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도심 윈야드(Wynyard) 기차역의 목조 에스컬레이터. 목조 틈에 신발이나 옷가지가 끼게 됨으로서 위험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철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심 윈야드 기차역 시설, 주 교통부서 철거 요청
시드니 도심 윈야드(Wynyard) 기차역에 위치한 목조 에스컬레이터를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2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NSW 주 도로교통부는 80년의 역사의 목조 에스컬레이터가 수많은 이용객들로 인해 낡고 위험성이 높다며 철거를 요청했고, 현재 이 안건은 NSW 주 환경 및 문화유산(Environment and Heritage) 당국에 넘겨진 상태이다.
윈야드 기차역에서 30년간 일해 온 한 관계자는 “목조 에스컬레이터가 시드니의 역사를 말해주지만 이미 수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이용객이 계속해 다친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이힐을 신고 목조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어떤 여성은 치마가 걸려 찢어지기도 했고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경우 목조 에스컬레이터 틈새에 발톱이 끼는 사고도 일어났다.
윈야드 기차역의 목조 에스컬레이터는 모두 4개로 호주에서 맨 처음 나무로 만든 에스컬레이터이다. ‘시드니 트레인’(Sydney Trains)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에 단 7개가 남아 있는데 6개는 호주에, 나머지 1개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다. 호주의 경우 4개는 윈야드, 2개는 타운홀 기차역에 있으며, 타운홀 기차역의 목조 에스컬레이터는 내년 초 철거할 예정이다. 윈야드 기차역의 4개 목조 에스컬레이터 중 3개는 시드니 하버브리지 개통과 함께 지난 1932년에 개설됐고 나머지 하나는 1952년에 만들어졌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기차역에서 나와 요크 스트리트(York Street) 출구와 연결된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여러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15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윈야드 기차역에서 주요 간선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9월 윈야드 워크웨이(Wynyard Walkway)에서 바랑가루(Barangaroo)로 이어지는 길이 개장되면 에스컬레이터 이용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이드견 협회(Guide Dogs Association)는 장애인 안내견의 부상 확률이 높은 목조 에스컬레이터의 철거를 위해 오랫동안 로비를 벌여왔다.
또한 전문가들은 1987년 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런던 중심가 킹스크로스 기차역 화재 사건을 언급하며 목조 시설물에 대한 위험을 우려했다. 당시 런던 기차역 화재의 진원지는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의 목조 에스컬레이터 아래 기계실이었으며, 화재는 순식간에 기차역 위쪽으로 번졌다. 윈야드 기차역의 목조 에스컬레이터는 방화물질로 처리되어 있고 안쪽에는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다.
시드니 시내 중심에 있는 데이빗 존스(David Jones) 백화점 목조 에스컬레이터도 2001년에 제거됐다. 이는 원래 런던의 기차역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1930년 호주로 들여와 백화점에 맞게 개조된 것이었다.
하이힐을 신은 경우 구두 굽이 목조 사이에 끼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NSW 교통부는 80년 된 이 시설의 철거 안건을 문화유산(Heritage)부에 요청한 상태이다.
이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