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북핵개발 부추기는 박근혜와 유엔 안보리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은 지난 9월 5일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데 이어 나흘 후인 9일에는 폭발위력이 엄청나게 강한 핵탄두를 지하에서 폭발시키는 핵탄두 기폭시험을 진행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23년 만에 핵 프로그램이 최종 완성단계로 접어들어 핵무기 실전배치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핵탄두 폭발실험이 탄두의 규격화와 표준화 상태에서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탄두를 실제 터뜨려 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제는 북한이 미사일에 핵을 탑재하고 쏠 수 있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달성, 핵탄두 고도화 뿐 아니라 운반체인 탄도미사일 능력도 사실상 완성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8월24일에도 동해상으로 발사한 잠수함(2천톤급) 탄도미사일(SLBM,북극성)발사를 성공시켰다. 북한의 SLBM은 500km를 비행했지만 고도가 300-400km로 우주공간까지 진입하여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 1000km(외기권=1000km이상), 미사일 연료를 정상적으로 충전한다면 최대 사거리 2500km까지 가능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의 핵탄두 기폭시험에 미군이 침묵한 이유는?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이나 핵실험 때면 비록 축소해서 발표해 왔지만, 나름대로 평가를 해 왔던 미국 군당국은 이번에는 꿀먹은 벙어리인 듯 일체의 논평을 삼갔다. 왜 그럴까?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은, 북한의 미사일 고도가 이제는 미 첩보위성 등 주요 위성들과 같은 높이에 오르게 되면서 북한 미사일들의 EMP(전자기기를 마비시키는)탄에 미국 위성이 불구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만일, 북의 EMP 탄이 미국의 주요 위성들 부근에서 터질 경우, 미 첩보위성의 전자기기가 마비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미국 군사력이 맥을 못 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군당국은 이번에 북한의 SLBM 발사가 성공하자, 한미연합군의 핵선제타격으로 적이 발사하기 전에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년 8월, 북한 잠수함 50여 척이 당시 열리고 있던 남부 고위급 군사회담에 대비해서 일제히 자취를 감췄을 때 이들의 행방을 끝내 탐지도 추적도 못한 한미 군당국은 잔뜩 긴장, 끙끙거려야 했었다.
적의 잠수함의 행방을 모르는데 '핵선제타격 가능' 주장을 누가 믿겠는가. 또 전번 북한미사일 발사 때 일본의 2기의 사드 레이더, 5기의 최신예 레이더 등 모두 7기의 최신예 레이더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도 추적도 못했던 실례를 안다면 한국군 당국은 '뻥'으로 국민을 계속 기만할 게 아니라 보다 솔직해져야 할 것이다.
북쪽을 향해 위치가 고정된 사드 레이더의 탐지 각도는 120도 밖에 안 되는데, 북한 잠수함이 동서남해의 사드 탐지 각도를 벗어나는 뒤쪽 즉, 240도 안의 수중 어디에선가 SLBM을 쏜다면, 뒤를 못 보는 사드는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을지프리덤가디언(8/22~9/2,한미합동군사훈련)에 참가시키기 위해 북한 타격 내지 겁주기 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최첨단 B-1B스텔스폭격기, B-2전략폭격기를 각각 3대씩 그리고 세계 최강이라는 F-22 스텔스 전투기 14대 등을 미 본토에서 괌으로 이동시켜 기존 B-52 폭격기와 합류시켰다는 사실을 미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반면에 그 후 이 항공기들이 실제 훈련기간에 참가했다는 속보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뉴스 가치 또한 큰 것이었다. 지난 3월초에 있었던 한미합동훈련 때 까지도 같은 종류의 항공기 훈련 참가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에 대한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을 보면,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된 전략폭격기들이 전투기의 호위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작전비행을 하는 경우가 없는데, 지난 8월 17일 합동폭격비행연습에서 호위전투기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폭격비행연습이 실전상황을 가상한 비행연습이 아니라 '북한겁주기용' 시위비행이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척했다가 실제로는 꽁무니를 빼, 북의 신경을 건들이지 않는 조심스런 자세를 취한 것이다.
한미 연합군, 북한 잠수함 100% 탐지 불가능
한미 연합군이 북한 전역을 동시에 타격하여 초토화 시키고 군의 선제타격으로 북한이 큰 피해를 입는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어느 바다 속에선가 활동 중일 북한 잠수함을 100% 탐지 추적해 기습 공격으로 박멸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만약 그 중 단 한군데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SLBM)이 살아남아 북한군이 보복 공격을 한다면 대부분의 미 본토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결국 지금처럼 북한과 끝까지 대치하다가는 우리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선제타격을 못하는 것이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전쟁 목적인데,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면 전쟁을 일으킬 바보가 있겠는가?
외신 및 <연합뉴스>의 북 핵실험 징후 포착에 대한 사전 경고 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의 특별한 행사 때면 반드시 핵실험을 해 왔음을 아는 일반인들조차도 북이 건국기념일(9월9일)에 또 뭔가 터트릴 것임을 예상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무총리와 통일부 장관은 감도 못 잡은 듯 평소의 행사에만 신경을 씀으로써 즉시 열렸어야 할 긴급 국가안전보장 회의는 북의 핵실험 1시간 30분이나 지난 11시에야 열려야 했다. 주무부서인 국방부도 국정원도 낮잠을 잤다는 뜻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기회 있을 때 마다 읊었던 '북한붕괴론'에 이어, 이번에는 '정신통제가 불가능한 핵광인 김정은' 까지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시야를 넓혀서, "자기 보호를 위해 김정은은 극히 이성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한 미국 최대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사설에도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일국의 대통령답지 않은 연이은 발언으로 인해 세계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대통령의 시야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다시 유엔 안보리의 여덟 번째 '강력한' 대북제재를 들먹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7회의 강력한 제재에 북한이 한번이라도 겁을 먹고 핵실험을 그친 적이 있었던가? 그 때마다 오히려 비웃듯이 더 강력한 핵미사일 시험을 강행해 온 북한이다. 거듭된 유엔제재는 북의 심기만 건드려 그때마다 오히려 자극제로 활용되어 북한이 개량된 핵무기를 만들어 내는 등 웃지 못 할 일이 7회째 계속되었다. 대체 유엔안보리 구성원들은 북을 진심으로 제재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북의 핵무기 개량 및 발전에 부채질을 하는 걸까?
박근혜 대통령 "몇 달 안에 북한이 붕괴한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은, 김일성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북한 제2인자였던 황장엽이 망명해 왔을 때도, 또 300여만명의 북한 동포가 아사 당했던 1990년 대 말에도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망명했다 해서 "몇 달 안에 북한이 붕괴한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것도 혼자 생각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자신이 옳은지 틀렸는지도 모르는 채 국무회의 및 언론에 그 말을 흘려 '사우스 코리아의 인지능력이 부족한 대통령'으로 국제적 웃음꺼리가 되고 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지금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것은 북한의 SLBM 및 지난 9일의 핵탄두실험 성공으로 '붕괴'는 북한이 아닌 '사드' 등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Missile Defence)'라는 사실이다.
북한을 대하는 한미 당국의 자세가 지금까지의 윽박지르는 자세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자세'로 바뀌지 않는 한, 국민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 불안 속에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