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여권은 크게 적색, 녹색, 청색, 검정색 등 4가지로 구분되며 각 국가별로 이 기본색에 농도를 달리해 각국의 이미지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여권, 크게 적-녹-청-검정 네 가지
각 색상에서 농도로 차별화... 색상별 각국 고유 의미 담아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요즘, 여권을 꺼내드는 횟수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혹시 여권의 색상에 대해 궁금해 본 적이 있는가?
여행을 떠나면서 보내는 여러 가지 분주함은 각자의 이 같은 호기심을 가볍게 눌러버리기에 충분하다. 무심코 지나치게 되기 쉽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권의 색상에는 실제로 더욱 많은 사실이 숨어있다.
세계 각국의 여권 정보 온라인 서비스 ‘패스포트 인덱스’(Passport Index)를 운영하는 ‘아톤 그룹’(Arton Group)의 란트 보고시안(Hrant Boghossian) 부사장은 호주 비즈니스 관련 정보 제공 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를 통해
“각국의 여권 색상은 주로 적색, 녹색, 청색, 검정색 등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 색상 안에서도 다양한 농도로 차별을 둔다”며 “실제 여권의 색상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크기와 형태 등 여권 외관에 대한 규정은 ‘국제 민간항공기구’(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ICAO)에 의해 작성되었지만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색상과 디자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특정한 색상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많은 가설’이 있다.
예를 들어 유럽공동체(EU) 가입국들은 와인 색상의 여권을 사용하는 경향이 높고, ‘카리컴’(Caricom. 카리비언 지역 및 공동 시장) 가입 국가들은 청색을 선호하는데 이는 지리적 또는 정치적 이유에서 기인한다.
보고시안 부사장은 “와인 색상에 대해 과거 공산주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일부 견해도 있으며 또한 청색은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국가 등 뉴월드(New World)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터키의 여권은 유럽공동체 가입을 희망하는 의미에서 ‘버건디’(burgundy. 프랑스 부르고뉴 산 포도주)로 색상을 변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 한편 일부 여권의 색상은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모로코, 파키스탄, 사우디 아라비아 등 무슬림 국가들은 녹색 계통에서 색의 농도를 다르게 하고 있다.
보고시안 부사장은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녹색 여권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종교에서 녹색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녹색은 이슬람 창시자인 무하마드(Muhammad)가 가장 선호하는 색상이었고 ‘자연과 생명의 상징’이자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같은 여러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서도 자주 보여지는 색깔이다.
스위스와 같은 일부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밝은 빨강색을 선택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밝은 오렌지 색상을, 캐나다에서는 긴급 여행자용 임시여권으로 흰색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여권 표지는 적색 및 녹색 그리고 현재는 청색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색상으로 변경을 거듭해왔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