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화전략..타산지석 삼아야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nyhotpoint@gmail.com
지난 몇년간 카네기 홀, 링컨센터 공연 행사를 비롯해 Korea Society, Japan Society 등에서 멤버로 등록하고 많은 공연들을 접해 왔다. 물론 지금은 BAM(Brooklyn Academy Music) 하나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는 규모면이나 공연, 전시 라인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로 럭셔리함과 글로벌함도 함께 갖추고 있다. 나와의 첫 인연(因緣)은 2000년 초반 뉴욕방문 중 우연히 빌리지보이스 광고를 보고 초대손님 장만옥이라는 광고에 과감히 $100 티켓을 구입했을 때다. 작품은 그저 그랬던 그녀의 영화 'Clean'을 보고 Q&A시간에 본 40대 중반의 지적이고 우아한 여배우의 모습에 시간이 정지되어있다.
70가 파크 에비뉴에 위치한 아시아 소사이어티
영화상영관, 박물관, 까페 등 한 건물 전체를 쓰고 있는데 1층 입구에는 기념품점이 있는데 역쉬 럭셔리하군..박물관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공방(工房) 느낌의 다양한 작품들로 꽉 채우고 있었다.
일본인 친구 마사코 시바(Masako Shiba)의 SNS에 올라온 포스팅보고 무료라는 말에 덥석 미끼를 물어버린 나. 오늘의 상영작은 'The birth of Sake'.
마사코는 재팬 소사이어티에서 오래동안 큐레이터를 하며 한인타운의 뉴욕독서실 오픈 당시 일본 사진작가의 작품을 뉴욕독서실 스튜디오, 312갤러리에서 전시하며 우정을 쌓게 되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현지 미국인들과의 소통(疏通)을 중요시하며 아시아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는데 안타깝게도 라인업을 보면 대부분 중국작가, 일본 문화들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독창성과 아이디어는 일본인들의 장기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사케'라는 술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미국인들의 오버 리액션을 끌어내는 그들의 마케팅 전략은 단순히 '사케' 만드는 지루한 과정정도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짐작하고 온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사실 이 다큐 영화는 사케를 만드는 지루한 작업방식이 주가 아니다.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출력이 대단한데 양조장에서 삶을 보내는 가장의 반복적이고 고된 작업과정과 1년중 작업기간 7개월을 떨어져 지내야하는 하는 어려움,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는 아내의, 패밀리 비지니스의 대를 잇는 가업의 책임을 떠안은 아들의 고충이 잔잔히 가슴을 파고든다.
시대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사케가 아닌 맥주나 와인을 선호하고 그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잃지 않고 장인정신으로 새벽5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쌀을 찌고 발효(醱酵)시키고 수시로 온도를 재는 수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땀흘리는 모습. 일이 없는 여름에는 백수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을 지역을 떠나 일 할 사람이 현저하게 부족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서 사케라는 일본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 우리 인간들이 숭고한 정신과 많은 희생으로 탄생시킨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케를 와인에 비교하며 그 위대함과 작업정신을 90분동안 보여준다. 한 동네에서 평생 사케를 만들며 가족처럼 지내는 작업반 사람들….
실제 다큐에 출연중이던 40대 중반의 작업멤버는 촬영 중 갑작스런 쇼크로 세상을 떠났고 가족같았던 작업장 식구들은 그의 장례식장도 가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케를 끝까지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설명한다.
200여명 정도가 꽉 채운 객석. 시잔 전에는 프로그램 디렉터가 간단한 인사를 했고 상영이 끝난 후 직접 다큐 제작에 참여했던 또 다른 마사코(오른쪽)의 Q&A와 작업과정 설명시간이 주어졌다
일본인들의 마케팅이 뛰어나다고 위에서 설명한 것은 바로 이런 접근법(接近法)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뉴욕, 미국에 한국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엄청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도 태권도, 한국무용(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님) 등 지나치게 전통적이고 안정적인 이벤트에 안주하려는 듯하다. 지금 K-pop에 열광하고 있는데 아직도 옛것만 그리고 매번 김치, 파전같은 음식과 맛보기만 하는 평범한 이벤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문화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 다큐 하나가 미국 현지인들에게 일본 문화, 일본 술 사케를 얼마나 인간적으로 문화적으로 다가갈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방송과 같은 한국인 2세 주주 장이 있는 PBS에서도 방영하고 이 영화 제작사인 POV(point of view)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편의 다큐로 인터넷, 공중파 TV, 오프라인 행사 등을 통한 여러 노력 또한 칭찬할만하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1층 까페에서는 사케 테이스팅이 아시아 소사이어티 멤버들만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는데 친구 잘 둔덕에 난 그냥 들어가서 전통주와 과일향이 있는 풀바디의 사케를 한잔씩 시음했다. 이제 시대는 일방적인 소통의 문화가 아닌 서로 교류해야 하는데 이렇게 좋은 다큐영화를 보고 사케를 이해하고 맛보는 과정 자체가 아주 훌륭했다.
애주가인 나로서는 한국의 전통주도 많은만큼 연극공연이나 다큐영화로 제작해서 한식이벤트에서 그냥 먹고 마시는 시간 뿐아니라 우리의 전통을 좀 더 세련되게 이해시키고 전파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K-pop이 대세니 로고송을 만들어서 한글도 가르칠 겸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최근에는 토끼소주라고 미국인이 만든 소주가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못하는걸 대신 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은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아니다.
전통적인 것을 발전시키고 홍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고 동시에 현대적인 것들 역시 한국을 알리는데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안동소주, 요즘은 여성취향저격 과일 향과 맛이 첨가된 각종 소주, 막걸리, 동동주, 복분자, 백세주, 청하(정종, 사케) 등 이 아이들이 대체 사케, 와인과 비교할 때 절대 부족하지 않다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별 기대 없이 본 다큐영화 한편이 뉴욕에 살고 있는 나를 애국자로 만드는 아이러니를 경험한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Obi Lee's NYHOT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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