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각 대학 내에서 발생되는 성추행 및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에 대한 범국가적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사진은 캔버라 소재 호주국립대학교(ANU) 캠퍼스. 최근 이 대학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 해당 학생들이 퇴학 및 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대책 및 지원 서비스 강화 방침, 호주 인권위원회도 가세
호주 대학들이 교내에서 발생되는 성추행 및 성범죄에 대해 범국가적 조사 방침을 밝혔다고 금주 화요일(23일) ABC 방송이 보도했다.
호주대학연합(Universities Australia) 건의로 시행되는 이번 조사 결과와 자료들은 향후 각 대학의 관련 정책 및 시행 절차, 피해자 지원 개선을 위해 활용된다.
호주대학연합 의장인 바니 글로버(Barney Glover) 교수는 “우리 모두는 불행히도 오랜 기간 동안, 그것도 너무 빈번하게, 교내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주는 수많은 사건들을 지켜보아야 했다”면서 “교내 성추행 및 성폭력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고수해 온 우리는 이런 범죄 행위가 어떤 경우에든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절차와 정책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버 교수는 이번 움직임에 대해 전국 대학생연맹(National Union of Students. NUS)에서 이미 시행했던 조사에 일부 영향 받았음을 인정했다. 지난해 NUS가 실시한 사건 관련 조사 결과 72.75%의 응답자가 교내 성추행을 경험했으며 27%는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해 그 심각성이 부각된 상황이었다.
글로버 교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조사였고 시행 방법 면에서도 의문점이 있기에 그다지 공신력 있는 조사는 아니었다”며 “현재 호주 대학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범죄 진상 규명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포괄적인 유병률 조사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는 호주 내 39개 대학으로부터 학생들의 대표 표본을 제공받아 당시 조사의 응답을 분석할 예정이다.
호주 인권위원회의 성차별 위원(Sex Discrimination Commissioner)으로 활동하는 케이트 젠킨스(Kate Jenkins)씨는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대학 내에서 너무도 많은 성범죄와 마주쳐왔다”며 “각 대학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단 한 건의 교내 성범죄일지라도 너무 심각한 상황에 도달한 것이기에 이번 조사 결과가 더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안전 사각지대,
기숙사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맥콰리 대학 교내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운영하던 SNS 계정에 교내 성행위 사진이 게재되고, 거기에 노골적인 댓글이 이어지는 사건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달에는 성추행으로 기소된 다섯 명의 호주 국립대학(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학생들이 카톨릭 재단의 기숙사에서 퇴학을 당하고 두 명이 정학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남학생들의 행위를 목격한 한 여성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여학생의 가슴부분 사진과 영상을 동료 남학생들과 공유했다.
올해 초, 시드니 대학의 웨슬리 기숙사(Wesley College)에서도 교내 성행위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긴 학보가 발간되는 일이 발생했으며, 학생들이 피해 여학생의 가슴부위나 성관계 경험 횟수 등과 같은 기준에 따라 순위를 매기기도 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글로버 교수는 이번 대대적인 성폭력 조사를 통해 기숙사가 이 같은 교내 성범죄의 온상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