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아시아로 향하던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 선회시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 향하던 대외정책의 방향키를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 몇 달 전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임기 삼년 간 이란과의 협상과 시리아 내전 문제, 그리고 대(對)아시아 정책에 집중하고자 계획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지역에 외교·군사적으로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얽힌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외교영역의 우선순위뿐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 일부에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는 2008년 조지아에서 발발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난 남오세티야 전쟁 이후, 러시아를 포함해 대립각을 세워왔던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소위 ‘리셋’외교를 표방해왔다. 그러나 분쟁으로 쌓인 감정을 묻어두고자 했던 리셋 외교는 유명무실해지게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직 CIA 및 NSA요원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을 받아준 데다, 몇 달 후 친러시아 세력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장악하면서 미국이 계속해서 우호적 제스쳐를 취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 및 새롭게 부흥하는 국가들을 포함한 G-20 정상회담 개최와 러시아와의 협력 등으로 풀리는 듯 했던 미-러 관계는 순식간에 경색되었고, 1946년 조지 캐넌이 주창해 서유럽 경제지원 정책인 마셜플랜으로 이어진 봉쇄정책마저 다시 토론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미국관계 전문가인 한 유럽외교관은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EL PAÍS지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 이루어진 비공식 접견 중 오바마 행정부 대표들과 나눈 대화주제는 우크라이나 문제 일색이었고 전했다.
오바마는 사실상 냉전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기에 당선된 첫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기에 러시아문제에 있어서 이전 대통령들보다 유럽과의 감정적 연대가 약하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압력을 가해오자 유럽 지역이 미국의 근심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주에 마친 아시아 순방에서도 방문국보다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관련 발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했을 정도이다.
부시 재임기의 이라크 전쟁에서의 실패와 일방적인 외교정책을 지양하고 다자간 협력정책을 선택한 오바마 행정부는 전쟁보다는 협약을 맺는 방식의 배후지휘 방식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이 방법이 푸틴에게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교수이자 역사학자로서 봉쇄정책 이론을 확립한 조지 캐넌의 일지를 정리하고 있는Frank Costigliola는 미국이 이제 러시아는 물론 중국을 대상으로 봉쇄정책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로 향하고자 했던 외교정책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영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서 나에게는 또 다른 조지 캐넌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발언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오바마는 21세기에20세기 냉전구도가 반복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Costigliola교수는 미국이 위대한 전략가를 필요로 하지는 않더라도, 현 시점에서 캐넌과 오바마가 겪고 있는 대외적 상황의 유사성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 지난 토요일 워싱턴에서 기자단과의 만찬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 -출처: AFP)
스페인 유로저널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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