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주에만 있는 아시안 차별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본보 법률분야 필진) = 미국의 50 개 주에는 각각 두 개의 헌법이 존재한다. 50개 주에 똑같이 적용되는 연방 헌법과 50개의 주가 각각 따로 제정한 주 헌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헌법과 주 헌법은 모든 인간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것을 보장한다. 그런가? 49개 주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플로리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플로리다 주 헌법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동양인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790년에 제정된 미국 최초의 귀화법(Naturalization Act)에는 “어떤 외국인이든 자유로운 신분의 백인이면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외국인 가운데 백인만 미국 시민이 될 수 있고 유색인종은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1870년에는 “자유로운 신분의 백인이거나 아프리카 태생의 외국인 및 그 후손”에게만 귀화가 허용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백인과 아프리카 출신 흑인만 미국 시민이 될 수 있고, 이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은 “시민권자가 될 수 없는 외국인”이라고 규정된 것이다. 아시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시민권자가 될 수 없는 외국인”이라는 표현이 1926년에 제정된 플로리다 주 외국인토지법(Alien Land Law)에 다음과 같이 반영되어있다.

“모든 사람은 남녀 공히 법 앞에 평등하며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바, 이 권리는 삶을 영위하고 방어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 노동의 보상을 받을 권리, 그리고 재산을 취득하고 보유하며 지킬 권리를 포함한다. 그러나, 시민권자가 될 수 없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상속, 처분 점유는 법률에 의해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동양인 차별법의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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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관련 광고에는 '동등한 주택보유 권리' 를 표시하는 사인이 의례 자리를 잡지만 플로리다에서는 아시안 토지 소유를 금지하는 법률이 아직 남아 있다.
 

남미 출신도 포함되므로 표면상 중립적인 듯 보이는 이 악법은 사실은 아시안을 겨냥해 제정된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보면 이렇다. “시민권자가 될 수 없는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금지하는 이러한 법률을 처음 제정한 주는 캘리포니아 주였다. 1913년,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최초로 이와 같은 법률을 제정했는데, 이는 당시 캘리포니아에 이주해 농장을 일구던 일본인 농부들에 대한 주민들의 인종 차별적 적개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는 ‘중국인(Chinaman)은 오레곤 주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고 한 1859년의 오레곤 주 헌법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1890년부터 캘리포니아와 서부 지역에 다수 이주하기 시작한 일본인 농부들은 근면성실한 노동으로 급속히 자리를 잡아 나갔고, 이들과의 경쟁관계에 있던 백인 농부들이 나서서 이들의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게 한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그들 이전에 이주한 중국인들과 동일하게 “Nonwhite”(비백인)으로 분류되었고, 이 법률이 표면적으로는 “시민권자가 될 수 없는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금한다고 되어 있어서 중립적은 듯 보이지만, 다른 한 편에 백인과 흑인만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 법률이 있으므로, 사실상 일본인과 중국인으로 대변되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법제화한 것이었다.

이후 1920년대에서부터 50년대를 거치면서, 특히 2차 세계 대전 중 동양인에 대한 적개심의 여파로, 애리조나, 워싱턴, 오레곤, 아이다호, 몬태나, 캔자스, 와이오밍, 유타, 아칸소, 뉴 멕시코 주 등이 유사한 법률을 제정했고, 플로리다 주에서는 1926년에 “외국인 토지 법”이라는 이름 하에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법제화하기에 이른다.

실패한 플로리다 헌법 수정 노력

1923년에 캘리포니아의 인종차별 법안을 합헌이라고 판결했던 미 연방 대법원은 1948년 이 법률이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고, 1952년에는 캘리포니아 대법원도 연방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 후 오래곤 주와 몬태나 주의 대법원도 주 법률의 위헌성을 판시하였다. 플로리다와 뉴 멕시코 주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주 들은 의회에서 법률을 폐지했다. 유독 플로리다와 뉴 멕시코 주에서만 토지 소유를 금지하는 법률은주 의회에서 폐지할 수가 없고 유권자가 주민 투표를 통해 헌법을 수정해야만 가능하다고 못박고 있었는데, 2006년에 뉴 멕시코 주가 헌법을 수정함에따라 이제 미국에서 이러한 악법을 가지고 있는 주로 플로리다만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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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겔러 상원의원.
 

플로리다에서 는 민주당의 스티븐 겔러 주 상원의원과 남부 플로리다 중국인 협회를 중심으로 이 악법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 2008년 헌법 수정안이 주민 투표에 붙여졌었다. “헌법 수정안 1 (Amendment 1)”이 그것이었는데, 불행하게도 47.9% 찬성에 52.1% 반대로, 득표율이 헌법 수정에 필요한 60%에 턱없이 모자라 헌법 수정에 실패하고 말았다. 2009년과 2010년에도 유사한 헌법 수정안을 주민 투표에 붙이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주민투표에 붙이는 것 자체가 부결되고 말았다.

상징적 의미 vs. 실질적 효력

현실적으로 플로리다에서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시안들이 부동산을 취득하지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올랜도 아시안 어메리칸 변호사 협회에 따르면, 최근에도 집을 사려던 한 월남계 이민자가 클로징을 하는 자리에서갑자기 집 소유주가 “플로리다에서는 법적으로 동양인이 집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당신에게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집을 사지 못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따라서, 내 주변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내가 직접적으로 해당 법률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악법의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플로리다 주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이제 더 이상 인종을 이유로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 인종 차별을 골자로 하는 이와 같은 악법이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플로리다에만 이러한 인종 차별적 악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 주민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Come on, Florida. Wake Up!” (플로리다 사람들아, 정신차려!). 2008년 헌법 수정 노력이 득표에 실패한 후 인터넽에 올려진 어느 블로거의 외침이다. 다음 번 헌법 수정안은 꼭 주민투표를 통과할 수 있기를, 그래서 플로리다에만 아직도 존재하는 구시대의 인종차별법이 철폐되기를 고대한다. (위일선 변호사. 407-629-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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