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으로 IS에 합류, 현재 이라크 IS 점령 지역에 머물고 있는 칼레드 샤로프(Khaled Sharrouf. 위 사진). IS 조직원들이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 여성들을 납치, 성노예로 삼은 일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호주 출신의 IS 지하디스트 샤로프와 모하메드 엘로마르(Mohamed Elomar) 또한 야지디(Yazidi) 여성을 노예화한 사실이 직접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나왔다.
북부 이라크 소수민족 여성 납치, 노예 및 성폭력 일삼아
지난해 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slamic State)에 납치돼 성노예가 된 북부 이라크 소수민족 여성이 최대 수천 명에 달해 금세기 최대 규모의 노예화 사례로 기록됐다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보도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IS를 탈출한 2명의 여성이 호주 출신의 지하디스트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노예로 생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주 금요일(23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서 거주하다 IS에 합류한 지하디스트 칼레드 샤로프(Khaled Sharrouf)와 모하메드 엘로마르(Mohamed Elomar)가 북부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지디’(Yazidi) 여성들을 노예로 매매해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고발됐다.
최근 IS를 탈출했다고 밝힌 두 여성은 납치되어 노예시장에 끌려간 뒤 이들 지하디스트에게 넘겨져 결혼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두 여성은 지난해 이라크에서 납치됐으며, IS에 몸담은 이들 호주인 지하디스트들이 노예시장에서 자신들을 매매한 뒤 시리아 영토 깊은 곳으로 끌고 갔다고 증언했다. 두 여성은 또 이 호주인들이 수천 명의 다른 여성들을 잡고 있었다는 것도 털어 놓았다.
이 여성 중 한 명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칼레드 샤로프가 “죽이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두 여성 중 하나인 레일라(Layla)씨는 “한밤중에 그가 한 소녀를 아래층으로 데리고 갔다. 소녀가 돌아와서는 우리에게 ‘그가 자기와 결혼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 팔아버리겠다. 또 만약 내 아내에게 뭔가를 말해도 너를 팔거나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뿐 아니라 샤로프는 자신들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하라고 강요했다는 게 이 여성들의 말이다. 심지어 “그는 우리가 우는 것은 물론 슬픈 표정을 짓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레일라씨는 “울거나 슬픈 얼굴을 하면 ‘뭐가 슬프냐? 너희 가족은 잊어라’는 말을 하면서 계속 그러면 너희를 다른 곳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으며, 또한 ‘여기가 너희 집이고 우리가 너희 가족이다. 네가 믿는 신(God)은 잊어라. 우리가 그들 모두를 죽였기 때문에 너희는 다행이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 두 여성은 또 샤로프의 아이들도 납치된 소수민족 여성들을 고문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호주인 지하디스트인 엘로마르도 두 명의 야지디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협박했다. 레일라씨는 “친구 중 한 여성은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있던 중 어느 날 밤 그에게 강제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레일라씨와 함께 IS를 탈출한 또 다른 여성 나즈다(Nazdar)씨도 “엘로마르에게 성폭행을 당한 그 친구가 나에게 ‘그(엘로마르)가 나에게 자기와 결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데 팔아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나즈다씨는 “엘로마르는 매일 사람들을 자기 집에 데리고 와서는 내 친구를 대상으로 인신매매를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레일라와 나즈다는 북부 이라크로 피신한 상태이다.
IS가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 주민들을 종교적 이유로 탄압하고 여성을 납치하는 일은 이번 호주 출신 지하디스트의 소행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유엔 시리아 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IS 조직원들이 미국 등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 공습을 피해 민가에 머물면서 야지디족 여성을 성 노예로 삼고 강제로 자신들의 아이를 갖도록 하고 있다고 고발하며 국제법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도 지난해 12월, IS에 납치돼 노예 생활을 하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들이 최대 수천 명에 달해 금세기 최대 규모의 노예화 사례로 기록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IS는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5개월여 동안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으로 추산되는 야지디족 여성을 납치했으며, 이 여성들을 나이, 혼인 여부, 교육수준에 따라 분류한 뒤 노예로 팔거나 공을 세운 IS 대원들에게 보상으로 줬다.
또 납치된 여성들은 성노예로서 IS가 운영하는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됐으며, IS는 대원들을 위해 ‘첩’이 할 수 있는 행동과 ‘첩’이 말을 듣지 않을 때의 처벌 방법을 담은 안내서를 펴내기도 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라크는 시아파가 대다수를 이루는 유일한 국가로, 이라크의 시아파는 아랍인과 소수의 투르크멘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라크 북부 지역에는 그리스도교, 야지디교, 만다야교, 유대교, 바하이교 등 소수민족 종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야지디교를 갖고 있는 야지디 부족은 고대 페르시아 전통을 고수함으로써 수니파 극단 이슬람 무장 단체인 IS의 표적이 되어 왔다.
특히 이라크 북부를 IS가 장악함에 다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야지디족이 IS의 주요 표적이 되었으며, 수많은 여성들이 납치돼 노예 생활을 하거나 성폭행을 당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