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호섭 논문에서 밝혀
<작곡가 이호섭선생>
그 동안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불렸던 창가, 특히 7.5조 창가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시가형식으로 알려져 왔으나 일본에는 7.5조 시형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음악형식도 서양에서 도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찰랑찰랑, 찬찬찬, 10분내로, 카스바의 여인, 삼각관계 등의 작곡가 이호섭이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 개화기 시가와 악곡의 결합양상 연구’에서 밝혀졌는데, 이것은 창가의 발원지가 일본인 것처럼 논의됐던 기존의 일부 학설을 상당부분 뒤집는 논지여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이 논문에 따르면 창가는 서양의 찬송가와 민요 또는 베토벤과 슈만과 같은 저명한 작곡가의 악고에 가사만 붙여 부른 선곡후사 형태의 노래를 말하며, 일종의 노래가사 붙여 부르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창가는 애초 서양음악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서양음악인 창가가 일본 음악으로 잘못 알려진 이유는 최남선의 ‘경부철도노래곡조(경부철도가)’를 일본 창가 ‘철도창가’와 혼동하여 최남선이 마치 일본 창가 악곡에 가사를 붙여 노래 부른 것으로 오해를 했기 때문이다.
이 첫 출발점이 잘못 인식됨으로써 이후 오늘날까지 110여 년간 창가의 본고장이 일본인 것 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1908년 발표된 최남선의 ‘경부철도노래곡조(경부철도가)’는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번즈 원작의 ‘Comin through the Rye’악곡에 가사를 붙인 노래로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창가 ‘철도창가’와는 전혀 다른 노래이다. 오히려 일본 창가의 출발선이라고 하는 ‘철도창가’가 ‘Comin through the Rye’를 모델로 하여 작곡된 것으로서 이러한 상관관계를 이해하면 창가는 일본의 자생적 노래가 아니라 서양음악에 자기들의 가사를 붙여 부른 노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씨는 이 논문에서 만주 소영자의 광성 중학교에서 단기 4247(1914)년 7월 15일에 등사본으로 펴낸 ‘최신창가집 : 부악전’에 수록된 152곡의 창가 악보를 분석한 결과, 창가의 주제로는 ‘운동’이 8곡, ‘애국’ 7곡, ‘권학’ 4곡, ‘학도’3곡, ‘국가’2곡, ‘혈성대’ 2곡, 이 외의 모든 곡들이 애국 계몽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악보를 일일이 대조하여 악곡이 서양에서 들어온 양악이라는 사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본 창가의 전형적인 리듬으로 알려진 경쾌한 행진곡 풍이 ‘Comin through the Rye’에서 연유하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때마침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을 일으키면서 군가가 필요해지자, 이 리듬으로 군가를 작곡한 것이 7.5조 창가가 일본에 유난히 많이 보급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을사늑약 이후 일제는 애국 계몽창가를 금지시키는 대신, 1910년 이후 ‘7.5조’의 시행을 가진 학교창가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면서 창가가 마치 일본 노래형식인 것으로 오해되기에 이르렀다.
‘7.5조’노랫말도 일본의 전통시가 형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전통시가 와가의 음수율을 보면, 단가는 5.7.5.7.7, 장가는 5.7.5.7.7……5.7.7, 그리고 근대에 발달한 하이쿠는 5.7.5의 리듬을 갖고 있어서 ‘7.5조’는 일본 전통시가에는 그 유래가 없으므로 고유한 리듬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철도창가’가 모델로 삼고 있는 ‘Comin through the Rye’가 악고의 리듬패턴에 의해 8.5조 또는 7.5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씨는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이씨는 7.5조는 시가 리듬의 형식으로는 4.3.5조 또는 3.4.5조 홀수 음보라고 해야 옳은데 유독 창가와 관련해서만은 일본 시가 리듬형식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이는 7.5조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폐단으로 시급히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가라는 용어도 한. 중. 일 어느 나라에도 없었으나 1881년 일본에서 발해된 ‘소학창가집’이후 노래책을 ‘창가집’으로 호칭한데서 영향을 받은 신조어이다.
이씨는 작곡가 겸 중견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2014년을 비롯하여 3회에 걸쳐 알마티에서 KBS한민족노래자랑을 진행했다.
작곡가/방송인 이호섭 프로필
<대표곡>
10분 내로(김연자)
삼각관계(강진)
내장산, 비익조, 꽃바람(김용임)
찰랑찰랑, 아름다운 사랑, 나만 생각하세요(이자연)
찬찬찬(편승엽)
다함께 차차차, 원점(이상 설운도)
<주요저서>
가요가창법 강의 총서1(1996년 문화출판사/Audio Book(책1권+TAPE4개)
한국 개화기 시가와 악곡의 결합양상 연구(2014, 서강대학교, 문학석사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