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0일(금) 버우드 여자고등학교에서 Harmony Day 페스티벌 행사가 개최되었다.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는 인종간의 조화로운 발전과 화합을 위해서 이러한 행사가 열린다. 한국 부채춤을 필두로 각종 민속의 의상 전시회,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기금 전달, 여러 나라의 음식 축제가 있었으며 특히 학생들의 K-Pop 공연 등 노래와 춤이 돋보였다.
호주에서의 한류 열기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그리 뜨겁지는 않지만 K-Pop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상당한 것 같다. SBS 라디오 방송의 노래 코너에서 K-Pop이 주류를 이룬다고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말한 바 있다. K-Pop을 비롯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국 교육부에서는 해외에 있는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호주의 경우 작년에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61개교 총 8천 468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21%나 증가했는데, 상당 부분은 K-Pop에 대한 관심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시드니 한국문화원은 한국문화에 대한 소개와 관심 증대를 위해 문화원내에서 한국어 강좌, 한식 소개, 전시회 등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호주 전역의 학교를 방문해서 ‘찾아가는 문화원’ 행사를 열고 있다. 또한 2013년에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했던 한국 전통민화 전시회는 맨리, 블랙타운, 오번, 펜리스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순회 전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우리의 전통 판소리 공연이 시드니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틀 동안 관객들의 환호 속에 마무리되었고 이어서 국립현대무용단의 ‘불쌍’ 공연이 콩코드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우리의 공연 행사가 정부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경우 뿐 아니라 호한재단, 시드니 시청 등과 같은 현지 관계기관의 후원 또는 공동주최 형식으로 개최되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에 네 번째로 열린 시드니 코리아타운 설 축제에는 한국의 2개 전통공연단체가 참가하여 판소리와 전통춤 등으로 우리 민속공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였다. 또한 한국어 과정을 두고 있는 호주 정규학교와 주말 한글학교 중 9개 학교의 학생들이 ‘열린무대’에 참가하여 공연을 한 것도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작년 11월에 예선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은 설 축제에서 태권무, K-Pop, 사물놀이 등 그 동안 연마한 기량을 선보였는데, 특히 멜번의 정규학교(ST Brigid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지원 하에 6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 6명의 학부모 등이 참석하여 한국을 사랑하는 공연을 했다. 호주와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열린무대에서 한국을 주제로 공연함으로써 한국과 호주의 위상을 제고하는 기회가 되었다.
열린무대 후에는 한국문화와 K-Pop에 매료된 호주 청년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K-Pop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다. 치열한 예선을 거친 9개 팀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는 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젊은이들이 유창한 한국어 및 놀라운 춤 솜씨로 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K-Pop의 흥겨운 리듬과 감미로운 음악은 설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설을 맞이하는 우리 민족의 신명을 호주 사회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 외에도 중국, 베트남, 태국, 몽골 등의 민족이 구정행사를 갖는다. 구정행사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춘제(Chinese New Year)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진행하여 왔다. 시드니 시정부도 동일한 명칭을 사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한국 등 타 민족의 이의제기를 일부 수용하여 이제는 중국명절이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면서 구정(Lunar New Year)이라는 명칭을 부차적으로 병기하는 중도책을 쓰고 있다. 이에 반해 시드니 인근의 다른 시에서는 구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금년의 설 축제에도 다수의 호주의 유명인사들이 참가하였다. 특히 3월말로 예정된 NSW주 총선에 대비하여 많은 정치인이 자리를 같이한 것이다. 또한 코리아타운이 도심에 위치한 관계로 많은 관광객이 설 축제를 관람한다.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한인상권을 홍보하고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는 연중 각국의 민속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각종 행사가 개최됨으로써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이를 통해 양국민간의 문화 교류와 이해의 폭이 상당히 깊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휘진 / 주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