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지난 7월 공화당 전대에 참석하여 트럼프 사진만 약 8천여 장을 촬영했고 민주당 전대에 참석해서는 힐러리 사진만 약 4천백여 장을 촬영했다. 양당 전당대회장은 공히 취재 허가증을 수령한 일요일 저녁 방문하여 사진 찍기 안성맞춤인 자리를 미리 봐 두었고 행사기간 내내 그 자리를 사수(死守)하기 위하여 시작 3시간 전 미리 입장했다.
경호 및 행사 관계자들과 당원들을 잘 사귄 덕분에 특권 아닌 특권을 부여 받은 듯이 페이스 북 생중계까지 할 수 있었다. 공화당 전대에서는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CBS 방송카메라 맨의 협조로 풀기자단 경내에 스마트 폰을 설치하여 생중계하는 행운을 얻었는데 그분이 받침대와 테이프를 제공하고 직접 설치까지 해주었다. 그래서 공화당 전대에서는 인터넷 품질이 좋아서 끊김과 떨림이 없이 생중계를 할 수가 있었다.
자리를 잡고 사진을 촬영한 곳은 무대 정면에서 의자 줄로 20-25줄 길이 되는 1층 바닥과 2층이 시작하는 첫째 줄 의자였고 바로 위가 풀 방송 기자단석이었다. 공화 전대 행사 3일째 되던 날 2층 우측 VIP석에 트럼프가 등장했을 때 3층 청중석에서는 미모의 중년 여인이 삿대질 하면서 항의 고함을 질렀고 무대에서는 쿠르즈 상원의원이 연설중이었다. 그때부터 깜빡이던 디지털 사인(중앙 무대, 체육관 테두리)들이 전부 나가 버렸고 트럼프 아들이 연설할 때는 디지털 배경 화면은 블랙, 검정색이 되었다.
트럼프가 시야에 들어오고 가족들과 한 줄로 일어 선채 서서 박수를 치고 특유의 제스처를 만들고 있을 때 경호원의 제지(制止)없이 재빨리 1층과 2층 칸막이 꼭대기에 올라섰다. 한 손은 방송 카메라 앞 칸막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사진을 찍는데 트럼프가 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꼭 한사람이 훼방을 놓고 있었다. 어제 내 옆 옆에 앉아서 자기의 경계를 넘어 오지 말라고 하면서 우리 사이의 빈 의자 가운데에 경계를 그은 러시안 유태계로 뉴욕에서 온 열성 공화당원이며 삼성 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대화를 나누고 알게 되니 말이 통하고 언제 티격태격 했는지 모르게 급속히 가까워 졌다. 그가 삼성 스마트 폰을 들고 트럼프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면서 나의 앵글을 가로 막고 있었다. 그가 3일째 되던 날 트럼프의 등장을 미리 알고 VIP석 근처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서로 눈빛과 손짓으로 인사를 나누며 마음에서 파안대소(破顔大笑)했고, 그 친구의 삼성 폰으로 트럼프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을 아주 멋지게 잡아냈다. 마지막 날 얼굴을 보고도 서로 길이 엇갈려 작별인사를 하지 못 한 채 떠났다.
그의 말대로 트럼프 딸이 유대인과 결혼해서일까. 아니면 트럼프의 친 이스라엘 정책 때문일까. 많은 유대인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과 랍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개막 기도를 한 순진무구한 랍비 부부를 만나서 여쭈어 보았다. “나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며 종교적으로 축복을 내려 달라고 했으며, 평화를 기원했다”며 기념촬영을 함께 해주는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의 촌부와 너무 닮았고 부인의 덕성이 빛나고 있었다.
공화당 전대 마지막 날 이날은 연 3일째 앉았던 섹션은 대표단만 허용된다고 하여 방송 카메라 왼쪽 편으로 이동하였는데 앞줄과 뒷줄은 미리 온 사람들이 차지하고 2층 3번째 끝줄에 앉게 되었다. 여기서 사진을 몇 컷을 찍고 나면 뒤에서 소리치는 백인 남성 한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시야가 가려 질 때마다 ‘다운, 다운’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어떻게 그곳에서 트럼프 연설과 풍선 및 카트 하강 놀이 포함하여 8천여 장이 넘는 사진을 촬영했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그는 악을 쓰면서 ‘다운 다운’ 소리를 버럭 질렀고 그때마다 사람들 시선은 우리 쪽으로 쏠리곤 했다.
뒷줄에 자리 잡은 젊은 공화당원 남녀들은 “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 거야” 하며 궁금한 기색이었다. “트럼프가 언제 최고의 제스처, 바디 랭귀지를 보여줄런지 모르게 때문에 나는 찍을 뿐이고 더하여 메모리 카드 64GB 여러 개 있는데 돈 안드는 최고 모습 찾아서 촬영 한다.” 그들은 유일한 한국인 모습이 신기한 듯이 카메라 소리가 들릴 때마다 킥킥 거리며 웃었다. 웃음 소리와 박수 소리 따라 우리들의 친근감은 깊어졌고 나중에는 어께동무를 하면서 기념촬영까지 했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던 백인을 찾아가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 말하며 악수를 청했고 그의 아들에게도 덕담(德談)을 했다. “너희가 미국을 새롭게 만들어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축제가 끝나고 풍선이 터지고 축제 카드들이 널려 있는 바닥에 빈 의자를 통로에 올려놓고 그 의자 위로 축제의 쓰레기가 된 풍선들과 카드들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온다. 세상은 빈 의자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터인지도 모른다. 자격의 유무를 떠나서 트럼프가 밷는 말마다 자기 모순에 빠졌고 그의 부인도 불법적으로 일한 증거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자작곡 드럼 연주는 파열음만 만들면서 인기는 하강하고 있어서 대선전에 기권의 수건을 던지고 트럼프 그룹만 사수할런지도 모른다. 정치는 생물이라서 그런지 직간접으로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속에서 세상의 꽃들이 죽어가고 있음을 우리들은 망각(妄覺)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뉴스로 칼럼 ‘윌리엄문의 워싱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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