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았던 이들에겐
뇌리에 꽉 박힌 단어 하나가 있다.
섣불리 장난삼아라도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이 말은
오직 북한을 수식할 때만 허용됐다.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북한 같았다.
북한 같은 이미지란? 단어 그대로 ‘괴뢰’같았다.
괴뢰는 꼭두각시의 한자어다.
꼭두각시 괴(傀), 꼭두각시 뢰(儡).
꼭두각시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실에 매달려 움직이는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말한다.
이 단어가 사람사는 세상 안으로 들어오면
‘남의 조종에 따라 주체성 없이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나 정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된다.
대한민국의 수장인 대통령이
어떤 개인의 ‘꼭두각시’였다는 수치스러움이
온 나라를 분노케 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박근혜가 최순실의 꼭두각시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의 괴뢰정부”라고 개탄했다.
국민 스스로 자신의 정부를 ‘괴뢰정부’로 칭하는 지금의 현실이
차라리 낯뜨거운 막장 드라마였으면 좋으련만, 뉴스다.
이 보다 더 참혹할 수가 없다.
인사·안보·문화·체육·국방·정책에 이르기까지
국정의 전 분야가 유린당했다.
최순실이라는 무자격 비선실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해온 집권당은
어둠의 실세 최순실의 존재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무능을 알면서도 철저하게 숨겨왔다.
재벌들은 신에게 바치는 공양미처럼
비선실세에게 굽신대며 수백억원을 바쳤고,
보수언론은 권력의 앵무새가 되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진실을 외면해왔다.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만
한정지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순실과 청와대 문고리 인사들의 권력놀음은
박근혜-최순실-새누리당-재벌-보수언론의 합작품이다.
지난 4년간 이들에 의해 처참하게 붕괴된 국기문란 사건이다.
4일(금) 오전(한국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9분에 걸쳐 낭독된 담화문이
성난 민심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담화문 초반부에
“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국정농단사태를 ‘한 개인의 이권개입 문제’로 축소한 것은
박대통령이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까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와
밤이슬을 맞으며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전국민적 공분이,
정녕 한 개인의 이권개입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고 착각하는 걸까.
아니면, 국민들을 자신의 손에 줄이 걸린 꼭두각시쯤으로 여기는 걸까.
본질은 무너진 국가 시스템에 있다.
붕괴된 국가 시스템의 책임자가 대통령 본인임에도,
자신이 무너뜨린 헌정질서에 대한 사과나 각성은 단 한 줄도 없다.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 스스로 국가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상 초유의 헌정파괴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
대통령의 하야 혹은 퇴진을 요구하는 것도
국정을 무너뜨린 장본인이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국민은 작은 상자 안에서
선에 매달려 춤을 추는 인형극에 현혹되는
수준낮은 국민이 아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받은 철저한 반공교육 탓에
‘괴뢰’라는 단어에 진저리를 치는 우리 국민들은
이름조차 섬뜩한 '괴뢰정부'를 원하지 않는다.
꼭두각시 놀음은 끝났다.
무대에서 내려올 시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한다.
멋진 칼럼..제가 퍼가도 되겠지요? ^^
물론입니다. ^^
'뉴스로'(www.newsroh.com) 에 글 올렸습니다. 편집 방침에 따라 몇개 단어 한자를 병기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