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가진 호주 원주민 여성이 외부적 요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비원주민 여성에 비해 무려 17.5배가 높다는 새 연구가 나왔다. 사진은 서부 호주 외딴 지역의 원주민 여성.
비원주민 여성 대비 17.5배... 사망자 평균 나이 33세
아이를 가진 호주 원주민 여성이 비원주민 기혼 여성에 비해 사망 확률이 17.5배나 높다는 새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금주 수요일(13일) A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Telethon Kids Institute’가 지난 1983년부터 2010년까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원주민 기혼 여성 사망자 수치를 분석한 것으로, 연구진은 이와 함께 같은 시기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약 4분의 1이 타살된 것임을 확인했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Telethon Kids Institute’의 연구원 캐링턴 쉐퍼드(Carrington Shepherd) 박사는 “이번 결과는 원주민 기혼 여성이 종종 가정폭력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아이를 가진 원주민 여성은 예방 가능한 요인으로 사망할 확률도 비원주민 기혼 여성에 비해 6.5배 높았다. 이들의 주요 외부적 사망 원인은 사고사로, 아이를 가진 원주민 여성의 40%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쉐퍼드 박사는 “기혼 원주민 여성의 경우 먼 외딴 지역에 거주하는 경향이 있고 이들 지역의 도로사정이 아주 열악하며 제한속도 또한 매우 높다”면서 “이뿐 아니라 이들은 저소득 계층으로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취약하며, 안전벨트 등 자동차 안전에 대한 인식도 낮다”고 설명했다.
보건연구 전문지 ‘BMC Public Health journal’에 게재된 이번 보고서는 전체 사망자의 14%에 달하는 자살 비율은 비원주민 여성에 비해 3.5배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원주민 기혼 여성의 자살 위험요인에는 이들의 목적 없는 삶, 롤 모델의 부족, 가족 및 동족 커뮤니티로부터의 이탈 등으로 진단됐다.
쉐퍼드 박사는 “원주민 기혼 여성 부문에서 우리는 이들의 성폭력 피해 가능성, 친한 파트너로부터의 학대, 취약한 정신건강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서 “(이들이 높은 사망 요인에는) 이후 세대에까지 남아 있는 ‘Stolen Generation’에 대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주민 여성의 조기 사망,
자녀에겐 평생 문제로 남아
이번 연구에서 ‘Telethon Kids Institute’의 연구원들은 서부 호주 조산사 통지 시스템, 사망신고, 병원 사망률 자료, 정신건강 정보 시스템 등의 자료를 취합했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분석 결과 아이를 가진 원주민 기혼 여성 사망자 중간 연령은 33세였으며, 사망자 자녀의 평균 나이는 4.8세임을 확인했다.
쉐퍼드 박사는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이 각자의 삶의 단계에서 모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은 이들이 오랜 기간 슬픔, 우울, 분노, 스트레스에 쉽게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원주민 보건 전문가인 머독대학교(Murdoch University) 론다 매리어트(Rhonda Marriot) 교수는 “이번 보고서를 읽은 것은 아주 괴로운 일이며, 이 사회에서 원주민 여성들이 이렇게 평가받고 있는지 의문이 인다”고 말했다.
매리어트 교수는 “상당수의 젊은 원주민 여성들의 경우 위험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없는 형편”이라며 “그러기에 우리는 이들의 삶 전반에 보다 많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