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팩스 미디어와 ABC 방송의 연방 이민부 부정 의혹이 보도된 이후 시민단체 등의 관련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이민 부정으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국경보호부 마이클 페줄로(Michael Pezzullo) 장관.
원활한 비자 심사 위해 에이전트-이민부 직원 공모
이민부 직원이 현금 수뢰 후 신청자 서류 조작하기도
‘이민’과 관련, 연방 이민부 내부의 부정이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내부 고발로 시작된 이번 부정 폭로는 호주사회의 심각한 위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와 ABC 방송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7.30’가 공동 취재한 이민 관련 부정은 일부 이민부 직원의 이민신청 서류 조작 등 100건 이상의 부정 의혹을 다루고 있어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시드니 모닝 헤럴드를 비롯해 페어팩스 미디어 발행 언론 및 ABC 방송을 통해 부정 의혹이 보도되면서 이민부 내부 관계자는 물론 시민단체의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페어팩스 미디어와 시사 프로그램 ‘7.30’는 두 명의 내부고발자 증언을 통해 이민 에이전트, 고용주, 학교 등 각 단계에 만연된 부패를 전했다.
‘7.30’에 출연한 한 고발자는 시드니와 멜번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이민 에이전트 대표의 부당한 요구를 견디다 못해 고발을 함을 밝혔다. 이민 에이전트에서 소개한 스폰서 회사에서 일했다는 고발자는 “노동착취는 물론 일부 직원은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비자가 취소될까 두려워 신고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고발자는 전 고용주이자 호주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을 전개하는 M 사와 이민부 사이의 유착관계를 거론했다.
금주 화요일(28일) ABC 방송이 추가로 방영한 방송에서는 이민 관련 조직이 호주 국경보호 시스템이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거론했으며, 호주 사법준수위원회(Australian Commission for Law Enforcement Integrity. ACLEI)의 기능이 유명무실한 상태임을 부각시켰다.
방송이 나간 후 일부 의원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혀 왔으며 현재 접수되는 부정 관련 신고 내용은 즉각 닉 제노폰(Nick Xenophon) 상원의원에 보고되어 호주 반부패를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닉 의원은 “ACLEI가 이빨 빠진 치와와보다도 제 역할을 못한다”고 언급하면서 “치와와는 최소한 물려고 시도하지만 ACLEI는 짖기만 할뿐 물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며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위원회를 신랄하게 비판한 뒤 “더 큰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호주 국경보호국 마이클 페줄로(Michael Pezzullo) 차관은 이민부의 이 같은 부정에 대해 “지난 1년간 사법기관이 이민부 직원 관련 132건의 부정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히며 “이는 2006년 이래 최대의 부정 수치”라고 말했다. 또한 “이민부 내부에 부정이 만연된 배후에는 이민 에이전트와 학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이민부 조사관 책임자로 일했던 조셉 페티얀즈키(Joseph Petyanszki)씨는 “현재 이민부는 문제가 있는 수만 건의 케이스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부패한 이민 에이전트, 고용주가 학생들과 워킹 비자 소지자들의 비자를 놓고 돈 놀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범죄조직과 인신매매 조직이 호주의 학생비자, 워킹비자 프로그램을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셉 전 조사관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부패가 성매매 업소, 마약 수입, 돈 세탁 등의 더욱 심각한 범죄와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국경보호국의 대부분 인력과 관심이 해상을 통해 불법 입국하는 난민들에게 쏠려 있어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항공 입국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 진 점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도 커뮤니티의 스빈더 시두(Jasvinder Sidhu)씨는 인도인들이 브로커를 통해 최대 8만 달러를 지불하고는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이나 교육 코스로 이민부에 비자를 신청한 케이스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도 수십 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이민성 내부 부정 주요 내용
1. 이민부 직원이 신청자로부터 현금 5만 달러를 수뢰한 뒤 서류를 조작
2. 브로커가 이민 에이전트나 고용주의 서류를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이민부 직원과 공모하거나 원활한 비자심사를 위해 이민부 직원에 대한 고의적인 불만접수 진행
3. 고용주와 이민 에이전트가 서류상으로 직업, 스폰서십을 조작, 개인 자금을 계좌에 입금하고 세금과 연금을 부담하여 비자를 신청
4. 기술이민자들이 실질적으로는 비자상의 기술과 관계없는 단순 작업에 종사
유수현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