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호 화백 이호임씨의 아홉 번째 전시회 ‘Absolute Mine’에서 선보이고 있는 <춘하추동> 시리즈 중 ‘춘’. 작가의 색다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정 대상에 대한 작가의 색다른 시각과 감동
시드니에 거주하는 재호 화백 이호임(한호예술재단 이사)씨의 아홉 번째 전시회가 금주 월요일(13일)부터 채스우드(Chatswood) 소재 ‘The Art Space’에서 시작, 다음 주 일요일(26일)까지 이어진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오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천착하는 소재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새나 동물, 꽃, 또는 나무 등 자기만의 소재에 매달리게 되고, 이를 통해 특정 소재에 대한 자기 인지도를 높여나가게 된다.
이에 반해 이호임 화백의 화풍은 특정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다. 시드니에서 가진 이제까지의 전시회(개인전, 부스전 포함)에서 드러난 그녀의 화풍에 대한 특징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작가 자신이 보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그대로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화백은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눈에 비친, 또는 가슴에 와 닿은 대상,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이나 감동을 색채로 드러내는 것이다.
언젠가 작가는 블루마운틴 지역을 가다 지난해 발생했던 대형 산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삼림지역을 보게 됐다. 밑둥이 검게 그을린 채 서 있는 나무들은, 산불이라는 사전 인식 하에서는 처참하거나 안타깝게 보일 터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나무를 통해 더 깊은 부분을 보았다. 불 탄 흔적의 나무들에서 계절에 따른 색상의 다름을 보았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4편의 <춘하추동>이다(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에 속해 있다). 앙상한 나무가 보여주는 삼림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색상을 가슴에 담아둔 작가는 이를 캔버스에 재현해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이전의 전시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소재를 만날 수 있다. 특정한 대상에 얽매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사물, 그것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각 대상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능력, 그것이 이호임 작가의 특징이자 능력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를 ‘Absolute Mine’이라 이름 붙인 배경도 이 같은 작가 자신의 성향에서 나온 제목이다. 추상적이지만, 조금만 더 작가의 작품세계로 들어가면 금세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절대적으로 작가 자신의 성향이나 느낌을 작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라는 의미이다.
이번 작품의 경향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지만 일부 작품에서는 표현 방식에서 약간의 변화가 눈에 띄기도 한다. 사물에 대한 추상적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다(물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를 터이지만). 다시 말하면, 그림을 통해 의도하고자 한 메시지를 더 깊이 숨겼다고나 할까.
또 다시 말하면, 정확한 표현을 벗어나 관람객으로 하여금 조금은 더 생각하게 만들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총 23개의 작품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꼭 집어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작가가 느낀 소재의 아름다움이나 감동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뜻일 것이다.
-일시 : 10월13일부터 26일(일)까지(갤러리 오픈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장소 : ‘The Art Space’(The Concourse, 409 Victoria Ave, Chatswood)
-Opening Reception : 10월18일(토) 오후 3시-5시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