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11월 26일까지 하야 이뤄내야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 교수(전 원광대) = 지난 11월 12일 서울 광화문의 평화적인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의 수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외친 구호는 단 하나: “박근혜 하야하라.”

다시 말하면, 국민은 천길 만길 낭떠러지 끝에 선 위기의 한국 대의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투쟁에서 자신의 몫을 100% 이상 성공적으로 실천했다. 그리고 국민은 박근혜 정권에 준 마지노선인 11월 26일 이전에 정치권에서 박근혜의 하야를 이룩해 내기를 바란다.

이제 공은 정치권에, 특히 야당 정치인들에 넘어갔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른 시일 안에 민주헌정을 파괴하고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을 옹호한 박근혜의 퇴진을 ‘명령’한 민심을 받들어,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 독재정권의 하야나 탄핵을 끌어내야 할 중대한 임무를 떠안게 되었다. 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야당은 타도의 대상인 박근혜 정권과 그 ‘부역자’들과 함께 영원히 한국 정계에서 쫓겨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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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전국에서 모여든 100만명의 인파가 서울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 모여 '박근혜 하야'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오마이뉴스)
 
지금부터 11월 26일까지 민주 정치의 회복이냐 아니면 독재의 연속이냐?를 결정할 한국 정계의 숨 가쁜 일정을 살펴보자. 즉, 여야 정치권이 제시한 ‘박근혜 하야’ 로드맵(Road Map)을 그려보자.

첫 단계: 우선 예기치 못한 ‘돌출 사건’인 청와대와 민주당 대표 추미애의 단독 영수회담을 분석해보자. 아무것도, 아무도 이 ‘돌출 영수 회담 코미디’보다 소위 제1야당인 민주당의 허약하고 기회주의적인 지도력과 당론을 더 정확히 그리고 더 적나라하게 나타낼 수 없다.

14일(한국 시각) 오전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당 지도부의 다른 임원과 중진들과의 상의도 없이,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에 전화를 걸어 박근혜와의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하고 곧바로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여 15일 오후 3시에 영수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추미애의 이런 독자적인 파격 행위는 발표 즉시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게 된다. 안으로는, 민주당이 당대표인 추미애의 단독 영수회담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오후에 열린 의총에서 박근혜의 ‘단계적 퇴진론’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즉각 퇴진론’으로 당론을 더욱 강화했다.

밖으로는,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과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시민사회단체들과 원로들이 추미애의 단독 영수회담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면초가에 빠진 추미애는 14일 저녁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철회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지도력에 엄청난 치명타를 입게 되었다.

여기서 백 번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이 코미디 같은 ‘단독 영수회담’ 해프닝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100만 촛불집회 민심의 ‘명령’인 박근혜 하야를 주장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에 전혀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 즉 더욱 공고한 내부 결집과 투쟁력 강화라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까지 분열돼 있던 3개 야당의 ‘박근혜 하야’ 주장이 통일되었고 시민 단체와 야당의 호흡이 완전히 일치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현재의 정치권 상황이다.

두 번째 단계: 검찰이 “늦어도 오는 15일이나 16일에 대통령을 대면수사 하겠다. 대면수사 장소는 현재 청와대와 협의, 조율 중이라”라고 발표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검찰로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이 두 번째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며 파악된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핵폭탄급 파괴력이 있을 수 있지만, 검찰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야당은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상태이다.

세 번째 단계: 여하튼 검찰의 박근혜 대면조사 후 곧 청와대의 사과문 형태의 선언이 있을 것으로 본다. 여기서 박근혜의 즉각적인 하야 선언이 없는 경우, 한국 정치계는 예측 불가능한 파란만장의 다음 네 번째 단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네 번째 단계: 대면 조사 후 청와대의 사과문이 있든 없든, 그리고 그 내용이 간단명료한 박근혜의 하야 성명이 아닌 한, 여야 정치권은 곧바로 투쟁의 추를 ‘하야’와 ‘탄핵’으로 옮길 것이 확실하다. 오늘 현재 야 3당과 새누리마저 제각각의 ‘박근혜 하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신뢰가 가는 정의당의 ‘질서 있는’ 로드맵을 여기 소개한다.

1)대통령은 즉각 퇴진을 선언하고 퇴진일정을 발표하라:
2)국회는 즉각 새 총리를 선출하라:
3)대통령은 새 총리에게 헌법 제71조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이양하라:
4)새 총리는 과도내각을 구성하라:
5)내년 4월에 조기 대선을 실시하라.

문제는 과연 여야정치권이 위와 비슷한 하야 로드맵에 합의를 일궈낼 수 있느냐이다. 그것도 지난 11월 12일 광화문에 모인 100만 촛불 시민이 박근혜 정권에 준 마지노선인 11월 26일 전에 일궈낼 수 있느냐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치권은 ‘박근혜 탄핵’이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정치권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만약 이 ‘탄핵’이란 무기마저 박근혜의 정권을 퇴진시키지 못하는 경우, 공은 다시 국민에게 넘어오게 된다. 불행한 일이다.

마지막 단계: 정치권의 ‘하야’와 ‘탄핵’ 투쟁이 모두 실패하는 경우, 국민은 다시 11월 26일 ‘제4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열 것이다. 불행히도 이번에는 민중의 봉기가 평화적으로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 전에 정치권에서 박근혜 하야를 반드시 일궈 내야 할 절대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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