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문의 '워싱턴세상'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현직 퍼스트레이디가 대선에 출마한 전직 퍼스트레이디와 공동유세(共同遊說)를 하는 전례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27일 노스캐롤라이나 윈스턴 세일럼 소재 로런스 요엘 베테랑스 메모리얼에서 오후 2시부터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장은 미셀 오바마의 인기에 힙입어 1만2천여명의 청중이 운집하여 미셀과 힐러리를 연호하며 열렬한 환영속에 농구장의 열기를 방불케 했다.
입장할때, 멋진 연설을 할때, 그리고 퇴장할때마다 우뢰같은 박수와 환호 그리고 스마트 폰을 들이대고 청중들은 그들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연단에 클린턴 후보가 먼저 연설을 하고 영부인 미셀 오바마가 무대와 가까운 강의실 의자에 앉아 경청(傾聽)하면서 박수를 하는 모습이었다. 미셸 오바마는 “클린턴 후보는 현 대통령인 남편과 후보의 남편보다 경험이 많고 준비된 대통령감”이라고 극찬(極讚)을 했다.
이날 ‘글로벌웹진’ 뉴스로의 특파원으로 행사장에 아침 7시에 도착해 백악관 기자실과 클린턴 후보 기자실 직원들이 연단에서 행사준비를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백악관 여직원이 다가왔다. 미 전역에서 약 70여명의 기자들이 왔는데 "아는 얼굴이 보여서 왔다"고 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악수를 나누고 항상 친절을 베풀어 주어 감사하다고 답했다. 그녀의 겸손과 공직자의 자세를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와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공동유세를 취재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미국의 민주시스템 작동원리다.
첫째 공동의 선과 목표를 위해 과거의 앙금을 털고 당력을 집중한다는 사실. 둘째 대선후보의 정책에 따라 제 세력의 자발적 규합(閨閤)과 참여도는 상이하다는 사실. 셋째 대통령 후보의 유세장도 소방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행사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 넷째 상대에 대한 칭찬문화가 일상화 되었다는 사실. 다섯째 젊은 유권자들이 많이 모였다는 사실. 여섯째 경호가 아주 친 청중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등이다.
이날 미셀 오바마는 퍼스트레이디, 미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힐러리의 약력을 열거하면서 힐러리는 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대통령직에 더 많은 자격과 준비된 후보를 절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맞아요, 버락 오바마보다도 빌 클린턴보다도. 그래서 그녀는 완전히 곧 대선일에 국가원수가 되어야 합니다!”
더하여 “힐러리 어머니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고아였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작은 가게 주인이었고 가족을 위해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열심히 일했지요. 힐러리는 당신의 자녀들의 나은 삶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까. 힐러리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입장 때 무대에서 영부인과 감동적 포옹을 나눌 때 표정은 꼭 친 자매를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셸의 연설중엔 누구보다 열심히 손뼉치고 파안대소 하며 기쁨이 넘쳐 흘렀다.
힐러리는 연설에서 미셀의 백악관 텃밭 농사와 그녀의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한 옹호, 그리고 군인가족들을 위한 변호를 칭찬했다.
행사장에서 바로 옆에 있는 여기자에게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둘 다 비호감이지만 힐러리 국무장관 시절의 벵가지 사태 때문에 트럼프에게 표를 주겠다”는 말이 나왔다.
우연히 들어 간 곳에서 만난 백인 10여명은 트럼프에게 한표를 행사하겠다고 했는데 그이유를 말해 달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다 흩어지고 자동차 시동을 걸고 떠나 버린다.
행사장에서 만난 에티오피아 이민자 2세 여대생은 “힐러리가 여성이라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정책이 트럼프보다 우월(優越)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했다. 그녀의 주장은 첫째 젊은이들과 아동 정책, 둘째 저소득층을 위한 웰페어 정책, 세째 소수계와 종교 여성 정책, 네째 저임금 보장 등의 경제정책이라고 했다.
행사장을 나오면서 수백개의 비석에 새겨진 한국전쟁 문구와 전사자 이름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로 국가의 부름을 받아 순직한 고인들의 넋을 잠시 기렸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되돌아와 비석 한개 한개를 확인하여 보니 약 20여기의 한국전 참전 전사자 추모 비석들이 있었다.
트럼프가 당선 된다면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비 요구와 한미 FTA 개정 또는 폐기를 요구 할것은 물론,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은 깨지고 핵개발의 시발이 될런지도 모른다.
한 무리의 버지니아 텍 학생들은 “우리는 힐러리를 지지하겠다. 트럼프의 저급한 수준과 인종차별적 발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인들 중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주된 이유는 기독교적 가치관 부합, 반 오바마 케어, 비호감의 힐러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주유소를 30년간 운영했다는 백인 사장은 “비정치인과 비즈니스맨이라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했다.
대선후보 투표성향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서먹해 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자기가 처한 환경에 최고의 이익과 수혜(受惠)를 주는 정당이나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보편타당적 진리와 정의 그리고 평화를 위해 어느 후보가 더 적합한지 시민권자들은 심사숙고(深思熟考)하여 주권재민의 표를 행사하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윌리엄 문의 워싱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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