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의 날'을 축하하며>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 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1997년 눈보라가 치는 12월 중순, 필자는 ‘아크몰라’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 도시는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수도 ‘아스타나’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였던 필자는 겨울 방학을 이용해서 이수도 예정지를 보고 싶은 호기심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아크몰라 공항에서 내린 후 나는 바로 시내 중심가(현재 아스타나의 구도심인)인 ‘리스뿌브리까’ 거리로 갔다. ‘쉐기스(카자흐스탄 호텔에 속해 있던 패스트푸드점, 현재 ‘누들스’ 자리)가 아스타나에 오픈한다는 말을 알마티에서 들었던 게 기억나서 였다. 혹시나 문을 열었으면 꽁꽁 언 몸을 녹일 겸 아크몰라 여행의 거점으로 삼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쉐기스는 아직 공사중이었고 오픈할려면 최소한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했다.
쉐기스를 찾아가는 도중 필자는 여기서는 눈이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바로 앞에서 나를 향해 온다는 것을 깨닫았다. 알마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아크몰라’에 대한 기억은 추위와 강한 눈보라와 함께 꽁꽁 얼어붙은 도시로 남아 있다.
‘아스타나에 대한 기억 1 – 건축 한류의 주인공 동일 하이빌 현장’
이후 필자는 2005년카자흐스탄에서 건축한류를 일으킨 동일 하이빌 측의 초청으로 아스타나 현장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먼저, 아크몰라 시절과 달리 신도시로 엄청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도시로 진입하면서 보게 되는 신시가지의 개성 있는 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심강변엔 대통령궁인 ‘악오르다’가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 앞에 쭉 뻗은 도로와 양옆의 건물들, 그리고 수도 이전 연도인 1997년을 기념하여 97미터의 높이로 만들어진 ‘바이제렉’ 타워는 필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하이빌 현장으로 진입하는 길은 진흙탕 이었고 도시는 온통 건설현장에서 내 뿜는 먼지로 인해 수도의 면모를 갖추기엔 부족했다. 특히나 눈이 녹은 봄의 신도심에는 일반 차량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땅이 질척거린다고 했다. (이후 새로운 여러가의 다리가 개통되고 미국대사관이 이전해 오면서 하이빌 주변 경관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이런 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도대체 누가 살까 ?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기우는 여지없이 깨지고 하이빌 아파트는 현지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으며 없어서 못팔 정도까지 되었다.
‘아스타나에 대한 기억 2 : 수도 이전 10주년 행사 참가’
아스타나 수도 이전 10주년을 맞은 2007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을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수도 아스타나로 초청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스타나시와 자매결연이 되어 있는 서울시의 오세훈시장이 문화사절단을 이끌고 그 초청에 응하였다.
필자는 당시 ‘한국영화제’와 문화행사의 현지 주관사 대표로서 아스타나를 방문하게 되었다. 원조 한류 스타인 ‘베이비 복스’의 공연은 아스타나 시민들을 열광케 했고, 세종문화회관 공연팀의 무대를 본 관객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때 아스타나는 이미 국제적인 도시로 탈바꿈해 있었다. 유목민의 천막을 형상화한 ‘한샤트르’와 주변 도시 경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도시였다. 이심강변을 산책하는 시민들들과 주변 빌딩의 조화는 저녁 노을이 질 때 특히 아름다웠다.
‘아스타나에 대한 기억 3 : 무기 박람회장 과 엑스포 현장
무기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6월 초 아스타나를 방문했다. 익숙한 아스타나 공항에는 내년 엑스포를 대비한 터미널 확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차를 타고 엑스포 현장을 지나 무기 박람회장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박람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전세계에서 온 박람회 참석자들은 부스를 마련하고 자신들의 장점들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명실상부하게 아스타나가 유라시의 대표적인 ‘국제 컨벤션’ 도시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다시 가 본 동일 하이빌과 독립기념관, 피라미트(평화의 궁전) 그리고 구도심의 ‘리스뿌블리카’ 거리는 정말 깨끗하였다.
새로 지어진 많은 호텔들은 도시의 스카이 라인을 바꾸었고 외국인들을 맞이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친절한 서비스를 보여주었다.
아스타나야 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 곳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