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선업의 자랑인 ‘생 나재르 조선소’의 소유주인 ‘STX프랑스’와 한국의 ‘STX해양조선, STX Offshore & Shipbuilding’을 한데 묶어 일괄 구입하겠다는 투자자가 나서서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STX프랑스의 지분은 대주주인 한국의 STX해양조선이 66.7%를 프랑스 정부가 33.3%를 보유하고 있는데, 프랑스 정부는 소주주이지만 회사의 의사 결정에 대한 동결권을 가지고 있다.
STX프랑스의 지배 주주인 한국의 STX해양조선은 막대한 부채(빚) 때문에 서울 중앙지법의 법정 관리 하에 있는데, 11월11일 법원은 STX해양조선의 부채(채무)의 구조 조정을 결정했다. 따라서 청산(liquidation)이 아니고, 매각이 가능해 진 것이다.
STX해양조선은 채권단(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부터 33.6억 달러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그러고도 2014년에 적자 12억 유로, 2015년에 적자 2억5천만 유로를 기록했다.
STX해양조선은 지난 8월부터 영국의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를 통해 입찰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4개의 투자자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투자 의사를 밝힌 유럽계 입찰자는 네덜란드 다멘(Damen)과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 프랑스 국영 조선업체인 DCNS 등 조선사 3곳과 영국계 투자펀드 1곳이다. 조선사 3곳은 STX해양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STX프랑스 지분 66.7% 인수만을 희망하고 있으나 영국계 투자펀드는 STX프랑스와 한국 경남 고성과 진해에 있는 STX조선소를 포함한 STX해양조선을 일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핀칸테리(Fincanteri)는 크루즈 선 건조 회사인데, STX 프랑스의 경쟁사이다. 다멘(Damen) 그룹은 크루즈 회사인 이탈리아-스위스의 MSC와 미국의 RCCL과 컨설시움을 구성하고 있다.
프랑스 국가가 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군 군함 건조가 전문인 DCNS가 이들 입찰 그룹 중의 하나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조선 업계에서는 STX프랑스 예상 매각가를 1,000억원대, STX 프랑스를 포함한 STX해양조선 전체의 일괄 패키지 매각가를 1조원으로 보고 있다.
구 ‘생 나재르 대서양 조선소’는 10년간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제1차로 알스톰(Alstom)에 매각되었고, 그 다음 2006년에 노르웨이의 에이커 야드(Aker Yards), 2008년에 한국의 STX 해양조선에 팔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STX프랑스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프랑스 정부와 경영진, 근로자, 노조, 생 나재르 지역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 주에 프랑스 최대의 노조 CFDT 서기장 로랑 베르제(Laurent Berger)가 생 나재르를 방문했고, 11월 8일에는 프랑소아 올랑드 태통령이 생 나재르 인근, 라 로셸(La Rochelle)을 방문했을 때 ‘국가는 (STX 프랑스의) 발전과 지주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제 궁, 마티뇽 궁, 경제-재무부는 ‘STX 프랑스’ 매각 진행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고 있다.
STX프랑스는 2026년까지 이탈리아-스위스 크루즈 회사 ‘MSC 크로아지에르’와 미국의 ‘로열 케리비언 크루즈 라인, RCCL(Royal Caribbean Cruise Line)이 주문한 크루즈 여객선 14척을 건조해야 한다. 생 나재르 조선소의 직접 고용원2600명, 하청업체 고용원 5000 명의 고용의 걸린 문제이므로 공업담당 크리스토프 시뤼그(Christophe Sirugue) 장관이STX 프랑스 매각 건을 제1순위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영국계 투자 펀드는 크루즈 사업을 포함한 관광업과 에너지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업체로, STX해양조선 인수가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투자 펀드는, 과거에 노르망디(le Normandie, 1932), ‘프랑스(le France, 1960), ’퀸 메리 2, (Queen Mary 2, 2003), ‘하모니 오브 더 씨즈(Harmony of Seas, 2015)’와 같은 사상 최대의 호화 크루즈 선을 건조한 세계 제1의 기술력과 명성을 가진 ‘STX프랑스’를 인수하는 한편 STX해양조선의 한국 내 조선소에서도 추가로 크루즈선 건조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프랑스의 건조 능력만으로 앞으로 세계적인 크루즈선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STX해양조선을 크루즈선 전문 조선소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세계 선박 발주가 전년 대비 70% 감소한 가운데서도 크루즈선 건조는 약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그동안 여러 업체가 STX프랑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벌크선과LNG선을 건조하는 한국의 STX 해양조선을 함께 인수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투자펀드는 에너지 분야에도 투자하고 있어 STX해양조선이 건조하는 LNG선에 대한 수요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과 STX 임직원 등은 STX조선과 STX프랑스의 ‘패키지 매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를 검토하는 중이다.
영국의 투자펀드는 법정 관리 초기 단계부터 STX해양조선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펀드는 STX 프랑스와 STX해양조선을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기회로 보고 있다”며 “이번에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예비 입찰 가격까지 써내는 등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진명 / jinmieungl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