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중.장기 예측, 연 2% 이상 성장 어려워… 부패정권 교체가 살 길
▲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청과 광화문을 뒤덮은 대통령 하야 춧불 집회 광경. ⓒ 권우성 |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한국 독재 정권은 썩고 썩어 부끄럽기 한이 없지만, 반대로 한국 국민은 온 세상에 자랑할 만큼 대단히 위대하다. 그리고 평소 권력의 시녀라는 비아냥을 듣던 검찰이 이번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입건했다.
지난 19일(토요일) 제4차 민중궐기 촛불집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서울에서 60만 명,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더 이상 못 참겠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국민의 명령이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중동의 동아 일보마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엄숙히 묘사하고 있다. “촛불 시민들은 끝까지 의연했다... 100만 시민의 ‘거룩한 분노’”라고.
그리고 지난 20일(일요일)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장에서 박근혜를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막대한 지위를 이용해 기업들에서 적어도 985억 원을 뜯어낸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이라고 공개하며 증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꾸었다. 지난 20일 오후 늦게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를 전면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치계가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태풍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위와 같은 정치적 태풍에 더해 또 하나의 큰 걱정거리가 있다. 그것은 한국인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한국 경제의 성장이 멈추어 섰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온 나라가 최순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독재 정권과 부패한 재벌 간의 썩은 냄새 나는 정경유착에 대항하여 싸우는 동안,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려 추락 일보 직전에 놓여 있다.
우울한 한국 경제
오늘 한국 경제는 도대체 어디쯤 서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헬조선’에 사는 한국인의 삶의 질은 최근에 세계 제47위로 추락하여 45위인 중국보다 더 낮아졌고 한국 GDP는 ‘성장절벽’에 꽉 막혀있다. 성장절벽이란 평균 3~4%를 기록하던 GDP의 성장률이 2% 선으로 주저앉는 경우에 자주 쓰는 경제 용어이다. 실제로 한국의 GDP 연 성장률은 2010년 6.7%, 2013년 3.8%, 2014년 3.4%, 2015년 3.2%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2.2%를, 2017년에는 더 낮은 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저성장 기조를 설명하는 요인은 소득 상승의 결여로 인한 내수(Consumption)의 저조, 생산 동력의 결여로 인한 생산 투자(Investment)의 침체, 대중국 수출(Exports to China)의 급감으로 인한 경상 수지 흑자의 감소 그리고 생산 인구의 감소로 인한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의 둔화 등 다양하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같은 성장절벽의 여러 요인 중 가장 걱정스럽고 회복하기 어려운 과제는 대중국 수출의 급격한 감소이다. 한국 총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에 겨우 10.7%였으나 2015년 24.7%로 급등했다. 그런데 한때 연 30% 선의 증가율을 보인 대중국 수출이 최근에 갑자기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여 초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실제로 올해 1월~10월 사이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12.0%를 기록,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마이너스(-) 12.0%와 같다.
▲ 2015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대 중국 수출 증감률 추이. ⓒ 한국무역협회 |
앞으로 대중국 수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의 경제 성장의 둔화로 총수입 둔화가 예상되고, IMF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교역의 침체가 예상되고, 끝으로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 강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완료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산 영화와 드라마의 방영과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로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아모레 화장품 주가가 지난 1주일 동안에 무려 10% 이상 급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중장기 전망은 어떤가? 중장기 측면에서 본 한국 경제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왜냐하면, 주어진 생산 자원 조건에서 성취할 수 있는 최선의 GDP ‘잠재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경제문제 연구소의 수치마다 다르지만, 한국 경제의 2025년 잠재성장률은 겨우 1.5% 선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다시 말하면 이제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 국가 리스트에 올라 연 2% 이상의 성장률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위정자는 물론 국민마저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모자란다.
중.장기 예측, 연 2% 이상 성장 어려워... 부패정권 퇴출이 살 길
최근 10여 년간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침체에 빠진 경제를 활성화하고 장기적 구조조정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나름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모두 완전 실패로 끝났다. 이 실패의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이 가진 생산 자원과 급변하는 국제 경제 환경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경제 정책 목표 자체의 설정이 잘못되었다. 이들은 경제 ‘성장과 분배’를 양자택일로 인식하여 성장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예를 들면 성장에 90%의 비중을, 분배에 10%의 비중을 둔 정책을 유지해온 것이다. 이는 마치 사막에서 있지도 않은 오아시스의 신기루를 쫓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이제 경제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경제 성장의 주요한 저해요인인 ‘소득의 불평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경제 정책을 펴야 한다. 톱 1%를 위한 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하위 99%를 위한 ‘공정 분배’와 ‘경제민주화’, 특히 ‘기본소득’ 정책으로 확 바꾸어야 한다. 이 같은 근원적 경제 정책의 개혁은 점진적 변화보다 정권 교체와 같은 큰 변혁이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한국병’, 즉 부패와 비리를 단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키워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장기적 경제 구조개혁을 주도해야 할 정권과 개혁 대상인 재벌과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정경유착’이 더 심화하였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가 최근 한국 정국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안나 피필드 동경 특파원은 지난 16일 “박근혜 스캔들은 아직 청산되지 않은 ‘한국병’이 재발한 것이다”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박정희 신화는 이제 깨지고 있다. 당시의 압축 고도성장이 박정희 정권의 비리와 신생 재벌의 부패가 어우러진 정경 유착의 결과였다. 김영삼 대통령이 이런 썩은 정경 유착을 ‘한국병’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은 바로 이 ‘한국병’이 도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박정희 딸인 박근혜 정권과 비선실세인 최순실, 정치적 수혜를 바라며 국정농단에 동조한 ‘부역자’들과 부패한 재벌의 합작품이라는 뜻이다.
오늘 칼럼의 결론은,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100만, 200만 촛불 시민의 함성이 ‘성장 절벽’에 부닥친 한국 경제와 나락에 빠지는 한국인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신념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신 전희경 박사에게 감사드립니다. – 필자 주)
▲ 역사를 지켜보는 저 눈망울을 보라.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시청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에 부모를 따라 나온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 권우성 |
(필자 소개 :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이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국제경제학 교수를 역임했다. 2010년 은퇴 후 미국 페어팩스(Farefax)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