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립대학(ANU) 대학의 한일관계 전문가가 금주 월요일(27일) ‘Australian Financial Review’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아베 신조 총리(사진)의 과거사에 대한 애매한 표현을 ‘언어유희’라며 신랄하게 비판, 눈길을 끌었다.
‘Australian Financial Review’ 칼럼 통해 ‘역사 직시’ 요구
“중국과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 대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Japan and China should face up to the truth about the Pacific War)...”
한일 관계가 미묘한 긴장 속에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금주 월요일(27일)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 발행의 경제전문 일간지 ‘Australian Financial Review’에 일본을 비난하는 칼럼을 개제,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호주국립대학(ANU) 테사 모리스 스즈키(Tessa Morris-Suzuki) 교수는 이날, 일본 아베총리의 과거사 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는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오는 8월 15일 태평양전쟁 종식 70주년을 맞게 된다”로 시작되는 도입부에서 “세계인의 가슴에 깊은 전쟁의 잔해를 남기고 수백만 명의 삶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으로서 자리한 태평양전쟁의 희생을 엄숙히 기려야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아베 총리가 선택한 언어유희 표현은 오히려 특정국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언어유희에 가까운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말장난(Word Game)을 격조 높게 비난했다.
유용한 외교적 도구로서의 언어장벽이 갖는 의미에 집중한 스즈키 교수는 “지난 29일(수) 아베 총리의 미국 워싱턴 공식방문에서 이루어졌던 미국 상-하원 의회연설 종전기념 성명 발언 가운데 아베 총리가 선택한 ‘Deep remorse’라는 표현이 영어사용권 국가에서는 반성과 사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아시아권의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일반적 반성의 의미만 전달할 뿐 사죄(Apology)의 의미는 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베총리의 발언 중 “His government continues to uphold the Kono Statement‘에서도 ‘Uphold’의 의미가 일본어 자체의 표현인 계승하다(Keisho Suru)라는 의미로 읽히는 ‘To inheirt’의 의미를 사용했지만 영어번역본으로서 ‘Inheriting the statement’의 의미는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호한 표현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관철시킨 위안부 관련 일본 정부의 입장은 역사를 직시하겠다는 고노담화의 숭고한 언약을 훼손한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으로 언어유희와 완벽한 의미습득 사이에서 모국어만을 구사하는 전 정치인과 기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 그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애매한 언어구사와 2개 국어 구사자 사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현재의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어유희를 통해 과거에 대한 비판을 외면한다면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에 걸맞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는 역할을 다할 수 없을 것”이라는 스즈키 교수의 말처럼 지난 4.29 미의회연설에서 세계2차대전의 잔혹성 인정, 과거사 잘못 직시, 역내 갈등 심화에 대한 재발방지 의지를 표현한 그의 발언으로 어떤 단어가 선정됐는지 세계의 눈이 향하고 있다.
이유경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