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플로리다 42] 실버 스프링스, 위키와치 스프링스 등 전국적 각광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는 월트 디즈니월드 공원이 세워지기 전에는 수정같이 맑고 온 몸을 단번에 식히는 얼음장같이 시원한 물이 땅에서 솟아나는 천연 자연 장소들이 관광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이들 관광지는 주로 샘물을 이용한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한때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로 올라선 것이 특징이다.
‘글래스 바텀 보트’로 각광 받은 ‘실버 스프링스’
▲ 실버 스프링스의 글래스 바텀 보트ⓒ Florida State Park |
플로리다에서 가장 오래된 관광지로 인정받고 있는 오칼라 소재 실버 스프링스(Silver Springs)도 이중 하나이다. 샘물이 지반에서 계속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글래스 바텀 보트(유리 바닥 보트)는 1870년대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끈 공원의 아이콘이다. 이곳은 디즈니 공원 이전까지 플로리다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유흥지였다. 당시만 해도 유리로 바닥을 만들어 수심을 볼 수 있게 한 배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1930년대 부터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까지 와서 실버 스프링스의 자연을 배경으로 ‘타잔, 블랙 호수에서 온 괴물’, ‘이유없는 반항’ 등 유명 영화들을 찍었다. 결국 영화로 유명세가 더해져 1960년대만 해도 연간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다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점차 메가 테마공원에 빼앗겼고 수질관리 허술로 강이 오염되는 지경까지 이르자, 2013년 주정부가 나서서 주립공원으로 변경했다.
인어 아가씨로 명성 날린 ‘위키와치 스프링스’
▲위키와치 스프링스의 인어 아가씨 ⓒ Florida State Park |
헤르난도 카운티의 위키와치 스프링스(Weeki Wachee Springs) 역시 실버 스프링스와 마찬가지로 샘물과 관련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46년 해군출신인 페리라는 사람은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정같이 투명한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해초와 기이한 돌들 사이를 오가며 노니는 것을 보고 바다궁전을 떠올렸다.
그는 세계 최초의 수중극장을 머리에 그리며 플로리다를 헤매다 탬파지역에서 북쪽으로 40마일 떨어진 스프링에서 꿈을 실현시킨다. 이곳은 매일 6천만갤런의 샘물이 솟아나 물이 맑은데다 물속 지반이 크게 패여있어 수중극장을 세우기에는 안성마춤인 곳이었다.
페리는 먼저 이곳에 에어 컴프레셔를 설치하고 스프링 바닥에 여러개의 산소 호스를 마련했다. 수중 극장에 인어 아가씨를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숨쉬기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관중이 물속을 극장 화면처럼 볼 수 있도록 호수를 막아 유리벽을 설치하고 관람공간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지역에서 수영을 잘 한다고 소문난 젊은 아가씨들을 초빙해 인어옷을 입혔다. '인어공주 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위키와치 스프링스는 이 쇼로 인해 195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됐다. 인어 아가씨들은 지역의 프리마돈나로 부상했고, 사진작가들과 TV카메라맨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어 아가씨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0년대까지 플로리다 아이콘이었던 이 공원은 경쟁에서 밀려 거의 폐장 위기까지 갔다. 이 때 공원은 10년 넘게 자부심을 갖고 일한 한 '인어 아가씨' 노력으로 기적적으로 회생하게 되었다.
이 인어 아가씨는 공원이 폐쇄위기에 오자 자기 분신과도 같은 공원을 살리기 위해 인터넷에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렸을적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던 미 전국의 동심팬들이 대대적으로 응답을 하기 시작했고, 위키 와치 스프링스를 보존하라는 열화와 같은 반응에 이 지역을 관장하던 수도국이 리스 연장 조치를 내렸다.
이 공원도 운영난에 허덕이다 결국 2008년에 주립공원이 됐으나 지금도 인어 아가씨 쇼는 지속되고 있다.
맘모스 시대 동물 화석 묻힌 ‘와쿨라 스프링스’
▲수중 지하 동굴과 함께 천연자연 보존지로 유명한 와쿨라 스프링스 ⓒ Florida State Park |
1850년대에는 사라 스미스라는 여성이 주도 텔러해시 인근 와쿨라 스프링스(Wakulla Springs) 바닥에서 맘모스와 같은 시대의 동물인 마스토돈(mastodon 고대 코끼리류 동물) 화석을 발견했다. 이것이 뉴스로 퍼져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곳은 인기 관광지가 될 수도 있었으나 땅 소유주인 에드 볼이 워낙 갑부인 탓에 관광 개발에 관심을 두지 않아 다른 스프링스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으나, 1986년 주립공원으로 승격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덕분에 와쿨라 스프링스는 지하 동굴과 함께 천연 자연 보존지로써 환경문제에 관심을 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슈가밀로 유명한 ‘데 레온 스프링스’
▲ 데 레온 스프링스는 1830년대 슈가밀을 보존해 식당으로 만들었다. ⓒ Florida State Park |
볼루시아 카운티의 ‘데 레온 스프링스(De Leon Springs)’도 역사가 깊은 관광지이다. 이곳에 있는 올드 스패니쉬 슈가밀(The Old Spanish Sugar Mill)은 1830년대에 지어졌으나 제2차 세미놀 전쟁과 남북전쟁을 겪으며 파괴됐다.
이후 1961년에 슈가밀은 완전히 없어질 운명에 처했으나 피터 슈와르즈(Peter Schwarze)라는 사람이 보존에 나섰고, 현재는같은 이름의 식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앙플로리다에서 가장 유서깊은 장소 중 하나인 이곳은 플로리다 지역 다른 스프링스들과 마찬가지로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샘물과 관련해 이런 저런 놀거리를 만들었다. 일례로 수상스키 타는 코끼리, 정글 크루즈 등으로 당시에 지역을 가장 현대적인 테마공원으로 만들었다.
공원내 옛 유흥거리는 대부분 사라졌으나 슈가밀에 들어선 식당 메뉴가 관광지로써 긴 호흡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메뉴란 다름 아닌 즉석 팬케이크이다. 부모들은 이곳 식당에서 자신의 어린 자녀들이 팬 케이크를 직접 부치며 즐거워 하는 모습에 이곳을 재차 방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편 플로리다에는 1천개 이상 스프링스가 있으며 이중 일반인이 수영하고 카누나 카약을 즐길 수 있는 주립공원은 19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