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테러 계획’을 포스트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17세의 A군. 그의 변호팀은 그가 정신질환자로 단지 주목을 끌기 위해 테러 관련 글을 게시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정은 A가 테러조직 가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보석을 거부했다.
가족들, 심각한 정신질환자 주장... 법정, ‘테러가담 위험’ 판단
호주 당국의 대테러 작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드니 지역의 한 10대 청소년이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테러 위협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일요일(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이 10대 청소년은 “단지 주목을 받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그가 “엄청난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14일, 올해 17세인 청소년 A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일련의 테러 관련 메지시와 함께 시드니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4곳의 ‘공격지점’을 포스트했다.
A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스트한 메시지를 통해 “칼날을 꺼내들고 내 주변의 남녀, 심지어 아이들까지 베어버리겠다”며 “호주 동부 표준시간(Australian Eastern Standard Time. AEST)으로 내일 아침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는 “25명 이상 살해한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얼마 후 A는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고 자신의 컴퓨터를 재부팅했다.
다음 날 경찰은 시드니 인근, 매카서 지역(Macarthur Region)의 디 오크스(The Oaks. 캠벨타운 서쪽 25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A의 집에서 그를 체포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NSW 항소법원(NSW Court of Criminal Appeal)의 보석 관련 심리에서 드러났다.
A의 변호팀은 보석 신청에서 A에 대해 “그리스계 이민자 출신으로 심각한 발달장애를 갖고 있으며 지난 5월에도 다른 폭력 관련 글을 포스트 했었다”고 밝혔다.
지난 5월23일, A는 페이스북에 “나는 길고 예리한 칼을 확보할 수 있으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을 살해할 수 있다”고 게시했다.
또한 A는 “만약 내가 이 일을 실행한다면 포트 아서 학살(Port Arthur massacre) 사건 이래 최악의 피의 학살이 될 것”이라는 글도 덧붙였다.
포트 아서 학살은 지난 1996년 타스마니아 남부 포트 아서에서 한 정신질환자가 여행객을 대상으로 총기를 난사, 3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호주 최악의 참사이다.
A는 경찰에 체포된 후 반복적으로 “이를 실행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주목을 끌기 위해 농담을 게시한 것”이라고 되풀이 했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칠 만한 인물이 아니다. 단지 모든 이들에게 무시를 받아 보니 한 순간 주목을 받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진이 ‘왜 그런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는가?’라고 묻자 그는 “정신건강 및 ‘왕따’에 대한 주장을 만들기 위한 것일 뿐이며,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와는 무관하다.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NSW 합동 대테러반(NSW Joint Counter Terrorism Team)이 지난 4월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A는 ‘Lonewolfhunter200’이라는 가명으로 웹사이트에 접속, “당국이 알지 못하게 테러 공격을 계획하는 방법”을 질문한 바 있다. 또한 A는 한 검색 사이트를 통해 사제 폭발물 제조 방법을 검색한 사실도 있다.
A의 변호팀은 A가 이전에 저지른 범법 행위가 없으며 그 어떤 테러 조직과도 연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정은 A가 심각한 테러 공격 가담 위험이 있고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결정, 보석신청을 기각했다.
클리프톤 호벤(Clifton Hoeben) 판사는 “페이스북에 게시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지난 5월23일에서 6월12일 사이에 포스트한 것”이라며 “순간적인 생각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내부에 뿌리 깊은 적대감이 잠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법정은 A가 테러를 계획하거나 실행할 수 있으며 또한 심각한 테러에 가담할 의도로 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 그를 수감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A가 경찰에 체포될 당시 A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 “테러리스트가 아니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단지 장난을 시작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