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하야하라
[i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누군가 호텔에 불법 침입했다”
1972년 6월 이 한 통의 신고가 미국의 현대사를 뒤흔들었다.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촉발시킨 워터게이트의 서막이다.
불법 침입자들은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민주당 선거 사무소에
자신들이 설치한 도청장치를 확인하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들의 배후에는 닉슨 대통령이 있었다.
진실을 감추려는 닉슨 대통령과
배후를 캐려는 이들의 대결은
길고 긴 과정 끝에 닉슨의 패배로 귀결됐다.
도청 행위 자체의 불법성도 큰 문제였지만,
미국민들을 가장 분노케 했던 것은 거짓말이었다.
수사과정 중 눈에 보이듯 자명한 사실에
닉슨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거짓말과 변명을 늘어놓자
미국민들은 진저리를 쳤다.
1974년 7월 대법원은 닉슨의 대통령 특권을 무효화했다.
탄핵이냐 사임이냐의 갈림길에서 닉슨은 사임을 결정했다.
재선 당시 매사추세츠를 제외한 49개주에서 모두 승리할 정도로
미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닉슨은
부정행위와 거짓 변명에 덜미를 잡혀
‘임기중 사퇴’라는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흔히들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말할 때 ‘투표’를 꼽는다.
물론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다.
그러나 핵심은 투표가 아니다.
주권자의 의무와 권리가 투표에서 그친다면
민주주의 질서는 무너진다.
핵심은 국민의 ‘정치참여’다.
닉슨의 하야 또한
미국민의 투철한 정치 참여 의식과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한 사법부,
진실규명을 위해 분투한 언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프라다를 신은 여인의 신발이 벗겨지면서
부패권력의 위세가 곤두박질쳤다.
꼭두각시 놀음을 하던 거짓권력의 민낯도 드러났다.
44년전 닉슨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략을 훔치려고 도청장치를 숨겨놨던 것에 비하면
수천 수만배 무거운 범죄행위다.
청와대가 최순실의 놀이터였음이 밝혀지고,
모든 비리의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여전히 어설픈 사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 국민이 “하야”를 외치고 있는데도
박대통령은 국정 주도권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저승에서 닉슨 대통령이 감탄할 노릇이다.
인내를 넘어선 국민적 공분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3.1운동의 만세행렬이 쏟아져 나왔듯이,
광복의 기쁨을 못 이긴 군중들이 몰려 나왔듯이,
군부독재에 대항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뛰쳐 나왔듯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12일(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기 위해
서울에 운집한 인원만 자그마치 120만명이다.
직선제를 쟁취해낸 1987년 6월 항쟁 이래 최대 인파다.
인파로 뒤덮인 서울 시내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촛불로 밝힌 도심의 불빛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이다.
어떤 교육이나 교과서가
이보다 더 민주주의를 명확하게 설명할수 있을까.
이것이 민주주의다.
대한민국은 ‘박근혜 공화국’ ‘최순실 공화국’이 아니라
‘민주 공화국’이다.
부글부글 용광로처럼 끓는 민심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꼬리자르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민심을 받아들이는 게 진정한 정치다.
위대한 역사의 현장에서 국민들은 외치고 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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