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극단이 지난 2014년 선보인 <구운몽>의 후속작으로 <구운몽 2>를 무대에 올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살인사건의 미스테리를 풀어가면서 수수께끼의 인물을 다시 등장시켜 극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무대 공연서 보여준 ‘이유극단’의 저력, <구운몽>서 꽃피워
‘조선시대’ 버전의 셜록 홈즈, 주인공 이름(‘사기남’)에서 기대감 선사
2014년을 배경으로, 셜록 홈즈보다 리얼하게 탐정 흉내를 냈던 사기남의 활약을 담아냈던 연극 <구운몽>(2014년 공연)은 현재 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동포 연극 단체인 ‘이유극단’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당시를 배경으로 멋진 시기성 활약을 펼친 사기남의 전생은 어떠했을까? 그의 전생도 같은 캐릭터의 인물이었을까?
오는 9월 무대에 오르는 이유극단의 <구운몽 2>는 전작의 관객들이 품었음직한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가 다시 태어나기 직전인 19세기 말, 188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구운몽 2>에서도 사기남의 사기성 짙은 탐정 흉내는 계속된다.
전작에 이어 이번 <구운몽> 시리즈 후편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이유극단 강해연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웃다가 연습할 시간을 허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한다.
-<구운몽 2>에 대해 말해 달라
: 일단 배우에게 있어 첫 번째 관객은,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감독이다. 감독이 배우들의 연습을 보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나 또는 하품을 하면서 째려본다면, 이는 배우가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징조이다. 입장을 바꿔, 대사 리딩을 하거나 동작을 연습을 할 때 배우들의 무성의가 보이거나 희노애락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 작품은 재미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연출 능력이나 다른 기술적인 부분으로 작품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재미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감독으로서 이런 말을 하면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할런지도 모르지만 <구운몽 2>는 웃다가 연습시간을 허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강해연 감독은 “보통, 사람들은 ‘연극은 고리타분하게 말만 이어지고 재미가 없으며 무겁기만 하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연극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게 <구운몽 2>라고 자신했다.
-스토리 라인도 전작과 유사하게 전개되나?
: <구운몽>에서처럼 셜록 홈즈와 같은, 탐정을 빙자한 ‘사기남’의 활약은 그대로 이어진다. 다만 전작이 2014년을 배경으로 한다면 이번 작품은 ‘사기남’의 전생, 시대는 구한말인 1889년으로 ‘사기남’이 또 다른 시체와 만나는 이야기이다. 그런 인연으로 누구의 소행인지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여자들만 거주하는 조용한 시골 양반댁 가족들과 은밀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게 줄거리이다.
셜록 홈즈보다 리얼하게 탐정 흉내를 냈던 ‘사기남’의 활약을 담아냈던 연극 <구운몽>(2014년 공연)은 현재 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동포 연극 단체인 ‘이유극단’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 후속작이 <구운몽 2>이다. 사진은 무대 동작을 익히고 있는 이유극단 배우들.
19세기 말 조선사회는 기독교가 지극히 박해를 받던 시기였다. 이런 시대 배경을 드러내고자 강 감독은 조선에 입국한 최초의 호주 선교사 조셉의 여동생 메리를 등장시켰다. 호주와 한국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가볍게 짚어보는 대목이다. 강 감독은 “교훈을 주는 것만이 아니므로 역사를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여자들만 사는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시체, 조용한 양반집, 그 집의 둘째 딸과 인연이 있는 박보수, 거지 왕초인 사기남이 <구운몽>이라는 작품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일깨우며, 후작인 <구운몽 2>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구운몽>에 이은 것이다. <구운몽 시리즈>를 구상한 배경이나 동기, 다른 어떤 특별한 것이 있었나?
: ‘탁’ 하고 떠오른 영감이 있긴 있다. 셜록 홈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셜록 홈즈는 잘 생긴 얼굴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잘생김’으로 활약한다. 이를 한국판 버전으로, 반대의 인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간단하게 말해 잘생긴 인물인데 ‘못생김’ 역할을 하는 인물이랄까.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이해력은(작품의 완성도 문제이다)?
: 이 부분은 매일 매일의 연습이자 숙제이다. 배우의 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배우들이 연출가나 감독 앞에서 100% 필(Feel)을 받아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경우, 배우 본인은 진정성을 갖고 연기했는데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고, 반면 감독이 만족하지만 정작 배우 본인이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배우들에게 서로의 꼭지점을 찾자고 말한다. 오늘도 바로 그 ‘꼭지점’ 때문에 배우들을 야단치고 싸우기도 했다. 사실, 이 부분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고, 다만 서로가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위해 연습을 이어갈 뿐이다.
이유극단은 지난 2011년 첫 작품 <3S-서울, 사이공, 시드니>를 무대에 올리면서 동포사회에 연극단의 탄생을 알렸다.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두 전쟁에서 희생된 가문의 후손이 어린 나이에 호주로 입양된 이후, 이 나라로 이주한 친척과의 재회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이듬해인 2012년 뮤지컬 형식의 ‘K Pop Love Concert’를 무대에 올려 무대 연출력을 인정받았으며, 2013년에는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를 빗대 기혼 여성들의 수다와 인생살이를 시드니 동포사회의 고민거리와 연결시켜 재미있게 풀어간 <아줌마 시대>, 이어 <구운몽>을 선보였다. 올해 달링하버(Darling Harbour)에서 열린 2016 Korean Festival에서도 이유극단은 총연출을 맡아 성공적인 이벤트를 만들어 냈다.
강 감독은 ‘이유 극단’인지 ‘극단 이유’인지에 대해 “둘 다”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이제까지의 작품 중 특히 기억에 남는다거나 애정이 가는 게 있다면...
: 모든 작품이 다 그렇다. 굳이 말하자면, 최근 공연한 작품, <구운몽>이 많이 생각난다. <구운몽 2>를 준비하고 있기에.
-극단과 관계없는 이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 즉 ‘연극 또는 극단이 돈이 되나’ 하는 것에 대한 감독(또는 주인?)으로서의 입장은?
: 백범 김구 선생은 아주 암울하고 참담했던 일제 강점기에서도 ‘문화강국론’을 통해 문화예술의 힘을 강조하셨다. 우수한 문화와 예술을 가진 민족, 독창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가 행복한 나라이며 강한 나라라는 말씀이셨다. 경제력, 군사력 등 외부적인 조건을 떠나 문화의 힘을 믿으면 된다고 강조하신 것이다. 나 역시 우리 예술 문화의 힘을 믿는다.
강 감독은 이 부분에서 한 가지를 더 덧붙였다. “먹고사는 일만이 우리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굶을 정도로 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청소를 하면 어떻고 차를 닦으면 어떤가. 우리(이유극단의 모든 사람들)는 새벽에 일하고 낮에는 공부하며 밤에 연극을 연습한다.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술 문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라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예술 행위의 특성상 한국어를 구사하는(아주 능통하게) 배우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제한된 커뮤니티 내에서 이런 어려움은 없나(스탭 문제 포함하여)?
: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다. 한국 연극계의 경우 배우 오디션 공고가 나가면 큰 작품은 100명에서 작은 작품은 2-3명이 지원을 한다. 그것도 각 작품의 캐릭터 한 명당. 시드니 한인 커뮤니티의 경우 연극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또 규모 자체가 적다 보니(구성원 면에서) 오디션 광고를 내면 지원자는 5-6명 정도이다. 그것도 전체적으로. 하지만 그 적은 인원이 100명의 몫을 다 할 때가 많다. 작은 커뮤니티라 그런지 정말 할 사람들만 온다는 의미다(한국에서는 “에이 한 번 해보자~하고 생각없이 오디션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결국 배우 양성도 어려울 것 같은데.
: 그렇다. 다만 우리는 전문 극단으로서 연기 수업을 강조한다. 우선 오디션 합격자들은 3개월에 걸쳐 아주 혹독한 연기수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후 남은 생존자만 정식 배우 회원이 될 수 있다. 그 3개월 후부터 크고 작은 공연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대외적인 직함은 ‘이유극단 감독’인데, 실제 소유주 아닌가?
: 아니다. 그저 연출가이며 감독일 뿐이다. 현재 ‘공식적인 대표’가 없어 ‘비공식 대표’를 맡고 있을 뿐이다.
살인의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줄거리 속에 신비의 인물에 대한 수수께끼를 담아내 긴장감은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이어진다.
-극단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 멋모르고 하게 됐다. 연극을 몰라서가 아니라 ‘오만’했고 게다가 ‘자만’이 덧붙여져서 ‘세계적인 극단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방만’함이 아주 ‘풍만’했던 것 같다. 암튼 주로 창작극을 해 왔는데, 기존 명작을 무대에 올릴 생각은 없나?
: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창작극에 대한 자긍심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명작은 사실 라이센스나 로얄티를 내야 한다. 아무리 시작 단계의 극단이라 해도 원작자에 대한 예의로써 ‘작품비’를 내고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극단들이 그리 하지 않는다.
이유극단이 창작극을 고집하는 배경은 ‘이유’에서만이 올릴 수 있고 ‘이유’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라는 게 강 감독의 부연 설명이다. 그렇기에 제작비만 넉넉하면 계속해서 창작극을 하고 싶다는 것. 그녀는 “시드니의 ‘이유극단’이 만든 <구운몽>을 누군가 각색해서 무대에 올리면 그 또한 문화의 힘이고 예술의 가치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또 하나의 직함은 ‘주부’, <아줌마 시대>를 쓰고 연출한 ‘아줌마’인데, 가족들은 이 일을 어떻게 보나(소홀한 집안 일, 가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등 측면에서)?
: 사생활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
-사실, 많은 시간과 땀을 흘려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해도 돈이 되지는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한 부분이기는 한데, 강 감독 스스로 ‘연극예술’에 대해 분명한 사명감이 있다고 자부하는가?
: 그렇다(이제까지 답변 중 가장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 강 감독은 방금 전의 목소리에서 딱 80%의 힘을 진지함으로 각색한 뒤 “무대에 뿌린 돈 때문에 빚도 지고, 돈 빌려 준 사람한테 욕도 듣고, 때론 배도 곯아보고 심지어는 교통비가 없어 밖에 나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자금이 없고 무대가 없고 심지어 배우조차 없음에도 연극을 기획하고 무대를 만드는 것은 바로 ‘영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영감’ 하나로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그리고 모든 부족함에 맞서겠다는, ‘쓸 데 없는 자신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어 “공연을 개막하기까지는 믿기 힘든 온갖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를 하나하나 극복하고 공연까지 가는 모든 과정들이 도전이고 어려웠기에, 오히려 해내고 난 후, 모든 자신감이 소모된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한다”면서 “마지막 종착역에서 작품에 울고 웃고 있는 관객들과 마주하면, 자신감이 이탈된 자리에 또 다른 ‘영감’이 채워지고, 그리하여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시드니 한인사회의 경우, 예술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아주 취약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난관을 견뎌내면 ‘봄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 내지 신념이 있나?
: 기존 명작도 아닌 창작극을 찾아 공연장까지의 먼 길을 오는 교민 관객이 시작 당시인 2011년에 비해 지난 <구운몽> 당시에는 크게 늘어났다. 다음 작품 언제 하는지를 물어오는 이들도 있고 배우들 주변에서는 어서 공연을 하라는 재촉도 들린다. 예술에 대한 취약한 인식도 있지만 기대치가 더 많다고 생각, 아니 확신한다. 그러기에 ‘봄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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