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이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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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삼국지에 나오는 책략 중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가 있다.

두 마리의 호랑이 앞에 먹이를 던져 서로 싸우게 한 후,

호랑이가 지치거나 죽었을 때 모두를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이간책이다.

 

지난 28일(화) 박근혜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민심의 파도가 더욱 요동치고 있다.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을 맡기겠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담화문 발표 내용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군데다.

‘임기단축을 포함한’과 ‘법 절차에 따라’가 그 것.

두 부분은 모두 “진퇴문제”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문장,

즉 대통령의 거취문제를 직접적으로 수식한다.

대통령의 ‘진퇴’와 ‘물러남’에 필요한 ‘필수조건’이라는 뜻이다.

 

결국 담화를 통해 대통령이 던진 화두는 “법 절차에 따른 퇴진”이다.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탄핵과 개헌 밖에 없다.

국회의 탄핵 발의를 코 앞에 두고 부랴부랴 자청한 담화이니,

‘법 절차’가 의미하는 바가 탄핵이 아닐 것은 뻔하다.

 

이번 담화가 탄핵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논의를

개헌으로 돌려세우려는 교란책이며,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애매모호한 미끼를 국회에 던져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부추킨 노림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호경식지계.

강력한 적군들 사이에 미끼를 던져 서로 싸우게 한 후

어부지리를 취한다는 삼국지의 책략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을 들끓게 하는 뜨거운 촛불민심,

탄핵을 코 앞까지 들이댄 야3당의 공조,

코너에 몰린 비박계의 이탈,

몇 안 남은 친박계의 혼돈 등

숨통을 죄여오는 퇴진 요구 앞에서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고도의 노림수’라고 생각하니

더 큰 배신감이 몰려온다.

 

이호경식지계는

유비와 여포가 협력하여 군사를 일으킬 것을 염려한 조조가 쓴 계책이다.

조조는 서주땅을 차지하고 있는 유비에게

그 땅을 허락하는 왕의 칙명을 보내는 대신

여포를 죽이라는 밀서를 보냈다.

여포를 없애면 유비는 스스로 의지할 용장을 자르는 것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난 여포가 유비를 죽이게 될 것이니

이호경식지계,

즉 두 호랑이 사이를 갈라놓고 싸우게 하여

저들끼리 잡아먹게 만든다는 계략이다.

 

이 계략은 통하지 않았다.

조조의 계략을 간파한 유비는

여포에게 조조의 밀서를 보여주며 죽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포를 죽이지 않은 이유를 묻는 관우와 장비에게 유비는 말한다.

“우리가 합세해 쳐들어 올 것이 겁이 나서

조조가 선수를 친 것이다.

난 결코 그의 수작에 걸리지 않겠다.”

 

다시 2016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탄핵을 압박해오는 민심이 겁이 나서

청와대가 선수를 친 것이다.

결코 그 수작에 걸리지 않는다.”

 

삼국지에서처럼 2016년 대한민국에서도

이호경식지계는 통하지 않았다.

 

오늘도 민심은 촛불을 든다.

촛불은 정의의 횃불이 되어 역사의 강을 도도하게 흐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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