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여행은 이제 스쿠버다이버들만의 차지가 아니다. 일반인들도 쉽게 그 비경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탄자니아에 속한 잔지바르(Zanzibar) 펨바 섬(Pemba Island)에 있는 만타 리조트(Manta Resort)의 수중 숙소. 물 위에 떠 있는 이 오두막의 수면 아래는 여행자를 위한 침실로, 침대에 앉아 다양한 바다 생물들의 움직임을 바라볼 수 있다.
산, 나무, 수중, 하늘 위... 전 세계의 이색 호텔들
북극권의 유리 이글루, 수심 9미터 지점의 숙소도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 일, 다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는 일, 모르는 사람들과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일 등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여기에는 낯선 곳에서의 색다른 체험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늘 날 여행 패턴은 분명 단순한 ‘관광’을 벗어나고 있다. 여행 산업도 이 같은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바닷속 체험, 자연 속에서의 모험 등이 새로운 애트랙션으로 부상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이런 가운데서 여행지의 이색 잠자리가 짜릿한 경험을 원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9가지의 색다른 호텔은 분명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 Best for... A night under the stars(1)
제목 그대로 ‘별 볼 일’ 많은 잠자리이다. 케냐(Kenya) 남동부 라이키피아(Laikipia)의 로이사바 보호구역(Loisaba Conservancy)에 있는 호텔. 물웅덩이들이 많은 키보코(Kiboko) 자연 전망을 가진 ‘2 Star’ 급으로, 침대만 목조 받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외벽이 없어 침대에 누우면 밤하늘에 빼곡한 별들, 초록 내음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는 아침 잠을 깨우는 알람이다.
케냐 사바나 지역에 있는 ‘2 Star’ 급의 로이사바 보호구역의 ‘Star Bed’. 거대한 동물이 침대 옆에 함께 누워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호텔의 내부를 외부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으로 보면 될 듯하다.
■ Best for... Daredevil
그렇다. 잠자리 선택이 충분히 무모할 수 있다. 반면 그만큼 색다르고 짜릿한 경험이 된다. 어쨌거나 불안해하지 마시라. 안전은 보장된다. 독일 발드사일가르텐 홀슈르흐트(Waldseilgarten Hollschlucht)의 프론텐 산(Pfronten mountain) 깊숙한 곳, 해발 2천 미터 지점에 있는 트리 캠핑(Tree camping) 숙소이다. 평평한 목재 바닥 위에 캐노피(canopy. 침대 위에 지붕처럼 늘어뜨린 덮개)를 씌워 놓은 잠자리로 목재 바닥 네 귀퉁이를 단단한 밧줄로 연결해 놓음으로써 잠자리가 한쪽으로 쏠려 잠을 자다가 밑으로 떨어지는 봉변을 당할 일은 없다.
말 그대로 이곳에서 잠을 자는 이들은 무모한(Daredevil)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모험은 위험 속에서 느끼는 자릿함이 있지 않은가.
하룻밤 정도는 이렇게 보내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문제는 용변.
■ Best for... Adventure seekers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숙소이다. 거대한 바위 절벽 중간에 철제 콘테이너 숙소가 위태롭게 매달린 듯한 호텔이다. 먼저 이 곳에서 잠을 자려면 상당히 힘든 등반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Monte Blanc. 해발 4,807미터. 이탈리아어로는 몬테 비앙코) 산의 해발 2,835미터 지점에 있다. 유명한 알파인 산악인 비바코 게르바슈티(Bivacco Gervasutti)의 이름을 따 ‘비바코 게르바슈티 캡슐’로 불린다. 최대 12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며 내부에는 2층 침대와 주방, 거실, 화장실 등 숙박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다 갖추고 있다.
심장이 강하지 못한 이들은 잠자리에서 밖을 내다보는 일은 삼가야 할 듯. 밋밋한 것 같지만 실은 아득한 절벽 위에 매달려 있는 숙소이다.
이 숙소에 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힘든 암벽 등반을 감행해야 한다.
■ Best for... High fliers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잠을 청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설령 잠을 잔다 해도 깨어나면 피곤은 그대로이다. 하지만 지상에 서 있는 기내에서 잠을 잔다면? 이는 분명 피곤하지도 않을뿐더러 아주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의 사업가 오스카 디오스(Oscar Dios)씨의 아이디어는 바로 퇴물이 된 점보 항공기를 호텔로 개조했다는 것. 스톡홀름 최대 국제공한인 알란다 공항(Arlanda Airport) 인근에 있는 ‘Jumbo Stay Hotel’은 내부에 33개의 룸을 마련, 손님을 받고 있다.
33개의 방 중에는 조종석에 마련한 스위트룸(욕실을 겸비한 더블 침대), 스탠다드 룸,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침실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기내(호텔 내)에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onboard bar’도 갖추고 있다.
퇴물이 된 점보 항공기를 숙소로 재생시킨 점보(Jumbo) 호텔이다. 이 조종석은 특실에 해당한다.
점보 호텔의 라운지. 그야말로 ‘onboard bar’이다.
■ Best for... Waking up in the wilderness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지는 빼어난 절경과 멋진 레스토랑, 환상적인 잠자리를 꿈꾸게 마련. 이 같은 대개의 여행자들이 갖는 기대와는 전혀 상반된 여행지가 있다. 하지만 북극의 황량한 지역을 체험하고 하룻밤 숙박하는 이색 코스가 바로 그것. 노르웨이 스발바르(Svalbard) 제도의 얼음덩어리를 헤치고 70킬로미터를 항해한 뒤 1910년 4월 건조된 네덜란드 범선 ‘SV Noorderlicht’ 호에서 하룻밤을 묶는, 세계에서 유일한 여행 코스이다.
북극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진 이 범선 호텔의 아래층에는 북극 항해 여행의 추위를 충분히 녹여줄 따뜻한 라운지와 편의시설, 잠자리와 가정식 요리, 북극 탐험대를 위한 샴페인을 제공하는 허가된 바(bar)를 갖추고 있다. 운이 좋다면, 여행자들은 범선 주위를 맴도는 북극 여우, 바다코끼리, 물개, 북극곰을 만난 수도 있다.
1910년 건조돼 106년이 된 네덜란드 범선 ‘SV Noorderlicht’ 호. 노르웨이의 북극 빙하 여행자들에게 숙소로 제공되고 있다.
범선 내부의 다양한 시설들.
■ Best for... Getting back to nature
스웨덴의 자연 깊숙한 곳에 있는 오두막 숙소로 전기 등 일상에 필요한 것들은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온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체험이 가능한 곳. ‘Kolarbyn Ecolodge’라는 이름의 이 숙소는 삼각형 모양의 오두막으로, 호빗족의 주거지가 아닌, 잔디와 야행 버섯 등으로 지붕을 만들어 놓았다.
각 오두막 내부는 두 개의 침대와 벽난로가 전부. 이곳에 머무는 이들은 갖가의 침낭을 준비해야 한다. 마을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자연 속에 온전히 동화되는 체험이 가능한 것. 새 울음소리에 깨어나 맞이하는 아침의 상쾌한 공기는 다른 여행지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인공으로 만든 호빗족 숙소 ‘Kolarbyn Ecolodge’. 스웨덴의 자연 깊숙한 곳에 있다.
침대 2개와 벽난로가 전부인 내부. ‘Kolarbyn Ecolodge’의 컨셉은 온전한 자연과 동화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 Best for... Sleeping with the fishes
수심 9미터 아래에서 밤을 보내는 해저 숙소는 근래 확산되는 바다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프리카 동해안의 섬 잔지바르(Zanzibar. 1963년 공화국으로 독립했으며 이듬해 탄자니아의 일부가 된 지역)에 있는 펨바(Pemba) 섬에 있는 만타 리조트(Manta Resort)의 바다에 띄워놓은 오두막 숙소로 해면 위는 라운지이며, 해면 9미터 아래는 숙소로 되어 있다. 유리창을 통해 훤히 비치는 바다속 물고기들과 밤을 보내는 체험은 분명 환상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을 듯. 숙박객에게는 아침저녁, 오두막으로 고급 요리가 제공되며, 식사를 마친 후에는 오두막 아래, 해저로 들어가 잠을 청하면 된다. 낮 시간에는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가 해저 비경을 즐길 수도 있다.
아프리카 동해안의 섬 잔지바르(Zanzibar 지역에 있는 만타 리조트(Manta Resort)의 해저 숙소. 숙소의 침실은 해저 9미터 지점에 있다.
침실 안에서는 산호초를 비롯해 다양한 해양 생물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해면 위는 이 숙소의 라운지. 여기서 직접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 Best for... Creating your own wild nest
미국 캘리포니아의 트리본 리조트(Treebones Resort)는 말 그대로 나무를 이용한 다양한 모양의 숙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뭇가지로 새 둥지처럼 만들어 그 안에 침대만 뎅그러니 놓인 숙소에서 나무 중간에 설치한 목재 오두막, 몽골 유목민의 숙소인 게르(Ger)를 연상케 하는 숙소에 이르기까지 나무를 주제로 한 숙소들이다. ‘Human Nest’라는 이름의 나무 둥지는 캘리포니아 예술가 제이슨 팬(Jayson Fann)씨의 설치 작품이기도 하며, 이곳에 숙박하는 여행객은 침낭과 베개 등을 직접 가져와야 한다. 물론 나뭇가지로 만든 둥지이기에 비가 내릴 경우 이를 막아줄 장치가 없다.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어 해넘이의 장관을 보는 것은 색다른 숙박체험에 딸린 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트리본 리조트(Treebones Resort)의 ‘Human Nest’ 숙소. 나뭇가지로 새의 둥지처럼 만들어 그 안에 침대를 설치했다.
트리본 리조트(Treebones Resort)에는 다양한 모양의 숙소들이 자리해 있다.
나무 중간에 설치된 목재 오두막 숙소.
■ Best for... Watching the Northern Lights
시베리아 이누이트 족의 주거지 이글루(igloo)를 본떠 얼음 대신 유리로 만든 이글루이다. 유리 장식으로 밖에 훤히 보인다는 게 장점. 핀란드 우르호 켁코넨 국립공원(Urho Kekkonen National Park) 인근, 북극권 한계선(Arctic Circle)의 칵스라우타넨(Kakslauttanen)의 숲 속에 자리한 호텔 칵스라우타넨(Hotel Kakslauttanen)은 이 독특한 숙소와 함께 세계 최대의 수중기 사우나, 얼음으로 지어진 바(bar)와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이 숙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놀라운 자연현상으로 꼽히는 오로라를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한다는 점. 굳이 이 북극광(Aurora Borealis)이 아니더라도 유리 이글루 안의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북극 하늘의 별은 잊지 못한 기억이 될 듯하다.
핀란드의 북극 한계선 지역에 있는 호텔 칵스라우타넨(Hotel Kakslauttanen). 시베리아 아누이트 족의 이글루(igloo)를 본뜬 유리 이글루. 참대에 누우면 밤하늘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자연현상인 북극광(Aurora Borealis)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유리 이글루의 내부. 침대는 물론 그 외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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