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골목사 2012년 ‘박근혜에 보내는 편지’ 증언
뉴스로=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2012년 한 목사가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내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교회 원로목사이자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문대골 목사는 2012년 8월 새누리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그는 박근혜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를 군사반란 5.16을 구국의 혁명으로 본다는 시각과 함께 최태민을 ‘조폭의 수괴’라고 신랄(辛辣)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문대골 목사는 “박근혜님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박근혜님 인생의 멘토였다는 최태민을 만난 적이 있다”며 1976년 연회(예수교감리교총회)에서 감독으로 선출된 후 최태민을 만나게 된 일화를 공개했다.
“하루는 총회의 한 실행위원으로부터 ‘최태민 총재께서 감독님을 좀 만나 뵙고 싶어 하시는데 한 번 만나주시겠습니까? 자리를 제가 만들겠습니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실행위원은 당신과 최태민이 총재와 명예총재를 번갈아가며 맡은 구국봉사단의 사회국장인가를 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목사를 따라 후에는 새마음봉사단인가로 그 이름이 바뀌는 어떤 곳을 거쳐, 광화문 한 건물로 갔다. 노인이라하기에는 아주 듬직한 몸집의 인사를 만났다. 안내했던 우리 쪽 유 아무개 목사가 ‘감독님, 최태민 총재님이십니다’ 하고 소개를 했다.”
문목사가 ‘네 반갑습니다. 저 문대골 목사입니다’하는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최태민은 ‘거, 문 목사도 반정부 운동하시오?’ 하더니 ‘국가를 반역하는 놈들…문익환이 박형규, 함석헌이 모두 다 광화문에서 총살(銃殺)시켜야 할 놈들이오’ 하고 말했다.
“철퇴로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다음해 1978년 필자는 예수교감리회를 떠나 한국기독교장로회로 소속 교단을 옮겼다. 군사정권과 혈투(血鬪)를 위해서였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역사와 종교는 분리될 수 없다"는 분명한 신학 사상을 가진 신앙 공동체였다. 박정희와 최태민은 적어도 필자에겐 쌍태아였다.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는 폭력배들이었다.”
문대골 목사는 “박근혜 님, 당신은 어떤 자리에선가 최태민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힘들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제가 만난 최태민은 천하에 둘도 없는 완전히 조폭의 수괴 같은 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태민이 광화문네거리에서 총살시켜야 할 놈들이라 한 그 함석헌, 문익환, 박형규라는 분들은 죽을 때까지, 죽기로 당신의 아버지가 일으킨 군사반란 5.16을 몸으로 거부한 이들이었으니, 그 5.16을 나라를 구원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느니 구국의 용단이었다느니 하는 당신의 입장에선 최태민을 고마운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힐난(詰難)했다.
그러나 문 목사는 “분명한 사실은 당신이 그렇게 예찬하는 5.16 군사반란의 주모자 아버지 박정희, 적어도 한 시대를 초월한 의인들을 광화문네거리에 총살시켜야 할 놈들이라며 입에 거품을 무는 최태민, 그리고 그런 이들을 원호하는 박근혜 님은 민주주의 신념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2012년 당신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일갈(一喝)했다.
<jtbc 썰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