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의 25%가량이 매주 자선단체로부터 기부금을 요청하는 전화를 수신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들의 90%는 이를 매우 불편해 한다는 반응이었다.
90% 이상 ‘불편하다’ 반응... 고령층 집중 공략
호주인의 4분의 1이 매주 자선단체로부터 기부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최대 소비자단체 ‘초이스’(Choice)에 따르면 원치 않는 스팸 전화를 받는 호주인의 90% 이상이 이를 매우 성가시게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나이 든 고령층을 집중 대상으로 하고 있다.
‘초이스’의 한 관계자는 “기부를 요구하는 전화는 사생활을 침범하고, 매주 끈질기게 전화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고령층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보통 이러한 기부 요청 전화는 공격적 전략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조사 대상자들 중 절반 이상은 이들이 기부를 받아내기 위해 죄의식을 이용,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조장한다고 답했다.
노인들을 위한 소비자 단체인 ‘내셔널 시니어’(National Seniors. NS)에 따르면 일부 노인들은 그들의 전화를 적극적으로 피하고 전화번호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NS의 한 관계자는 “노인들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고 있으며, 이런 전화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불평했다.
호주 소비자보호법(Australian Consumer Law)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텔레마케팅, 방문판매 같은 영업 관례에 대해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초이스’는 “이러한 보호법은 강력하지 않다”면서 “소비자가 금전 거래를 포함한 모든 전화를 다 받지 않아도 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들의 콜센터는 자선행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사람들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소비자들은 불쾌한 전화를 받지 않도록 선택하는 ‘Do Not Call Register’를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몬디알(Mondial), 인사이트 자선기금조성 서비스(Insight Charity Fundraising Services) 그리고 투 이볼브(2 evolve) 같은 마케팅 회사는 ‘Do Not Call Register’의 허점을 이용해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지금이야말로 이런 단체들을 정리하고 소비자들이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자선단체의 경우 사회적 약자인 고령자 계층을 집중 공략, 기부금을 요청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인사이트 자선기금조성 서비스’의 사이먼 퀸(Simon Quinn) 이사는 “우리가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선단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자선단체는 기금 요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회원들도 기금을 요청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가 기금에 관한 일을 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프’(NewsCorp)에 따르면 어떤 자선단체는 매 달러당 50센트까지 콜센터 회사에 지불한다. 그러나 텔레마케터 ‘투 이볼브’ 대변인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모금된 기금은 직접 자선단체로 들어가고 우리는 사전에 약속된 마케팅 비용만 받는다”고 말했다. 기금을 조성할 때, 달러당 커미션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NSW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은 “자선구호기금(Charitable Fundraising) 법에 의해 권위 있는 기부금 조성단체가 ‘기부만 가능’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리고 일을 수행해야 한다”며 “모든 절차를 충실히 따라야 함은 물론 기부금을 조성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전체 총수입의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련법에 의하면 모든 자선 단체는 텔레마케팅 회사와 계약해야 하고, 권위 있는 기부금 조성 단체에 의해 기부 금액을 명시해야 하며 어떠한 종류의 수수료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직원들의 임금을 비롯해 어떠한 종류의 지출도 상세한 내용까지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