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대의 직업과 직장생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한때 이민 1세대들의 직업이나 직장은 공항에서 마중나온 사람의 직업이나 작장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 있었다. 사실 그 때는 그러할 수 밖에 없었다. 특수한 전문적인 직업이 있어도 언어 등 여러가지 여건으로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무슨 무슨 쟁이로 취업 이민을 온 사람들은 진작부터 쟁이는 아니었으니 고용주에게 달다 쓰다 말 한마디 없이 어느날 ‘바이 바이!’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그래도 취업 이민자 대부분은 조금이라도 꿍쳐가지고 온 돈으로 소규모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빈털털이로 이민 온 우리 가정은 자영업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나는 자돋차 정비공장을 차릴 때까지 취업한 공장에서 꾸준히 일했다. 할멈은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 미국 직장에 단순 노동직으로 취직하여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한 직장에서 늙고 병들어 일손을 놓을 때까지 열심히 일했다.

요즘 이민을 왔는지 잠시 요양을 왔는지 알 수 없으나 번듯한 집에 고급차를 몰고 다니며 낮에는 골프를 치고 저녁에는 맛집을 순회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겉모습으로 보면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인데도 말이다.

내가 그들의 삶을 질투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한국식 갑질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자로써 말해주고 싶은 것 뿐이다.

미국땅에서 살게 된 것에 감사하는 이민자들이 많지만 그런 마음을 어떻게 무슨 이유로 갖고 있는지 질문해 보면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고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니까 감사하지요”라고 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미국에서 살게 된 것에 진정 마음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느끼고 살았다. 이곳에서 살아보니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을 하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 없고 아부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단체생활에서 이민 1세대들은 동료들보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부족함을 채우는 지혜와 근면함이야 말로 이민 1세대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할멈은 최근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을 보며 자신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젊은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이트클럽에 가본 적이 있다고 실토한다. 평생 술 한모금 마시지 않은 사람이지만 동료들과 너무 거리를 두지 않기 위해 갔었다는 것이다. 또 할멈은 호텔 주방 요리사 보조를 할 때 세 사람 몫을 했다고 한다. 나도 일을 그만두고 나온 공장에서 내 대신 2명의 정비공이 내 몫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저런 지혜와 부지런함의 덕목으로 우리 부부는 열심히 살았고 덕분에 기적과 같은 일도 체험해가며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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