문에 매우 당황했었다.
2012년 쓰기 문제의 제시 문장은 ‘모든 사람들은 요리를 배워야 한다’ 였다. ACARA의 대변인은 “당시 문제는 질문의 주제뿐 아니라 질문과 함께 제시된 삽화였는데, 이 삽화가 너무 만화스럽고 어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에 나올 법한 그림이어서 문제다 됐다”고 말하며 “이런 이유로 그 다음 시험 문제부터는 질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을 넣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편 NSW 초등학교 교장단(NSW Primary Principals' Association)의 제프 스콧(Geoff Scott) 회장은 “최근 나플란에 대한 비판은 이 시험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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