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갬블 1).jpg

호주인이 지난 한해 도박으로 지출한 총 비용은 23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도박 정책을 개혁하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한 클럽의 포키머신들.

 

3명의 의원들, 포키업계 내부고발 촉구하는 ‘Pokie Leaks’ 전개

 

서른일곱은 나이로 여섯 아이의 어머니인 케이트 세셀야(Kate Seselja)씨는 지난 13년 동안 도박 중독으로 엄청난 고생을 했다. 한번은 포키(pokie) 머신으로 50만 달러 이상을 잃은 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나무를 들이받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포키머신을 처음 할 때는 약간 재미가 있었다”는 세셀야씨는 매년 약 400명이 도박 관련 문제로 자살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본격적으로 도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사실 거의 모든 길거리 모퉁이에 포키머신이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난해 호주인들이 도박으로 지출한 금액은 230억 달러에 달한다. 이중 절반 이상은 포키머신으로 날린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카지노 또는 베팅숍(betting shop)에서의 도박에 국한하고 있지만 호주는 호텔, 스포츠 클럽, RSL(Returned and Services League) 클럽에서의 도박까지 허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포키머신의 5분의 1이 세계 인구 0.5% 미만인 지역(호주)에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적 변화 의지가 부족이 우선 꼽힌다. 사실 도박업계는 규제를 입안하는 의회나 집권 여당 측의 가장 큰 후원자이며, 세수(稅收)를 거두는 황금어장이다. 과저 집권 정부가 도박 관련 산업의 개혁에 실패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각 주 및 테러토리 정부는 지난 2014-15 회계연도 58억 달러의 세금을 도박업체에서 거둬들였다. 이들 지방정부는 도박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세금수익이 줄어들고 예산적자가 발생하며, 결국 ‘트리플 A’(AAA)를 유지하는 호주 국가 신용등급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턴불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연방 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재선출된 반도박(anti-gambling)의 기수 닉 제노폰(Nick Xenophon) 의원이 도박산업 개혁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제노폰 의원은 “호텔과 클럽들은 가장 강력한 로비 그룹이며, 또한 각 주 정부는 최고의 잭팟(jackpot. 거액의 도박 상금) 중독자”라고 지적하면서 “연방 정부는 이런 세수 의존성을 벗어나도록 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말로 반도박 캠페인 이유를 밝혔다.

도박산업과 정치권의 수십 년 이어진 ‘관계’를 흔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포키머신은 지난 1950년대 NSW 주에서 허용된 이래 호주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1990년대 들어 경기 불황을 의식한 각 주 정부는 도박업계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수익을 위해 투박한 포키머신에서 세련된 비디오 게임 등으로 확대하도록 장려했다.

현재 호주에는 약 20만 대의 포키머신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호주 도박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호주인 6명 중 한 명이 정기적으로 도박을 하는 심각한 중독자이며, 도박을 하는 이들이 한 해 지출하는 도박비용은 2만1천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47억 달러로 추정된다.

호주의 도박중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영국 기반의 ‘Global Betting and Gaming Consultants’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인들이 지출한 도박 비용을 국민 1인당 소비로 계산할 경우 761달러로 주요 도박국가의 지출보다 월등히 많다. 도박지출이 두 번째로 많은 홍콩의 1인당 570달러, 핀란드의 360달러와 큰 차이다. 카지노 메카인 라스 베이거스가 있는 미국이 일곱 번째를 기록했다.

제노폰 의원의 반도박 활동에는 녹색당의 라리사 워터스(Larissa Waters), 무소속 앤드류 윌키(Andrew Wilkie) 의원이 동참했으며, 지난 주 수요일(28일) ‘PokieLeaks’라는 타이틀의 캠페인 전개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도박업계와 정계의 검은 뒷거래를 포착하고자 포키 업계 내부고발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호주의 도박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제노폰 의원 등이 전개하는 이 활동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국가별 1인당 도박 지출 비용

(2015년, 미화 기준)

-호주 : 761

-홍콩 : 570

-핀란드 : 360

-이탈리아 : 325

-캐나다 : 325

Source : Bloomberg

 

■ 호주의 도박 관련 현황

-포키머신을 포함, 연간 총 도박 지출 : 230억 달러

-호주인의 도박 지출로 거둬들이는 정부 연간 세수 : 58억 달러

-도박문제, 또는 위험 상황에 처한 도박자 수(추정) : 50만 명

-각 도박자가 지출하는 금액(연간) : 1인당 2만1천 달러

-호주 내 포키머신 수(2015년 6월30일 기준) : 196,661대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갬블 1).jpg (File Size:86.2KB/Download:22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51 호주 호주 주택위기 심화... 구입 경제성,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50 호주 올해 겨울 시즌, ‘호주 기상 기록상 가장 따뜻한 계절’... 기상청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49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태양열 패널 설치 주민에 자금 지원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48 호주 ‘Intergenerational Report 2023’... 주요 그래프를 통해 보는 호주 미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7 호주 NAPLAN 평가의 근본적 개편 이후 NSW 3분의 1 학생, ‘기준 충족’ 미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6 호주 호주 다수 지역들, 올해 봄 시즌 높은 수준의 ‘심각한 산불’ 경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5 호주 성적 괴롭힘 관련 ABS 전국 조사, 젊은 여성 35% 이상 ‘피해 경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4 호주 보건-의료 부문에 매월 5천 명 신규 인력 추가... 그럼에도 직원부족 이유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3 호주 주택담보대출 상환 스트레스... 대출자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실수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2 호주 “생활비 압박에 따른 ‘식품경제성’ 위기, 괴혈병-구루병 위험 높인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1 호주 단 7주 만에 수백만 달러... ‘돈세탁’에 이용되는 NSW 최악의 펍과 클럽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0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지역사회 지도자들, 폭력 문제 해결 위한 ‘한 목소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39 호주 40년 후 호주 인구, 거의 1,400만 명 추가... 총인구 4,050만 명 이를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8 호주 허위 고교 졸업장-영어평가서로 대학에... 시드니대, 상당수 ‘부정입학’ 적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7 호주 “연방정부의 주택 계획, 향후 10년간 임차인들 320억 달러 절약 예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6 호주 “2023년의 ‘Matildas’, 여자축구-스포츠 이벤트의 ‘게임 체인저’로 기억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5 호주 ‘off-market’ 주택 거래... “일반적으로 매매가격 낮추는 경향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4 호주 Sydney Royal Wine Show 2023... 국내외 전문가가 선택한 최고의 와인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3 호주 NSW 각 학교 학생들의 교내 ‘베이핑 문제’ 심각... 교육부, 실태파악 나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2 호주 SA 주 연구원들, 대변검사 없이 대장암 여부 확인하는 ‘조작’ 박테리아 설계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1 호주 지속되는 생활비 위기... ‘기후변화 행동’ 지원 호주인 비율, 빠르게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0 호주 캐나다베이 카운슬, 오랜 역사의 이탈리안 축제 ‘Ferragosto’ 개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9 호주 7월 호주 실업률 3.7%... 일자리 14,600개 실종-실업자 3,600명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8 호주 CB 카운슬, 예술가-지역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거리 예술’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7 호주 호주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4강에 만족해야... 결승 진출 좌절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6 호주 호주 각 대학에서의 ‘표현의 자유’ 위협, 2016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5 호주 시드니 시, 헤이마켓에 한국-중국 등 아시아 문화 및 음식거리 조성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4 호주 인플레이션 수치, 호주 중앙은행 목표인 2~3% 대로 돌아오고 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3 호주 NSW 주 정부, 신규 주택 위해 시드니 11개 교외 공공부지 재조정 알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2 호주 수천 명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온라인상에서 각 지역의 잊혀진 역사 공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1 호주 호주 전역 대도시 주택가격 오름세 보이지만... 상승 속도는 더디게 이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0 호주 라이프스타일-대도시보다 저렴한 주택가격이 ‘지방 지역 이주’의 주요 요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9 호주 CB 카운슬, ‘War on Waste’ 관련 무료 워크숍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8 호주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의 양면성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7 호주 생활비 압박 속 ‘생계유지’ 위한 고군분투... ‘multiple jobs’ 호주인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6 호주 대학 내 만연된 성폭력 관련 ‘Change The Course’ 보고서 6년이 지났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5 호주 획기적 AI 혁명, “수용하거나 뒤처지거나”... 전문가-학계-기업 관계자들 진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4 호주 No dance, No gum, No 방귀! 10 of the silliest laws around the world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3 호주 공실 늘어가는 시드니 도심의 사무 공간, 주거용으로 전환 가능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2 호주 일단의 정신건강 전문가들, 장기간의 실직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1 호주 시드니 부동산 시장 회복세 ‘뚜렷’, 주택가격 치솟은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0 호주 “NSW 주 ‘유료도로 이용료 감면’ 대신 ‘바우처’ 도입해 통행량 줄여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9 호주 NSW 전역 캥거루 개체 크게 증가... 과학자들, 생물다양성 문제 경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8 호주 “뜨개질 그룹에서 치매-손 떨림 예방하고 새 친구들도 만나보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7 호주 2022-23년도 ‘금융’ 부문 옴부즈맨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9만7천 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6 호주 ‘메트로 웨스트’ 기차라인 건설 지연, NSW 주택건설 계획도 ‘차질’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5 호주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가격 2.3% 상승... 일부 교외지역 성장세 두드러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4 호주 호주에서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은 누구...? 노년층 아닌 중년의 남성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3 호주 새로운 계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초기 단계 환자에 ‘효과 가능성’ 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2 호주 올해 6월까지 12개월 사이, 광역시드니의 임대료 최다 상승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