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과 자조정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최근 어느 아주머니로부터 “빚 없는 내가 최고의 부자다”라는 할아버지의 글을 잘 읽어 보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신상을 자세히 전한 아주머니는 글 속에 등장하는 하사용 옹의 새마을 운동에서 강조하는 자조정신이 자조(自助)인지 자족(自足)인지 궁금하여 전화했다고 말했다.

나는 우선 사과의 말을 전하고 하옹의 새마을 운동에서 자조정신은 자조(自助)라고 답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에서 법 시행에 들어간 김영란법 성공여부는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조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내 개인적인 의견을 전했다.

아주머니는 “실례지만 할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만 80세라고 답해 주었다. 또 아주머니는 지금까지 할아버지 글 중에 더러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서 쓰는 것이 있냐고 묻기에 “나는 100% 아나로그 인생입니다” 라고 대답하며, “내 글은 모두 나의 경험에서 얻은 글”이라고 덧붙였다.

전화를 끊고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니 ‘자조’라는 단어는 서로 다른 의미가 다섯가지나 된다. 고료를 받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앞으로 독자들이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져보았다.

사실 나는 법을 공부한 적이 없으나 김영란법이 성공하려면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각자의 분수에 맞게 사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는 내 자신이 나름대로 자조정신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탓에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인생에서 한시도 잊지 않고 산 격언이 있다면 “열사람의 형리를 사귀지 말고 한가지 죄를 범하지 말라”는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이다. 남의 힘을 믿고 함부로 처신하지 말고 제 몸을 바로 처신하라는 뜻이다. 또 1959년 내 나이 22살 때 아이오와주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주워들은 “늙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미국 격언도 내가 중히 여기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사회에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축산 농가나 어업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 않은데 법이 발효되어 걱정한다. 요식업체들은 김영란법에 저촉 받지 않으려면 가격 인하를 해야 한다며 법 시행으로 망하게 생겼다고 한 숨 짓는 모습을 한국 뉴스에서 보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한국의 고질적인 부정 청탁을 일소해 보겠다고 만든 법이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직장동료나 상사와 같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각자 값을 지불하는 더치 페이가 꽤나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한 사람이 부담하는 눈치 작전이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마을 운동때 제 힘으로 자신을 돕는 자조정신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보리고개를 모르는 세상에서는 스스로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정신이 필요하다. 이런 정신이 한국땅에 정착된다면 그놈의 줄서기 눈치작전도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부정청탁이 권력의 상징인 것 마냥 관행으로 생각 되어왔다. 각자의 마음속에 부정청탁이 얼마나 사람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고 있는지를 느끼고 이를 자제한다면 한국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가 될것인가.

이곳 이민사회도 자신의 분수대로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살기 좋고 마음 편한 이민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 |
  1. song.jpg (File Size:32.0KB/Download:4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투투 대주교가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

    투투 대주교가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학교 교수) = “당신들은 안락사가 싫으면 안 하면 된다. 안락사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의 권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성공회 명예 대주교 데즈먼드 투투(Tutu...

    투투 대주교가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
  • 짧은 인생, 꾸미지 않고 살 수 없나? file

    디즈니에서 만난 80 노인을 보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오늘 아침 디즈니월드에 갔다가 아침 소나기를 만나 처마 밑에 들어갔다. 마침 내 옆에는 늙은 백인 노인이 디즈니 직원 복장을 하고 우비를 입고 있는데 판초 우의를 거꾸로 입은 줄 모르고 계속...

    짧은 인생, 꾸미지 않고 살 수 없나?
  • 머슴목사가 그리운 시절 file

    머슴목사가 그리운 시절   김명곤     어느 원로 목사님이 머슴출신 목사님을 그리워 하는, 글을 쓰셨네요. 아래를 일구는 사람이 위의 일을 말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반전도 반전이려니와, 어찌보면 가장 낮은 자리에 오신 예수님을 닮기에는 머슴 처럼 좋은 직업이 없...

    머슴목사가 그리운 시절
  • 진오스님과 함께 하는 탁발마라톤 동행기 1 file

    춘천 삼천동 정법사에서 청평리 청평사까지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풍광이 수려(秀麗) 한 곳에서 고독이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치유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오색 창연한 산사의 가을에 한적함 속에서 고단한 마음을 위로하고 풍경소리를 타고 자유로운 ...

    진오스님과 함께 하는 탁발마라톤 동행기 1
  • 최순실의 상자 file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대한민국이 패닉상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모든 권력은 최순실로부터 나온다'라고 고쳐야 할 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권이 ‘개헌’이라는 묵직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면전환을 꾀했으나, JTBC 뉴스룸...

    최순실의 상자
  • 개벽..여성 대통령 시대의 산고  file

    뉴스로=윌리엄 문 기자 moonwilliam1@gmail.com           백악관 취재를 갈 때마다 브리핑 룸내에 딸린 화장실 앞 정말로 작은 긴 테이블 꼭 하나 놓여 있는 자동판매기 앞 일명 간이 식당에 앉아서 갖고 간 커피와 음식을 들면서 백악관 ...

    개벽..여성 대통령 시대의 산고 
  • 국졸머슴도 목사가 될수 있습니까? [1]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부자와 천재를 좋아하는걸 보면 목사님도 뉴라이트목사인 모양이죠?”   “지난번 ‘이철승보다 잘난 부자이승룡‘ ’바보목사의 수제자가 된 천재지홍해‘를 쓴걸 보고 그러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머슴이야기를 써보려고 ...

    국졸머슴도 목사가 될수 있습니까?
  •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 새 점령자 미국에 비수

    [필화 70년 2] 첫 필화 사형수 시인 유진오   ▲ 조선문학가동맹이 1946년 2월 정식 출범을 선언하며 개최한 전국문학자대회 장면. 당시 유진오는 조선문학가동맹의 문화공작대 제1대 소속으로 활동했다.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 8...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 새 점령자 미국에 비수
  • 문재인이 종북? 뭐묻은 개가 뭐묻은 개 나무라는 격

    정권 부패 물타기-대선용 ‘색깔론’ 당장 멈춰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뜬금없이 헌법조항을 들먹이...

    문재인이 종북? 뭐묻은 개가 뭐묻은 개 나무라는 격
  • 상대방 지위보다 자신의 책임감이 중요한 사회

    대통령보다 식당 직원이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닉슨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었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때 그는 제가 살고 있는 곳에 가까운 샌 클레멘테라는 곳에 집을 갖고 있었습니다...

    상대방 지위보다 자신의 책임감이 중요한 사회
  •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자” file

    김영란법과 자조정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최근 어느 아주머니로부터 “빚 없는 내가 최고의 부자다”라는 할아버지의 글을 잘 읽어 보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신상을 자세히 전한 아주머니는 글 속에 등장하는 하사용 옹의 새마을 운동에서 강조...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자”
  • 노벨상의 온도차 file

    뉴스로-이홍천 칼럼니스트     주요 언론들이 예상한대로 올해는 오스미 요시노리(大隅 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세포가 자신의 단백질을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오토파지 현상을 규명한 것이 수상 이유다. 일본은 지난해 오무라 사토시 ...

    노벨상의 온도차
  • 바보목사의 수제자가 된 지홍해천재 file

    뉴스로=이계선칼럼니스트   LA천재 오인동박사가 인천 제물포 출신인걸 알고 물어봤다.   “우리 교인중에 제물포고의 중학교인 인중(인천중학교)출신 지홍해란 분이 있었어요. 나보다 6살 연상인데 ‘예수님의 수제자는 바울이요 이계선의 수제자는 지홍해’라고 나팔을 불...

    바보목사의 수제자가 된 지홍해천재
  • 행복한 가을 file

      뉴스로=신필영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전에도 이미 뇌성마비 시인 김준엽의 시를 보내여 드린적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윤동주 詩라고 보내드린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을 보셨습니다       저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김준엽의 "내 인생에 황혼이 ...

    행복한 가을
  • "최악의 대선 2차 토론의 패자는 미 국민이다"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美 대선 2차 토론의 승자와 패자 (애틀랜타=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학교 교수) = 지난 10월 9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소재한 워싱턴 대학교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미국 대선 2차 토론이 치러졌다. 오늘 칼럼은 다음 3...

    "최악의 대선 2차 토론의 패자는 미 국민이다"
  • 백악관 텃밭에서 만난 미셸 오바마 file

    ‘뉴스로’ 백악관 생생 취재   백악관=뉴스로 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백악관 텃밭(키친가든) 속으로 들어가 고구마 잎을 만지고 주렁주렁 달린 빨간 토마토에 눈 맞춤을 하고 서양 고추밭에 서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나 카메라 렌즈에...

    백악관 텃밭에서 만난 미셸 오바마
  • 대학교수들 ‘이승만 하야’ 최초 요구 file

    <下>미국의 이박사 제거작전 막전막후   뉴스로=김태환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강력한 라이벌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켜서 이 박사는 수월하게 당선을 기대했는데 또 다른 야당의 조병옥 대통령 후보가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가 있다가 병세 악화로 죽어서 ...

    대학교수들 ‘이승만 하야’ 최초 요구
  • 한국 언론의 '필화 70년' (1)

    해방 직후부터 수난의 길, 한국 언론의 '필화 70년' 만담가 신불출 '신탁통치 미국이 큰코다치지' 만담에 만신창이 올해 4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70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한국의 언론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KB...

    한국 언론의 '필화 70년' (1)
  • 한미 양국은 북한과 평화협상에 나서라! file

    [시류청론] 북한의 힘 길러준 한미 대북정책 폐기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세계의 핵과학자들을 놀라게 한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 이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우드로 윌슨 센터’ 제인 하머 소장(민주, 전 연방하원의...

    한미 양국은 북한과 평화협상에 나서라!
  • 명석한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2) file

    실패에 미련두기, 차별, 경영능력 부족 등은 마이너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지난호에서 이어짐) 다섯 번째의 실패 이유는 불운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영리한 전문가라 할지라도 불가항력적인 환경의 돌출로 인하여...

    명석한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