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멘탈이 갑이라는 말이 있다. 어지간한 사람, 정말 아무리 배짱이 두둑해도 이 정도의 농단이 드러났다면, 애저녁에 하야하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그런데 전혀 주눅든 모습이 아니다. 두차례 대국민사과조차 거짓말을 한게 드러났다. 성실하게 검찰의 조사를 받겠다고 두 번째 대국민사과에서 약속해놓고 대면조사를 회피했다. 검찰이 최순실의 기소(起訴)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공소장에 박근혜가 사실상 이 모든 사태의 주범임을 적시하자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나오고 있다. 헌정질서를 교란하더니 아예 법을 무시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인가?
박근혜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아니 발바닥의 때만큼이라도 애국심이 있다면 참회하고 ‘국민 여러분 용사하십시오. 대통령 사임하겠습니다“ 했을 것이다. 하지마 현실은 배째라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범이 박근혜라는 것을 적시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를 허위라고 했다. 불공정하지 하다고 했다. 검찰이 어디 멀리 은하계에서라도 왔나? 대한민국 검찰이다. 얼마전까지 박근혜의 충직한 개노릇을 하던 사람들이다. 개주인이 돌연 개가 말 안듣는 것 같다고 내 개가 아니라고 하는 꼴이다. 주인한테 버림받은 검찰 억울해서 어떡하나..이왕 이렇게 된거 주인말 제대로 들어라..당신들의 주인은 박근혜가 아니라 이 나라 민중이다.
국회와 국민한테 자신을 탄핵으로 심판하라는 박근혜. 그 오기와 똥고집엔 유치하기짝이 없는 꼼수가 숨어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과연 탄핵 시나리오가 박근혜 잔당(殘黨)의 계산대로 될까. 밑져야 본전이라고?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밑지면 밑지는거다. 그냥 밑지는게 아니라 그들의 신변꺼지 위태로워진다는. 우리 민중은 그야말로 초인간적인 인내심으로 박근혜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이제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석고대죄(席藁待罪)하면 최소한의 동정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촌형부 김종필 말대로 5천만 국민이 시위해도 절대 안물러날 역대급 불통이라는게 확실하다. 기어코 민중의 희생을, 피를 보고야말겠다는 거다. 민중에 대한 노골적 협박이다. 자신의 선대를 포함,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고도 자신은 아닐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역사의 교훈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승만은 정권연장을 위해 부정투표를 자행하고 장관까지 시켰던 진보당 조봉암 당수를 간첩으로 몰아 사형까지 시켰다. 그러다 쫒겨나 하와이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이승만의 종말은 어떻게 초래됐나? 1960년 3·15 부정 선거의 무효와 재선거를 요구하던 시위에서 마산상고 신입생 열여섯살 김주열이 실종됐다. 27일이 지난 4월 11일 아침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한 시신이 떠올랐다. 왼쪽 눈에 경찰이 쏜 최루탄이 박힌 참혹한 모습, 다름아닌 김주열이었다. 4월 19일 경무대, 지금의 청와대 앞엔 대학생 2만여 명이 몰렸다. 경찰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21명이 죽고 17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승만정부의 살인 진압은 국민을 격노시켰고, 결국 엿새 후 대통령 하야로 이어졌다. 만일 하야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민중은 그를 끌어냈을 것이고,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아버지 박정희의 말로는 어떤가.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의 참극은 왜 일어났을까? 1972년 시월유신으로 영구집권을 꾀한 박정희는 국민적 소요에 적절히 대처못한다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질책했다. 경호실장 차지철은 박정희에게 “각하 데모하는것들 탱크로 쓸어버립시다. 캄보디아에서도 삼백만을 죽였는데 우리라고 백만을 죽인다고 별 문제겠습니까?” 라고 큰 소리쳤다. 박정희도 사태가 심각해지면 직접 발포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김재규는 이성을 상실한 박정희를 그대로 뒀다가는 더욱 끔찍한 비극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다. 박정희 개인에겐 불행한 일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할뻔한 비극을 모면(謀免)케 한 것이다. 이처럼 민중의 뜻을 외면하는 독재자들은 한결같이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그런데 박근혜는 민중의 뜻을 외면하고 도리어 민중을 겁박(劫迫)하고 있다.
박근혜 변호사 유영하는 “검찰 조사도 없이 발표한 피의사실은 상상과 추측이라는 환상의 집이다. 한줄기 바람에도 무너지는 모래위의 성에 불과하다”고 검찰을 조롱했다. 유영하는 변호사라기 보다 3류소설가가 되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유영하로 인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검찰을 조롱하는 꼴이 된거다. 검찰수사를 대통령이 대놓구 못믿겠다구? 제정신인가? 대통령이 검찰을 부정하면 어떻게 되는건가? 대통령임을 스스로 포기한거다. 청와대 대변인 정연국은 “대통령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공세에 노출되고 유죄라는 인격살인을 당하고 있다”고 열을 냈다. 헌정문란의 주범이 헌법권리를 찾는 것이다. 검찰수사 거부하지만 특검수사엔 적극 협조한다고? 차라리 탄핵을 밟으라는 말도 했다. 똥뀐놈이 성내도 유만부득(類萬不得)이지, 최순실패거리와 함께 나라를 분탕질해놓고 탄핵하라고 큰소리다. 역대급 유체이탈화법의 절정 아닌가.
자 이것은 뭘 의미하나? 하야는 절대 안할거니까 니들 한번 탄핵해봐라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도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시간을 끌수 있으니 남는 장사라는거다. 민중을 지치게 하여 촛불시위의 동력을 꺼뜨리겠다는거다. 계절은 겨울로 치닫고 있다. 추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긴 힘들어진다. 나라를 결딴내도 무조건 지지하는 박사몬지, 빠가몬지 동원해 맞불집회 만들고 신천지당 새누리의 부역자 내시들을 박근혜엄호 방패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사퇴압박을 끝까지 버티는 이정현을 보라. 내년 1월21일 조기전당대회열겠다는건 박근혜잔당의 마지노선이다. 새누리 안에서 비박들이 사퇴하라고 난리쳐도 이정현은 버티고 있다. 이정현이 대통령은 사리사욕 없다고 이따위 흰소리 내뱉는거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 하수인 김진태가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는 박근혜광신도들에겐 격려의 메시지다. 개돼지들이 흥분하건말건 박근혜의 충직한 하수인(下手人)들이 흔들리지 말라는 암구호다. 관심을 돌리게 하는 다른 격변을 기다리나? 경주 지진같은 재해가 일어나고 북한의 도발이라는 철지난 북풍몰이도 가능하다..시간만 끌면 뭔가 살아날 수가 생긴다는거다.
특검은 최장 4개월 조사다. 탄핵안논의도 6개월이 걸린다. 6개월 지나면 대통령 임기도 얼추 끝나가니 탄핵의 의미도 없어진다. 그때쯤이면 차기 대선주자들에 더 정신이 팔릴수 있다. 결국 박근혜한테는 밑져야 본전이 된다. 추미애 등 대표부가 탄핵안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탄핵안을 추진했다가 진상규명에 쏠린 관심이 흩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리의 실체가 절반도 폭로되지 않은 시점에서 논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게 추미애의 생각이다. 탄핵논의에 착수하는 순간 총리선출 방식이 중심 이슈로 부각되면 야권이 권력 넘겨받기에 매몰(埋沒)됐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민주당의 근본 한계다. 수권정당의 자격이 없고 제발등찍기나 한다는 소리 나온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 해주고 싶다. 촛불시위에서 외치는 통일된 뜻이 뭐냐? 박근혜 하야다. 박근혜 탄핵이다. 하야압박도 가하고 진작에 탄핵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건 헌법재판소에 부결되면 상관없다. 국회에서 부결되면 민중이 국회를 심판할 것이다. 헌재에서 부결되면 민중이 헌재를 심판할 것이다. 박근혜잔당과 심판받을 부역자(附逆者)들이 더 많아질 뿐이다. 국회와 헌재가 민중을 외면할 것이라고 보나? 미쳤냐? 제 무덤파게?
민주당 지도부는 사심(私心)이 너무 크다. 떡줄 사람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 벌컥벌컥 마신다. 민주당 전 대표 문재인은 박근혜가 스스로 물러서면 명예 퇴진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큰 착각하고 있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건국이래 최악의 국기문란을 벌인 박근혜의 ‘명퇴’를 보장한다건가? 당신이 촛불 든 모든 이들의 권한을 위임받았나? 박근혜가 지킬 명예가 뭔가? 대한민국과 세계 한민족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박근혜가 뭐길래 당신이 명예를 지켜주나? 추미애도 당신도 박근혜와 새누리를 탄생시킨 공동정범(共同正犯)이다. 그냥 찌그러지시라. 당신의 말을 성남시장 이재명이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뉴스를 봤다. "박근혜 퇴로 보장은 안 된다. 퇴진 후 반드시 구속 처벌해야 한다"고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한 문재인을 반박했다. 이재명은 "대한민국의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정치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학살자 이승만, 군사반란 인권침해 박정희, 쿠데타와 광주학살 전두환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래서 간이 부은 박 대통령이 대놓고 불법을 감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난 이재명을 잘 모른다. 요즘 지지율이 15%에 달해 일개 지방 시장에서 당당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비결이 무언가? SNS소통의 귀재라서? 서민들의 가려운데 긁어주기를 잘해서? 아니다. 그의 인기비결은 진정성이다. 대한민국의 절대 다수인 민중 눈높이에서 민중이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민중이 공감하는 것이다. 이재명은 이런 말도 했다. "민주공화국의 국민앞에 법은 평등하다는 것을 박근혜 구속 처벌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천문학적 국고손실시킨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함께".
박근혜의 추락(墜落)뒤엔 이명박세력이 있다. 이명박은 수조원짜리 사대강사업, 자원외교로 국고를 탕진(蕩盡)했다. 박근혜정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면 이명박세력은 은근히 똥줄이 타고 있다. 왜그런가? 박근혜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된다면 100% 이명박정부의 비리가 수사대상이 되기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주저앉히기에 나선거다. 빨리 보수세력을 재정비하고 대권후보를 옹립해서 정권을 재창출해야 살수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갑자기 개심해서 박근혜를 깠나? 아니다. 이명박세력의 보수정권 재창출에 조선일보의 명운(命運)도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종편들, 지상파방송도 대동소이하다.
새누리 김무성이 엊그제 뜬금없는 대선출마 포기선언을 했다. 웃지못할 코미디다. 지지율 2%에 불과한 사람이 평생의 꿈인 대선 출마를 접겠다고 선언했으니까. 될 턱이 없는데 뭘 접나? 빈 투표지라도 접나? 네티즌들 이렇게 비아냥댔다. “김무성의 대선출마 포기는 반에서 꼴찌하는 학생이 서울대 입학의 꿈을 포기하겠다 하고, 몇 년째 놀고있는 취업재수생이 삼성전자 비서실에 도전하는 꿈을 접겠다 하고, 등단도 못한 소설가 지망생이 노벨문학상의 꿈을 접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김무성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으려면 박근혜게이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 최태민사이비 무리 신천지의 이름을 딴 새누리를 해체하고 민중앞에 참회(懺悔)하고 영원히 정치무대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탄핵에 앞장서고 보수대연합에 앞장서겠다고? 슬그머니 판을 바꿔 밥그릇 챙기려고?그렇게 밥그릇 좋아하면 영도다리 앞에서 밥집이나 하든가말이다.
새누리 일파의 박근혜공격은 민중의 분노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탈색(脫色)하고 또다른 뒤통수를 치기위한 예비작업이다. 그들은 박근혜가 쓰러지기 직전 신속하게 발을 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뱀의 눈을 번뜩일 것이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결코 분리해서 볼 수 없는 이유다. 박근혜 특검에 이어 이명박 특검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박근혜가 시간을 끄는 것은 민중의 희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민중의 피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한 고집 세우지말라. 더 늦기전에 내려와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새누리의 소위 친박세력과 청와대 보좌진은 대통령이 자진하여 내려오도록 민중의 뜻을 가감없이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역사의 부역자인 당신들의 허물을 조금이라도 씻는 길이다.
이땅의 민중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촛불을 들 것이다. 그 촛불은 평화의 촛불이지만 민중의 뜻을 외면하는 자들에겐 몸서리치는 응징(膺懲)의 횃불이 될 것이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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