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 식당 직원이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닉슨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었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때 그는 제가 살고 있는 곳에 가까운 샌 클레멘테라는 곳에 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집을 서부의 백악관이라고 불렀습니다.
한 번은 그가 서부 백악관에서 주말을 지내면서 비서에게 좋은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비서는 즉시로 뉴 포트 비치에 있는 유명한 고급 음식점에 전화를 했습니다. “여기는 서부 백악관입니다. 오늘 저녁에 대통령각하를 모시고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 가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비서는 전화를 했습니다. 사실상 통고에 가까운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음식점 종업원은 “오늘은 자리가 없습니다.” 라고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대통령의 비서는 다시 말했습니다. “이거 보세요. 대통령각하께서 식사를 그곳에서 하시고 싶어하십니다. 이래도 안됩니까?” 그 직원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예약이 다 차서 안되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다른 곳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 식당에서 누구에게 자리를 주느냐를 결정하는 데는 식당의 예약을 담당한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선전을 한 빌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이 실제로 위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도 역시 어느 음식점에 들려서 음식을 주문하였습니다. 웨이터가 와서 빵을 가져왔으나 버터는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버터좀 갖다주세요” 라고 상원의원이 웨이터에게 말을 하니까 웨이터는 고개만 끄덕이고 가버렸습니다. 10분이 지난 후 상원의원은 또다시 웨이터에게 “버터좀 갖다 달라니까요.” 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10분을 더 기다렸으나 버터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Bradley상원의원은 웨이터에게 정색을 하고 위엄을 갖춘 후에 말을 했습니다. “이거 봐요.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모양인데. 나는 프린스튼 대학교를 나왔고 로드 스칼러였으며 올 아메리칸 농구 선수로 뽑혔었고 뉴욕 닉스에서 수년간 프로 농구선수로 활약을 했으며 지금은 미국 연방 상원의원으로서 상원의 재정 위원회의 국제 부채소위원회의 위원장이며 상원의 에너지와 자연자원 위원회의 수자원과 전기 소위원회의 위원장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난 웨이터는 “그런가요.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시는 모양인데 나는 이 식당에서 버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라고 했다 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말해주는 대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직장 직원들의 접객술을 교육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만일에 미국이나 한국의 대통령이 사무실 안에 들어오시면 자리에 앉은 채로 ”왜 오셨어요?“ 하고 물어보겠습니까? 그럴 경우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중히 대접을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분들은 사회적으로는 중요한 분들이지만 당신네 회사에 계좌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네 회사에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은 회사에게 있어서 대통령보다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찾아오시는 모든 고객에게 최소한도 대통령에게 보여주는 정중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있어서 누가 지금 가장 중요한 가를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으면 사적인 경우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았습니다. 한번은 제가 서울에서 홍콩을 가게 되었는데 재확인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 미국에서 예약을 했던 자리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홍콩에 선약이 많이 되어 있어서 그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낭패가 될 처지이었습니다. 항공회사의 직원에게 아무리 사정을 해 봐도 자리가 없다는데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가 없어서 저와 친하게 지나던 고위급 경찰 간부에게 전화를 걸고 곤란에 처한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그 경찰 간부는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수 분 후에 경찰 간부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비행기 자리를 구해 놓았으니 공항으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공항에 갔더니 정말 없다고 확언을 했던 좌석이 있었고 홍콩에 도착을 했더니 귀빈실에서 접대까지 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대단히 중요한 사람으로 전언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하면 모든 면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한국과, 맡은 임무에 따라 중요도가 결정이 되는 미국과의 대조를 새삼스럽게 느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