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에 목매는 ‘목메달’ 이제 그만

 

뉴스로=로빈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리우올림픽이 열이레의 열전(熱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적어도 한국인들에게 이번 올림픽은 전 대회에 비해 열기가 크게 떨어졌다.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성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둘째는 최초의 남미올림픽이어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거리감때문이었다고 본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이해 안가는게 있다. 메달순위로 국가별 랭킹을 매기는 관행(慣行)이다. 한국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따내 208개 출전국(난민팀 제외) 증 8위를 차지했다.

 

남녀 양궁에서 4개(남녀 개인전·남녀 단체전)의 금메달을 쓸어담았고 사격 1개(남자 50m 권총), 펜싱 1개(남자 에페), 태권도 2개(여자 49㎏급·여자 67㎏급), 여자골프 1개다. 종합순위에서 한국이 이탈리아(8-12-8), 호주(8-11-10), 네덜란드(8-7-4)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8위 자리를 지켰다.

 

 

대한민국 순위.jpg

 

 

애초 목표는 3회 연속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 이내)을 달성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종합 8위로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4개 대회 연속 올림픽 '톱10'을 기록, 스포츠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자위(自慰)했다.

 

올림픽 전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각국 순위를 예측했는데 한국의 예상 순위는 금메달 13개로 종합 5위였다. 미국과 중국이 1, 2위를 차지하고 3위 영국, 4위 러시아, 5위 한국, 6위 독일, 7위 프랑스, 8위 이탈리아로 전망했다.

 

결과는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 프랑스, 한국 순으로 맞춘건 반타작이지만 금메달 수는 차이가 많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개최국 영국의 총 메달수와 종합 순위 상위권 11개국 중 10개 국가를 적중시켰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감이 많이 떨어진 셈이다.

 

각설하고, 올림픽에서 종합순위란게 본래 있는가? 미디어들이 편의상 따지긴 하지만 올림픽은 메달집계로 순위를 매기는 제전이 아니다. 물론 성적에 따라 금은동 시상을 하니 순위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메달 집계 순위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은, 동을 아무리 많이 따도 금메달이 하나라도 더 많으면 앞줄에 세우는건 한국과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호주, 멕시코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다. 반면 총메달수를 우선(于先)하는 것은 미국과 캐나다 등 소수국의 관행이다. 총메달수만 따진다면 한국은 총 21개로 종합 11위다. (이번 올림픽에서 뉴욕타임스의 경우, 금메달 우선 집계방식으로 순서를 매긴 것을 볼 수 있었다)

 

총메달 순위는 메달의 색깔과 상관없이 모든 메달은 소중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메달을 따지 못한 4위, 5위, 6위 등 상위권 입상자들을 깡그리 무시하는건 합리적이지 않기때문이다.

 

순위 집계 방법으로 한국의 전국 체전 방식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전국체전은 금은동 성적외에 상위권 성적을 일정한 점수로 환산(換算)하고 있다. 각 경기별로 배당된 점수를 합산해 최종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순위에 따른 기본 점수에 금메달은 80점, 은 40점, 동 20점의 가산점이 붙고, 세계신기록은 300%, 세계 타이기록은 160%, 한국신기록은 150%의 보너스도 준다. 하지만 이렇게 난해한 점수방식을 채택하면 너무 복잡해서 되레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또한 이같은 점수방식은 출전자 수가 많으면 유리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마라톤에서 어느 시도가 5~8위권이 2명 이상이면 합산점수가 500점대가 넘어 금메달(496점) 1명만 출전한 시도보다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종목별로 금메달수가 형평(衡平)을 이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다시피 육상과 수영은 무더기 금메달을 자랑한다. 육상이 47개, 수영이 46개로 막상막하다. 이어 사이클이 20개 레슬링과 체조가 각 18개, 카누/카약이 16개, 사격과 역도가 각 15개, 유도와 조정이 각 14개, 복싱이 13개, 요트와 펜싱이 각 10개 순이다. (카누와 조정, 요트 등 서구국가들이 지배하는 '배' 타는 종목만 40개의 금이 걸려 있다.)

 

단체종목인 축구는 11명이 팀을 이루고, 교체선수와 엔트리를 포함하면 20명 내외의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우승해도 달랑 금메달 한 개로 치는데 육상 수영에선 한 선수가 3관왕, 5관왕을 하니 공정한 비교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전설의 수영스타 반열(班列)에 오른 미국의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수확해 개인 통산 올림픽 메달을 무려 28개(금메달 2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늘렸다.

 

펠프스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출전한 8개 종목 모두 금메달을 따내 1972년 뮌헨 대회에서 금메달 7개를 딴 마크 스피츠의 단일 올림픽 최다 기록을 깬 바 있다. 한 언론은 펠프스를 하나의 나라로 칠 경우, 그가 딴 금메달 수는 120년의 하계 올림픽 역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32위에 해당된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통산 메달 수로 보면 46개국이 펠프스를 앞설 뿐이다. 펠프스가 첫 금메달을 딴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펠프스보다 많은 금메달을 딴 나라는 12개국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펠프스가 획득한 메달 수는 종합 순위에서 16위에 해당한다. 대단한 ‘펠프스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펠프스가 1세기에 한번 나올까말까하는 엄청난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종목상의 메달 편향성은 과연 메달수를 토대로 순위 집계가 공정한 것인지 의문을 낳게 한다.

 

누구는 열몇명이 힘을 합쳐 죽어라 뛰어도 달랑 금메달 하난데 누구는 예닐곱개를 딴다면 애당초 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봤다. 단체전의 경우, 출전 선수 숫자에 해당되는 메달을 산정(算定)하자는 것이다. 즉 5인조인 농구에서 우승하면 금메달이 5개, 배구는 6개, 축구는 11개, 이런 식으로 하면 종목별 메달 편향성도 줄고 한사람이 여러개의 금메달을 독식하는 개인전에 비해 단체전의 불리함도 덜 수 있으니 말이다.

 

좀더 공정한 비교를 하고 싶다면 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선수단 규모 대비, 수확한 메달수를 나눠보는 것도 방법이다.

 

리우 올림픽엔 세계 206개국 1만5천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선수 숫자는 1만1360명이고 남자가 6222명으로 여자 5138명보다 조금 많았다. 가장 많이 파견한 나라는 미국으로 556명이 출전했다. 그 뒤를 이어 주최국 브라질이 469명, 독일이 424명, 중국 404명 순이다.

 

러시아는 ‘도핑 파문 사건’의 여파로 육상 역도에서 많은 선수들이 출전을 못했다. 당초 예정한 389명에서 118명이나 줄어든 271명에 그쳤다. 러시아의 선수 숫자는 1912년 스톡홀름 올릭픽 이후 104년 만의 최소 인원이라는 기록을 낳았다.

 

1명이 달랑 출전한 나라도 있다. 인구 1만명이 사는 남태평양의 투발루다. 투발루의 티무아니는 본래 축구선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육상 100m에 출전했다. 이밖에 부탄과 차드, 도미니카 공화국, 스와질랜드, 소말리아, 나우루, 적도기니, 라이베리아, 모리셔스가 각각 2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한국은 24개 종목에 선수 204명, 임원 129명 등 총 333명을 파견했다. 한국 역시 50명이 출전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인원이다. 규모가 줄어든 것은 강세종목이 줄었고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열린데 따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종목도 많고 선수 숫자가 많으면 금메달을 딸 확률이 많은게 당연하다. 선수숫자 대비, 메달수를 비교하면 어느 나라가 더 효율적인 성적을 거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복잡한 계산을 싫어한다. 결국 해당 스포츠의 엔트리 숫자만큼 메달수를 적용하는게 그나마 합리적인 방법일듯 싶다.

 

더하여 올림픽의 출발점이 그렇듯 대부분 종목들이 서구에서 보편화된 것인만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에서 인기있는 스포츠를 포함시킨다면 나라별 격차(隔差)도 줄고 합리적 순위가 나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한 것도 자국에 유리한 종목이 포함되고 홈그라운드의 잇점이 작용한 덕분이다.

 

이번에 일본이 금은동 12-8-21(총 41개)로 크게 선전했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에선 필경 주최국의 잇점에 편승, 종합 4위안에는 거뜬히 들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순위에 목을 매는 ‘목메달’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면 좋겠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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